수몰후 안개일수 2배늘어 과수농 낙과ㆍ착색 피해커

3개 법 중복규제로 농업외 소득기반 상실해
수혜자 하류지역과 상류지역의 상생방안 마련해야


충북은 전국 14개 다목적댐 가운데 소양강댐에 이어 2~3번째 규모인 충주호, 대청호를 품고 있다. 충주댐 유역에는 충주시, 제천시, 단양군 지역이 걸쳐있고 대청댐 유역은 청원, 보은, 옥천, 영동군이 포함됐다. 도내 12개 지자체 가운데 7개 시군이 다목적 댐의 영향권에 해당된다. 당초 호수 관광지의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고 수만명의 지역 주민들을 이주시켰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댐지역은 삶의 기반을 상실한 ‘불임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보은군의 흥망은 대청댐이 생기면서 모든 기후와 토양을 바꾸어 놓았고 보은의 유일한 경제기반이었던 농업마져 흔들어 놓았다고 한다. 여름철 안개 일수가 많아지면서 보은의 특산물이었던 대추와 감의 생산이 줄어들고 이제 대추고을 보은, 감고을 회인이라는 말을 쓰기가 어색할 정도다. 이는 주변환경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연고로 지명을 바꿔야 한다는 풍수지리가들의 우스개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바꾸면 불화(火)자를 넣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추석연휴가 끝난 얼마 후 옥천신문사로 전화 한통화가 걸려온다. 자신을 군북면 용호리가 고향인 `수몰민이라고 밝힌 이 사람은 고향 방문의 `섭섭함에 대해 얘기했다. “모처럼 명절을 맞아 고향 땅에 와보면 용호리 선착장 위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때문에 기분이 착잡하다. 막상 와보면 가슴만 더 상한다” 그리운 고향에서 수몰민들을 처음으로 맞아주는 것이 ‘`쓰레기 더미’ 였다는 하소연과 보은의 지명을 아예 물(水)과 맞서는 불(火)로 바꿔야 한다는 지역신문의 기사가 충북지역 댐이 간직한 비극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옥천군에서는 장마가 끝난 9월이면 군북면 석호리에 ‘쓰레기 섬’이 하나 만들어진다. 상류지역에서부터 떠내려 온 쓰레기 등이 석호리에 쳐 놓은 그물망에 걸려들어 높이 6m의 8톤짜리 트럭 1천대 분의 쓰레기 더미가 쌓이게 된다. 주민들은 대청호 정화를 위해 배 4대를 이용해 반경 50m의 그물로 쓰레기를 모두 끌어 모은다. 물론 댐관리를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에서 처리비용을 대주지만 자신들의 옥토를 내주고 생긴 인공호수에서 쓰레기를 건져올려 수입(?)을 챙기는 농민들의 심정은 씁쓸하다. 댐과 함께 20년이상을 살아온 주변 지역 주민들의 자화상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저절로 크던 감나무도 농약쳐야 수확
대청호, 충주호가 들어서면서 인근 지역에 끼치는 큰 변화는 잦은 안개다. 특히 호수 주변의 농민들은 일조량 부족과 높은 습도로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을 호소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한국수문조사연보 자료에 따르면 제천시, 충주시의 경우 충주댐 수몰이후 안개일수가 2배 증가(연중 50~80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청댐과 접한 보은군 회북, 회남면의 감과수 농가들은 가을이면 시름이 깊다. 보은군은 해마다 1천여 감과수 농가에서 2백80톤 정도의 감을 생산했다. 하지만 80년 대청댐이 완공된 이후 안개가 잦아지면서 ▶조기 낙과 ▶둥근무늬 낙엽병 등 병충해 만연 ▶생산량 감소 ▶당도 저하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회남면 양승대 이장은 “예전에는 감 수확철에 농협 트럭이 한달이상 들락거릴 정도로 많이 났다. 지금은 집안에서 먹기도 빠듯할 정도로 달리는 게 없다. 안개 때문에 꽃도 일찍 피고 열매도 일찍 떨어지는 조기 낙과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원래 감나무는 약을 칠 필요도 없이 ‘저절로 크는 나무’라고 했는데 댐이 들어서고 나서 약까지 뿌려야 산다. 사과는 일조량이 적다보니 제 색깔이 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경희대 윤진일 교수(생명과학부)의 논문에 따르면 댐 담수전후 기온변화는 겨울철에 크고 여름철에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사량은 담수전에 비해 5%가량 감소돼 안동 임하호에서 농작물 생육모의실험 결과 콩과 옥수수는 최대 16~17%까지 감소한 곳도 나타났다. 또한 순천 주암호 인근에서는 벼 수확량 감소폭이 5~10%로 나타났다.

대청댐 수몰후 육지속의 섬이라고 불렸던 옥천읍 오대리는 25년째 10가구의 주민들이 스스로 배 운전을 하며 통행하고 있다. 대청호가 만수위에 가까워지면 주민들이 걷는 거리가 짧아지지만 수위가 낮아지면 배에서 내려 인근 수북리 버스정류장까지 2km 남짓 걸어야한다. 주민들은 집집마다 돌아가며 사공 역할을 맡아 하루 왕복 8회 운행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옥천 군북면, 동이면 일대 6~7개 소규모 자연마을 주민들은 배를 이용해 마을과 바깥세상을 오가는 상황이다.

