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테크 대책위 ‘MZ세대 노조를 만나다’ 집담회 개최
“능력·성과주의 등 왜곡된 MZ 담론, 진짜 MZ는 소외돼”
"청년은 노조가 필요해"…노동자 권리 되찾고자 노조 조직

 

지난 26일 진행된 'MZ 노조를 만나다' 집담회 참가 청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6일 진행된 'MZ 노조를 만나다' 집담회 참가 청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능력주의, 성과주의, 각자도생 등이 MZ세대 노동자들의 특징이라며 ‘MZ 노동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노동개혁을 펼치겠다’ 말한다. 이러한 특성들은 현실의 ‘MZ 노동자’를 전혀 대표하지 못하는 허구적 담론이라며 청년노동자들이 입을 열었다.

MZ 노동자라고 일컫는 2030 청년노동자들은 정부와 언론의 ‘노조 갈라치기’ 행태를 비판했다. 기존의 노동자, 기성세대들과 다를 바 없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노동자일 뿐이라는 말을 전했다. 청년들은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6일 그리너리웨딩에서 테스트테크 신종노조파괴 중단 및 민주노조사수 충북대책위(이하 대책위)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는 청년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노조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청년 집담회 “MZ세대 노동조합을 만나다”를 개최했다.

시민단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 청년노동자 등이 참여한 이번 집담회에선 청년 5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청년들의 노조와 청년노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에 기성세대이자 선배인 노조 조합원들은 박수와 웃음으로 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청년노동자들의 어려움 등 ‘현실반영 MZ담론’을 제시했다.

 

 

 

할말 다하는 MZ? 현실은 폭언·갑질…“권리 찾고자 노조 조직”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금강물환경연구소지회 김정환 씨는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MZ는 직무급제 선호한다’ 주장에 대해 ‘직무성과급’은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환 씨는 “직무급제의 핵심은 ‘공정하게 직무를 평가할 수 있느냐’인데, 직무평가가 공정하지 않고 평가 기준이 자의적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전환된 금강물환경연구소 사례를 들며 “임금체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사측으로부터 겁박을 받았고, 월급이 20%가량 삭감됐다”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노조 조직 이후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희 씨가 'MZ는 뭐든하면 욕먹는다'라는 답을 적은 종이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김민희 씨가 'MZ는 뭐든하면 욕먹는다'라는 답을 적은 종이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김민희 씨는 ‘할말 다하는 권리의식 강한 MZ’라는 편견에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노조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테스트테크에는 사회초년생이 많은데 사회생활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욕먹고 꼬집히고 얻어맞고 하는 건 줄 알았다”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면서, 그간 회사 관리자들에게 당한 일이 모두 부당행위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희 씨는 부당한 노동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생 때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배워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계희수 씨는 “왜곡된 MZ세대 담론을 제공하는 것은 윤정부이고 담론을 확산하는 것은 언론”이라며 “기존 노조 운동과 거리를 두게 만들려는 허구적이고 왜곡된 프레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MZ세대 노동자들은 마치 ‘기행을 일삼는’, ‘비상식적’인 것처럼 매체에서 묘사된다”며 “청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은 좀처럼 ‘MZ세대 노동자’로 호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음성지부 윤성훈 씨는 청년노동자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윤성훈 씨는 “현장실습생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 많은 청년노동자가 무권리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노동자의 권리는 곧 모든 노동자의 권리”라며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보장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이야기했다.

 

 

“청년에겐 노조가 필요하다”

전교조 충북지부 김지연 씨는 “MZ세대 노동의 가장 큰 문제는 갈라치기”라며 “성과 유무, 정규직·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등 일터에서의 차별과 불평등은 은폐한 채 청년노동자들이 성과주의 임금체계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원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지연 씨는 “청년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가 꼭 필요하다”며 “노조의 발전을 위해 청년노동자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여성이라고, 나이가 젊다고 편견을 갖는 게 아니라, 동등한 동지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김영성 씨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던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준 건 그 어떤 정부기관도 아닌 바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라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하면서 그간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앞서 선배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닦은 길 위에서 우리가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대책위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가 주최한 이날 집담회는 테스트테크 투쟁을 계기로 청년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청년노동의 현실과 노조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기획됐다.

청년노동자들에 대한 갑질 행위와 노조파괴 시도 의혹 등이 발생한 테스트테크는 지난 19일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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