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노무사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상담위원과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장을 맡고 있고요. 『알아두면 힘이 되는 알바수첩』, 『청소년 노동인권수첩』 등 집필활동을 통해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김민호 노무사의 노동 시시콜콜>은 직접 상담을 통해 겪은 다양한 주제들을 바탕으로 쓰여집니다. 일하면서 겪는 여러 고충에 대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편집자주>

Q. 1990년대부터 10년 넘게 공장에서 납땜, 용접, 도장, 세척 작업을 했는데, 2021년 산발형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일명 ‘루게릭병’)을 진단받았습니다. 납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라는 세척제가 루게릭병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워낙 오래 전이라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A. 질의의 경우,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가족형’이 아니라 ‘산발형’ 루게릭병인 점, 안전보건에 관한 규제와 인식이 낮았던 1990년대부터 10년 넘게 공장에서 납과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을 취급했던 점, 루게릭병은 잠복기가 평균 10년이고 길게는 20년에서 최대 50년까지 보고된 사례가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특기할만한 개인적인 발병요인이 없다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재는 업무상 질병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데, 납과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 증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 자료가 없는 이유가 산재노동자의 책임 없는 사유(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한 사업주나 노동부 등의 비협조, 보존기간 경과, 제품 단종, 화학물질 교체, 작업환경 개선, 공장 폐쇄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산재노동자가 객관적 자료를 통한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산재를 불인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일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의 일종인 산재보험의 취지와 사회정의의 관념에 어긋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게가 ‘사실상 추정’되면 족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객관적 자료가 없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여러 사정(동료작업자 등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진술, 동종 유사 업종의 과거 화학물질 노출량 및 건강장해에 관한 연구, 과거 또는 현재 동일 작업을 하고 있는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등)을 최대한 확보해서 산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본 상담사례는 최근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가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상담>

청주노동인권센터 : 043 296 5455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 041 557 7235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