대청호 청원 문의면 취수원수에서는 여름철 이취미(냄새)가 발생해 오랜기간 청주시민들의 민원대상이 됐다. 현재 문의 취수탑의 위치가 담수 순환이 여의치않아 대청호 녹조발생시 상수원수로 공급되는 청주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의 이취미로 고통을 겪었다.

이에따라 한국수자원공사는 문의 취수원에서 이취미가 발생할 때 대체 취수원으로 사용할 광역2단계(현도)취수장 원수를 끌어 들이기 위해 남이면 양촌리-남일면 효촌리간 4.4㎞에 지름 800㎜ 규모의 예비 도수관로 설치공사를 하고 있다. 예비 도수관로 설치공사가 완공되면 대청호 이취미 발생 시 댐하류 현도취수장에서 직접 원수를 사용할수 있기 때문에 청주시민에게 양지의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개법 중복규제에 가위눌린 댐 주민
지난 9월부터 수변구역내 오수정화기준이 강화돼(20ppm→10ppm) 대청호 일대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오수정화기준이 강화되면 일반 주택 및 음식점에 새 정화조를 설치하는데 500만~3000여만원이 추가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옥천군에서는 134가구가 해당돼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3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다고 하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주민의견 수렴이나 공청회 등 아무런 사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전액 자부담으로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 해당 주민들은 물이용부담금 등을 통한 시설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청호주민연대 주교종 사무국장은 “이미 3년전에 법에 의해 설치했는데 다시 기준을 강화해 재설치하라는 것은 이중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하류주민들이 맑은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상류지역의 정화를 위해 그만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이용 부담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이용 부담금은 대청댐을 상수원으로 하는 하류지역 주민들이 납부한 이른바 ‘물세’로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이 관리하고 있다. 금강환경청은 댐 유역지역에 주민지원사업비 명목으로 분배하며 옥천군의 경우 올해 473개 사업, 56억4356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주민 소득증대, 복지증진에 쓸 수 있는 부분보다는 오염정화사업(25억4천600만원)이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상류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보다는 더 맑은 물을 먹기위한 ‘재투자’라고 볼 수도 있다.

