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뿐 아니라 학교시설·학생 수 평준화 시급
노후화된 건물, 불편한 통학, 저경력 교사 중심
“고교평준화와 함께 각 학교의 문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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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천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의 최고의 화두는 고교평준화이다. 그러나 평준화 못지않게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교육환경 개선이다. 이는 이미 수십 년 째 제천지역 주민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고교평준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각 학교의 교육환경개선은 빠른 시간 내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평준화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평준화와 함께 학교별 환경의 평준화, 학생 수의 평준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활한 고교학점제를 비롯해 제천지역 학생들의 교육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이라는 얘기다.

 

50년 된 건물, 양방향 통행이 어렵다

제천지역 고등학교 환경개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일단 제천고와 제천여고의 노후화된 건물이다. 두 학교의 건물이 생긴 지는 무려 50여년이 됐다. 실제로 비가 오면 물이 새는 건물이 있을 정도다. 특히 제천고는 안전등급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안전사고 위험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도 또한 좁아 양방향으로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기자가 제천여고를 방문했을 때 복도에서 학생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혀 가며 통행을 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교실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제천여고 교사 A씨는 “일부 건물은 리모델링을 한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건물이 낮고 좁다.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때 제천고는 제천제일고 옆으로 이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2021년 제천고 총문회와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는 제천제일고 옆으로 신축 이전해달라는 건의문을 충북교육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종의 ‘교육 클러스터’를 형성해 원활한 공동교육과정 및 고교학점제를 추진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역의 상가들이 반대를 하고 컨설팅 업체와 교육부 또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러한 의견은 무산됐고 현재는 신축이 아닌 현 위치에서 개축을 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제천여고 전경.
제천여고 전경.

 

세명고, 시내에서 통학하려면 버스 갈아타고 1시간 걸려

세명고의 교통문제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세명고는 세명대학교 안에 위치,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가량이 소요되고 환승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학생들은 세명고에 입학하기를 꺼리고 있다. 기자가 만난 중학생 중 대다수는 세명고는 통학하기가 너무 불편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세명고의 거리 문제는 공동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천고, 제천여고, 제천제일고 등 세 학교 간의 이동시간은 15~20분인 반면 세 학교와 세명고의 이동시간은 40~50분가량이 필요하다.

지난해 충북교육연구정보원이 발간한 ‘제천 고교 평준화 타당성 조사연구<최종보고서>’에는 ‘3개 학교는 1.5km 내외의 근거리에 분포하고 있으나, 1개 학교는 약 5km 내외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되어 있다.

연구진들은 읍면지역 소재 중학교에서 일반고로 통학하는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고 이에 대한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또 일반고 내에서도 학교 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의 경우, 거리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통학 여건 개선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명고 전경.
세명고 전경.

 

“고등학교 업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교사들의 과다한 업무도 문제다. 제천지역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과학 교사 B씨는 “일반계 고등학교 교사들의 업무가 너무 많다. 특히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전에는 4과목을 가르쳤는데 이제는 6과목을 가르쳐야 된다. 행정업무까지 합치면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최근 중학교로 옮겼다. 사실 도망을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씨의 말에 다른 다수의 교사들도 동의했다. C교사는 “고등학교 교사 중 대부분은 중학교로 옮기고 싶어 한다.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교사들은 사실 다 그렇다고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물론 이는 제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전국의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수업과 관련이 없는 교사들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도록 교무실무사(교무행정사)를 도입했다.

그러나 교무실무사의 배치기준은 각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고, 충북은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교무실무사 배치기준은 유·초등은 9학급 이하 1명, 10학급 이상 2명이다. 또 중·고등학교는 6학급이하 1명, 7학급 이상은 2명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박영이 사무국장은 “충북의 교무실무사들은 과학 실험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교무업무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의 수업을 지원한다면서 오히려 아이들의 수업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들의 충실한 수업을 위해 교무실무사들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에 경기도 지역은 한 학교에 교무·과학·행정·전산업무를 각각 담당할 수 있는 인력 4명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로 옮기는 고교 교사들…20~30대 교사가 70% 차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천지역에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은 고등학교를 꺼리게 되고, 그 자리는 20~30대 신규교사들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제천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교사들의 연령을 살펴본 결과, 20~30대 저경력 교사들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사립학교인 세명고를 제외한 제천고, 제천여고, 제일고의 20~30대 교사비율은 70%에 달한다. 특히 제천여고의 20~30대 교사 비율은 71.7%에 달한다.(표 참조)

 

그래픽 서지혜 기자.
그래픽 서지혜 기자.

 

제천여고 교사 A씨는 “저경력 교사와 경험이 많은 교사들이 어우러져 교육을 해야 하는데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시행착오가 많다. 일에 익숙해질만하면 지역을 떠나려고 한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제천지역에 저경력 교사들이 많은 이유가 과다업무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제천지역의 열악한 문화·교통 인프라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적극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제기된다.

 

“평준화 속에서 특성화, 차별화 시도해야”

한편 충북교육청은 각 학교의 시설 및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평준화 여론조사 이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평준화 또는 비평준화가 결정된 상황에서 각각에 맞는 환경개선을 한다는 말이다.

이에 제천교교평준화를 위한 시민연대는 충주지역의 상황을 언급하며, 도교육청이 상향평준화를 위해 시설의 평준화, 학생 수의 평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각 학교의 특성화, 차별화 등 발전방안을 도교육청이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주지역은 지난 2021년 평준화 결정 이후 교육과정의 차별화, 특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수요자의 학습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당시 충북교육청은 학교 시설, 교육 프로그램, 교원배치 등에 대한 학교의 요구를 파악, 행·재정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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