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대서 산재 판정 받은 A씨, 개인정보보호법 법정 공방
근로복지공단, 정보공개청구한 교원대에 A씨 개인정보 제공
흥덕경찰서, “당사자 아니면 무혐의 이유 밝힐 수 없어”
A씨, “내 개인정보 활용해 교원대는 산재불복 근거로 사용”

 

한국교원대학교에서 2021년 직장내 괴롭힘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이가 이번에는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이하 근로복지공단)와 교원대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려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원대에서 2019년부터 시설관리원으로 일하던 A씨는 ‘직장내 괴롭힘’ 등의 이유로 2021년 5월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요양을 하던 A씨는 2021년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를 사측(교원대)에 전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문서에는 A씨의 집주소, 가족관계는 물론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기록까지 담겨 있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이 자신과 갈등 관계를 빚고 있는 사측(교원대)에 자신의 개인정보와 의료기록 등을 다 알려줬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0월 지사장 직인이 찍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의 요지는 ‘교원대에서 A씨의 산재 처리와 관련해 ‘업무상질병판정서’와 ‘특진회신서’를 정보공개청구했는데 A씨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개인정보 해당부분을 삭제하지 않은 채 공개한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당시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장은 “정보공개청구서 처리과정에서 공단 직원의 부주의로 인하여 (A씨의)개인정보가 사업장 등에 제공되었음을 알려드리며 이에 대한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또 “교원대에 문서 파기를 요청했고, 확인 결과 교원대는 문서 파기를 완료했으며, 이후 A씨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는 근로복지공단이 교원대에 제공한 자신의 정보는 이미 교원대가 산업재해 불복의 근거로 활용했고, 나아가 교원대가 자신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A씨는 2022년 5월 교원대 관계자 4명과 근로복지공단 직원 3명을 상대로 청주흥덕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정보공개청구 내용과 업무상질병판정서 심의조서 동일해 상관없다”

그러나 고소장을 접수 받은 흥덕경찰서는 2023년 2월 피고소인 7명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한 달 후 이의신청을 했으나, 흥덕경찰서는 지난해 12월 또다시 무혐의(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흥덕경찰서가 근로복지공단 3명에 대해 불송치 결정한 근거는 ‘산업재해보상법 제9조 제7항’과 근로복지공단 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규정 18조’에 근거한다.

즉 ‘판정위원회는 심의사건의 신청인 또는 청구인, 보험가입자가 심의조서의 열람을 신청하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따라 A씨의 정보를 제공했고 공단 직원이 교원대에 제공한 A씨 개인정보는 심의조서 내용과 동일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A씨가 요양급여 신청서를 작성할 당시, △요양급여 내역 △의료법에 따른 진료기록부 등을 제공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에 공단 직원이 교원대에 A씨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봤다.

흥덕경찰서는 교원대 직원 4명에 대해서도 모두 혐의가 없다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 근거로 교원대 직원들은 정보공개법 절차에 따라 문서를 받았고, A씨가 요양급여 신청서 개인정보 이용동의서에 서명을 했다는 점을 들었다.

 

정보공개청구로 개인정보 요구하면 다 공개?

“제3자 정보제공 동의한 적 없어”

A씨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 규정조항이 있지만 이는 정보공개청구가 아닌 별도의 양식과 신청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 규정 제18조에 따르면 ‘심의사건의 신청인 또는 청구인, 보험가입자는 별지 제7호 서식에 따른 문서로 심의조서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정보공개청구가 아닌 별지 서식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원대는 정보공개청구로 근로복지공단에 A씨 업무상질병판정서와 특별진찰소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규정 상의 심의조서는 심의결과, 의견진술이 있는 경우 진술자 성명과 진술요지 등 심의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근로복지공단이 교원대에 제공한 업무상질병판정서 및 특별진찰소견서와는 전혀 다른 서류”라고 주장했다.

또 교원대 직원들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도, “담당 직원이 정보공개법를 악용하여 산재 피해자인 A씨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기록을 정보공개 청구한 것과 정보공개 형식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받았다 하더라도 수집한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범위 외로 이용하고,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였기에 이 역시 법률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A씨가 요양급여 신청서를 작성할 당시 서명했다는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신청서’의 개인정보 이용동의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당시 동의서 내용은 ‘보험급여에 관한 결정, 조사 및 연구업무, 재활사업을 위한 정보제공, 근로복지공단이 수행하고 있는 산재보험 사업 관련 서비스 제공 안내 문자 메시지 전송, 고객 감사편지 발송’에 동의한다는 것이지,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데 동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충북본부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의도적으로 덮으려고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각각의 법이나 규정에 따라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지 같은 자료이니 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경찰의 무혐의 판결이 맞다면 앞으로 산업재해 업체는 공단에 가서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달라고 하면 다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며 “2000만 노동자들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분노스럽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흥덕경찰서의 B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한 이유는 본인이 아니면 이야기할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려줄 수 없으니 문제가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된다”고 전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