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 행감서 은여울고 ‘성 관련 규칙’들며 교육과정 의심
학생들, “서로 존중하기 위해 만든 규칙 뭐가 문제죠?” 반문
충북교육계, “자극적인 단어 몇 개로 은여울고 호도” 비판

은여울고 학생들이 회의를 거쳐 결정한 '성 관련 규칙'.(은여울고 제공)
은여울고 학생들이 회의를 거쳐 결정한 '성 관련 규칙'.(은여울고 제공)

 

“사람마다 스킨십의 허용범위가 다 다르잖아요. 우리는 우리를 서로 지키기 위해서 경계를 세우자라는 생각으로 성 관련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다 모여서 의견을 내고 학생회가 정리했어요. 불쾌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차원에서 만들었어요. 근데 그게 뭐가 문제죠? 왜 만들었는지 궁금하면 저희한테 직접 물어보세요.”(은여울고3·A학생)

“기숙사 학교 특성상 의도치 않게 아이들끼리 몸을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소심한 아이들은 불편해도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구요. 서로 동의를 구하고 스킨십을 하자는 건데 이게 잘못인가요?”(은여울고3·B학생)

 

3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정범 의원이 언급한 은여울고 ‘성 관련 규칙’에 대해 은여울고 학생들이 직접 입을 열었다.

A 학생은 “저희가 규칙을 만든 건데 어떻게 정보를 수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이정범 의원을 비판했다.

B 학생은 “규칙을 정한 이후 불쾌한 일들이 확실히 줄었고,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지키려고 노력해요. 이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은여울고등학교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한 '테블릿 사용규칙'.(은여울고 제공)
은여울고등학교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한 '테블릿 사용규칙'.(은여울고 제공)

 

‘성 관련 규칙’ 예로 들며 교육과정 의심

앞서 이정범 의원은 행감에서 “은여울고의 교육이 설립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성 관련 규칙’을 예로 들었다.

이 의원은 ‘어둡든 밝든 남녀 둘이 있는 것, 한 화장실에서 같이 나올 때, 속옷&자기 성기 노출, 자기들끼리 좋다고 뽀뽀하는 것, 야동&야설&야애니 볼 때’라는 문구를 직접 읽으며, “(은여울고)학교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런 간접적인 자료를 통해 이 학교가 목적성에 맞게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원숙 중등교육과장에게 “이 학교가 설립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데 동의하느냐”고 질문했고. 장 과장은 “현재 파악된 내용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정범 의원은 “단재고 교육과정을 은여울고 선생님들이 만들었다고 들었다. 5년 동안 운영한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단재고가)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이정범 도의원이 충북교육청 장원숙 중등교육과장에게 질의하고 있다.(충북도의회 유튜브 화면 캡처)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이정범 도의원이 충북교육청 장원숙 중등교육과장에게 질의하고 있다.(충북도의회 유튜브 화면 캡처)

 

성교육 전문가, “학생 스스로 규칙 만들어 지키는 것 매우 훌륭”

이에 대해 충북교육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정범 의원의 지적은 단재고를 비롯한 대안학교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까지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천고 교사 C씨는 “이정범 의원은 자극적인 단어 몇 개를 가지고 은여울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성과 관련된 문제는 모든 아이들이 겪는 일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꺼내놓고 논의하고 해결책을 만든 것은 굉장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범 의원은 은여울을 굉장히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예방전문강사이자 성교육 경력 15년 차인 D씨는 “성교육의 목표는 각자의 성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고 규칙을 정하고 따르는 것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씨는 이어 “학생들이 야동, 성기 등 성과 관련된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다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드러내놓고 문제를 이야기하고 규칙을 정해 예방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감추는 것이 더 문제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정범 도의원은 이날 행감에서 은여울고와 단재고를 지적한 이후, “충북교육이 더 이상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기를 바란다”며 교육위원회가 논란의 중심이 된 사안을 조사해서 입장을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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