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장애인부모연대, 경계선지능인 부모 조직화 시동
“지자체 및 교육청에 부모 요구사항 당당히 말할 것”

<민용순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회장 인터뷰>

 

민용순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회장.
민용순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회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해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회장이 적극 나선다.

민 회장은 “경계선지능인들은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어떠한 지원도 없이,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는 국가가 책임을 방기한 것이고, 명백한 차별이며,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또 “경계선지능인 지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난 세월, 장애인들의 복지와 인권향상을 위해 나선 것처럼 이제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해서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지난 20여 년 동안 장애인 지원과 복지라면 발 벗고 전국을 누볐던 민용순 회장. 35살 장애를 가진 청년의 부모이자 장애인부모 단체의 수장이지만, 그는 앞으로 ‘장애인’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올인’하겠다고 말한다.

그가 경계선지능인에 집중하는 이유와, 그가 원하는 경계선지능인 지원, 또한 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지 들어봤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장애등록을 받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차라리 장애인으로 ‘낙인’찍히고 싶다며 애원하는 사람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한 사연, 약간의 지원만 있어도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약간의 지원이 없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 여럿 봤습니다. 너무 안타까웠죠.”

 

민용순 회장이 경계선지능인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고 명료하다. 매우 절실하기 때문이다.

민 회장은 그동안 서류상 장애인 등록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생활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 가장 안타깝고 대표적인 사례는 성폭력(성폭행)과 인권침해다. 성폭행을 당하고도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 피해를 봤다며 자책하는 이들을 수없이 봤다.

지능지수 1 또는 2차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고, 지원이 하늘과 땅으로 달라지는 상황도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2~3년 전 충북도의회에서는 경계선지능인과 관련된 간담회가 열리고 일부 도의원들 사이에서는 조례제정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다.

 

“간담회가 열리고 조례제정 이야기도 나오고 해서 너무 반가웠는데 사진만 찍고 그때뿐이었나 봅니다. 지방선거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어요.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류’와 ‘현실’의 간극은 여전했고, 예전의 자신처럼 법적 테두리(장애인 등록) 안에 들어가길 소망하는 이들은 아직도 많다. 국가가 방기한 책임은 화살이 되어 부모를 옥죄었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 또한 너무나 많다.

그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투쟁과 눈물로 쟁취한 법률이 하나 둘 생기면서 달라진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내 아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전율과 희망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 전율과 희망을 이제는 경계선지능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6일 간담회를 열고 경계선지능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6일 간담회를 열고 경계선지능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충북교육청에 학부모 요구사항 전달할 것

민용순 회장이 경계선지능인 관련 활동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사실 민 회장 혼자만의 일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민 회장은 경계선지능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요구한다.

‘철저히 아파하되 자책은 이제 그만하라’고. 그리고 ‘이제는 밖으로 나와 연대하자’고. 또 ‘당당히 자신의 의견과 목소리를 내라’고.

민용순 회장의 활동은 우선 교육 또는 학습에 집중될 예정이다. 교육·학습부분에서 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한 이후 충북교육청에 이를 정식으로 건의할 것이다. 한명 한명에게 맞는 맞춤형교육을 말로만 하지 말고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할 것이다.

물론 한 번에 ‘무사통과’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부모들의 요구사항이 수렴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협상할 예정이다. 자발적으로, 그리고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부모들의 모임도 조직할 계획이다.

교육 또는 학습 분야의 요구 이후에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노동정책, 복지정책 등 전생애 지원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모를 대상으로 한 역량강화, 충북의 조례제정, 나아가 충북의 경계선지능인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설립까지, 민 회장은 충북의 경계선지능인을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물론 현재로선 갈 길도, 할 일도 너무 멀고, 너무 많다.

그래서 그는 부모들에게 다시 한 번 요청한다.

 

“더 이상 가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장애를 가진 것이 부모의 책임은 아닙니다. 더 이상 죄인으로 살지 말고 이제는 힘을 내고 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들이 모이고 외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힘든 사람이지만 가장 강한 사람도 부모들이기 때문입니다.”

 

민용순 회장은 ‘의학적인 규정’이 아닌 실생활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시혜’가 아닌 특수성·다양성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 전환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 또는 비장애,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계선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수성, 다양성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 일단 장애라는 것에 방점을 찍으면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장애만 보게 됩니다.”

 

현재 충북장애인부모연대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부모모임을 조직하고 있다. 조만간 부모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한 이후 이를 충북교육청에 정식으로 건의, 이를 정책화한다는 계획이다.

민 회장은 “도와 달라고 떼쓰는 것이 아닙니다. 받아야 하고 누려야 할 것을 그동안 못 받고 누리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받아야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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