충북도의회 정상혁 의원은 “물이용부담금이 재원이 되는 금강수계 관리기금 사업별 배분액을 살펴보면 2003년도 총 기금 509억1400만원 중 주민지원사업비는 25.1%인 129억4700만원이었고 2004년도에는 25.4%인 129억9900만원이었다. 반면에 수질개선기초시설 설치, 기초시설운영, 토지 등의 매수 등 수질개선기반조성사업비는 2003년도 61.7%, 2004년도 66.5%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쌈짓돈’ 주민지원사업비 효율성 떨어져
결국 수질개선기반조성사업비의 38.1%밖에 안 되는 금액을 주민지원사업비로 지원하고 있는 것은 상수원관리지역 주민들의 실정을 외면하는 것이며 법이나 시행령에 적어도 50%선까지 주민지원사업비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대청댐 주변지역 지원 사업비는 올해부터 2배 인상된 비용으로 집행된다. 과거에는 발전판매 수익금의 3%와 생활·공업용수 판매량의 수익금 10%를 지원사업비로 충당했으나 올해부터는 발전 수익금 6%, 용수 수익금 20%를 댐주변 지역에 지원토록 법을 개정했다. 이에따라 대청댐의 경우 올해 청원군 6억원, 보은군 3억2천만원, 옥천군 13억2천만원이 주민지원 사업비로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풀예산인 육영사업비 7억2천만원 가운데 5억원 가량이 도내 3개 군지역에 지원된다. 충주댐의 경우 충주, 제천, 단양군에 64억9천만원이 지원되며 전체 50%는 지자체별로 우선배분하고 육영사업비 9억7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2억7천만원은 수자원공사가 저소득층 지원이나 현안사업에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사업비의 사용내역을 보면 농로포장ㆍ개설, 마을회관 건립, 저소득가정의료지원비, 장학금, 교육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많이 쓰여지고 있다. 장기적인 소득증대사업에 대한 투자가 뒷전으로 밀려 일회용 소모성 비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각 마을 단위로 소규모 금액을 할당해 쓰다보니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대해 주교종 사무국장은 “주민지원사업비를 지자체에서 총괄 집행 하되, 이 돈을 종잣돈으로 타당성 있는 주민지원사업을 검토해 도비와 국비를 끌어들여 가능한 한 중앙의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물이용 부담금의 25%가 주민지원사업비로 할당되는데, 이의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오염정화 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은 되도록 국비로 활용하고, 금액을 최대한 확보해 댐지역 발전을 위한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댐주민 무력감에 등떠미는 유역 땅매입 댐주변 주민들의 생활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3개 법에 의한 규제과 제한이다. 우선 수도법에 근거한 ‘상수원 보호구역’이 80년도에 적용됐고 2000년에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상수원수질 보전 특별대책지역’이 지정됐다.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은Ⅰ권역, Ⅱ권역으로 나눠 행위제한에 차이를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02년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법에 의한 ‘수변구역’ 지정이다. 수변구역은 금강을 비롯한 낙동강·영산강·섬진강 등 3대강 특별법 후속조치로 지정 고시한 것으로 옥천군의 수변구역은 128.36㎢로 3대강은 물론 한강수계까지 포함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수변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은 댐 홍수위로부터 양쪽으로 1km로 금강 본류로 떨어져 있는 청산면을 제외한 8개 읍면이 모두 해당된다. 수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는 앞으로 음식점, 숙박시설, 목욕탕, 공동주택, 공장 및 축사 등 오염원의 신규입지가 금지되며 기존 음식점, 숙박시설 등은 지난 9월이후로 오수를 BOD-SS 10ppm으로 처리해 방류해야 한다. 결국 댐의 경관을 이용한 서비스업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농업, 축산에 제약을 받아 영농의지가 꺽인 농민들은 결국 댐지역에서는 다른 방도를 찾지못한 채 고향을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다목적댐 상수원보호구역 및 수변구역 등에 오염원이 입지하지 못하도록 땅 매입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작년부터 대청호 유역지역에 대한 토지 매입에 들어가 5월말 현재 등기가 완료된 것이 78필지 96만5458㎡에 이른다. 폐수배출을 하는 공장, 돈사, 우사 등 축사가 우선 매입 대상이지만 신통치않은 전답 과수원이 매수 신청지로 나오고 있다. 대청호의 보은군내 수변구역은 26.53㎢로 회남면 전체 면적인 46.6㎢의 57%에 해당된다. 따라서 환경부가 수변구역 내 토지 및 시설물들을 모두 매입하면 회남면의 절반 이상이 국유지로 변해 인구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현지 주민들은 국가가 수질 보호를 위해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남 지역 경제활동 입지여건이 더욱 위축돼 사실상 군내 전체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농사는 어렵고 농외 소득원마저 끊겨 지난 90년 제정한 팔당·대청호상수원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지정고시에 따르면 옥천군은 전체 면적의 83.75%가 특별대책지역에 해당된다. 이 고시는 99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강화돼 외지인이 상류에 들어와 집을 지으려면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6개월 이상 거주할 때 건축이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했다. 댐관련 3개 규제법안의 문제점을 보면 우선적으로 중복규제 지역이 많다는 점이다. 보은군 회남면내 4개 리는 상수원 보호구역이 수변구역내, 특별대책지역내에 있어 3중의 규제를 받고 있다. 또한 규제지역 농민들은 영농 선택조차 제한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축산을 할 수 없으니 퇴비가 없고 퇴비가 없으니 과수를 할 수 없다. 농가가 자유롭게 다각농업을 할 수 없고 일부 댐지역에서 시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을 도입하려 해도 기술, 자금, 판로 문제 해결이 만만치 않다. / 기획특집부 댐피해 공론화 시켜 주민지원금 2배 늘려
 정 상 혁 충북도의원(댐특위 위원장)

충북도의회는 지난 2002년 10월 댐관련 대책 특별위원회(이하 댐특위)를 구성했다.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처음으로 다목적 댐이 주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활동을 벌였다. 2004년 6월 댐특위는 400쪽 분량의 활동결과보고서를 단행본으로 발간하면서 조사를 마감했다. 당시 9명의 동료 도의원들과 함께 ‘댐의 진실’을 파헤쳤던 정상혁 의원(보은?댐특위 위원장)을 만났다.

댐특위를 구성하게된 계기는.
“당초 70년대에 댐이 들어설 때는 인근 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된다며 주민들을 현혹시켰다. 하지만 수몰 이주자는 물론이고 댐 주변 주민들도 하나둘 고향을 떠나게 됐다. 개발은 커녕 각종 규제에 묶여 농사 외에는 할 것도 없고, 그나마 기후변화 때문에 농사도 재미없고 축산은 허가제로 제한하다보니 살 도리가 없어서 타향으로 떠난 것이다. 댐지역의 생활 기반 상실에 대한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10명의 의원들이 댐특위를 구성했다”

댐특위 활동의 최대 성과는 무엇인가.
“댐지역 지원법을 개정해 댐의 발전판매수익금 2%를 6%까지, 용수판매수익금 10%를 20%까지 인상시켜 피해 지역의 지원금으로 지원토록 했다. 대청댐에서는 2002년까지 매년 8억원을 지원받다가 올해부터는 19억원을 받게 됐다. 과거 관료주의에 빠져있던 수자원공사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현장을 보고 주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일깨운 것도 의미가 있었다”

댐과 주민의 상생을 위해 바람직한 미래 모습은.
“댐의 수혜자인 하류지역와 피해자인 상류지역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팔당호 댐지역에서는 친환경농업을 통해 도농 직거래로 활로를 여는 사례가 있다. 앞으로 주민지원사업은 항구적인 소득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투자가 되야 한다고 본다. 현재와 같은 댐지역 지원대책은 주민들을 서서히 고사시켜 고향으로부터 소개시키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