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저마다의 재능·역량 꽃피우겠다’, 뒤에선 ‘수능 올인’
‘조화롭고 균형 잡힌 학력 신장을 위한 일반고 학교장 워크숍’
충북교육청, 올해부터 ‘학력 신장 TF팀’ 등 ‘수능 집중’ 선언
올 입시서 서울대 수능 최저기준 못 맞춘 충북 학생들 많아

충북교육청 제공.
충북교육청 제공.

 

<일반고 학교장 워크숍에 다녀와서…>

지난 18일 그랜드 플라자 청주호텔에서는 충북 도내 58개 고등학교 교장들이 모인 가운데 ‘조화롭고 균형 잡힌 학력 신장을 위한 일반고 학교장 워크숍’이 열렸다.

△윤건영 교육감 인사말(40여분) △신입생 입학 전 교육과정 운영사례(30여분) △일반고 학력신장 정책 발표(30여분) △공주사대부고 학교장 특강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워그숍의 핵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앞으로 충북교육청은 수능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워크숍 주제인 ‘조화’와 ‘균형’은 정시와 수시(학생부종합전형)의 조화·균형을 말하는 것으로, 그동안 수시(특히 학종)에 집중하던 충북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시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이날 윤건영 교육감은 “고등학교 아이들이 (교실에서)내신 가지고 싸우지 말고 1학년 때부터 스터디를 만들어 수능을 잘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더 넓은 대상을 가지고 경쟁을 하면 얼마나 좋겠나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장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수능 실력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순간, 불과 2주 전 1월 4일 윤건영 교육감이 밝힌 신년 기자회견문이 떠올랐다.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윤 교육감은 △어디서나 운동장 △마음 근육 강화 △모두의 다채움 △한 명 한 명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교육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의 재능과 역량을 꽃피워 미래를 설계하고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는 ‘아이의 힘’을 통해 교육의 넓은 품에서 학교의 꿈을 키우고 배움의 힘을 길러 한 명 한 명 빛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1월 4일, 윤건영 교육감의 신년 기자회견문)”

 

이날 워크숍에서는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볼 수 없었던 수능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입설명회를 연상케 했고 수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중등교육과 모지영 진로진학팀장은 △올 입시에서 충북의 많은 학생들이 수능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해 서울대에 불합격했고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수능 반영을 점점 늘리고 있으며 △2028년 대입제도 개편 이후 학생들의 변별력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수능밖에 없다는 분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 팀장은 “주요대학 전형에서 정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42%가 넘고, 서울대 정시 농어촌 전형 모집인원은 82명으로 학생들이 끝까지 수능준비를 하면 반드시 정시에서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모 팀장은 △학력신장을 위한 현장중심 네트워크 구축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수업 운영 △지역별·개인별 격차 해소를 위한 다채움 운영 △수능형으로 중간·기말고사 출제 △활동중심에서 수능으로 교육과정 전환 △기숙사 면학분위기 조성 등을 밝혔다.

 

수능 ‘올인’한다면서 어떻게 재능·역량 꽃피울까?

이번 워크숍에서는 윤 교육감이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밝힌 ‘저마다의 역량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할 것인지 언급이 없었다. 이제 보니 기자회견문에서 밝힌 ‘역량’과 ‘재능’은 ‘수능의 역량’이고 ‘수능의 재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수년 전부터 많은 어려움과 논의 끝에 이제 막 시작될 고교학점제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A고교 교장이 현재 고등학교는 교원 수 부족으로 고교학점제 운영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결강 또한 많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도교육청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등교육과 권부경 중등교육팀장은 “명확한 해결 방안이나 답변은 드리지 못한다”며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 워크숍에서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한 과목만 2등급을 받아도 자퇴 또는 검정고시를 고민해야 하는 2028년 대입제도 하에서 오히려 (교실에서)내신 경쟁을 하지 말고 전국의 학생들과 경쟁을 하라니 기자이기 이전에 학부모로서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경쟁교육 선언이 더 '인간적'

앞서 교육부는 2028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정시 40%대를 유지하고 국어와 수학의 선택과목을 폐지하며 내신을 현재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단체는 물론 전국의 시민단체들은 고교학점제를 무력화시키고 5지선다형 상대평가를 강화하는 반개혁적 입시안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윤 교육감과 충북교육청은 교육부 정책에 충실히 발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십분 양보해 충북교육청이 교육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윤건영 교육감과 충북교육청은 이제부터라도 ‘모든 아이들’, ‘저마다의 재능’, ‘한 명 한 명 빛나는’ 등 화려한 말잔치는 그만하길 바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차라리 대놓고 앞으로 충북교육청은 수능에 올인할테니 어릴 적부터 서울대 입학을 위해 수능 준비 잘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라고 당당하게(?) 주문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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