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봉양농협 노조, “수십 년 간 갑질 당했다” 폭로
홍성주 조합장, “전부 공적인 일…노조 주장 사실 아냐”

제천 봉양농협이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무려 36년 동안 조합장을 지낸 홍성주 조합장의 갑질 등 수십 년 간 곪을대로 곪았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 봉양농협 노동자들은 현재 파업과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편집자 주)

 

“한번은 조합장님이 저한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셨는데 깜빡하고 못했어요. 퇴근길에 조합장님 전화를 받았는데 30분 동안 욕을 하더라고요. 죄송하다고 여러번 말했는데 온갖 욕을 다 들었어요. 모욕감이야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때 기억이 아직도 나요. 그것 말고도 장모한테 뭐 갖다 줘라, 세탁소가서 옷 좀 찾아와라 수도 없이 엄청 많아요.”

홍성주 봉양농협 조합장이 갑질을 하고 있다며 농협 노동자들이 폭로하고 나섰다. 그들은 홍 조합장을 ‘봉양의 대통령’이라 표현하며, 수십 년 간 갑질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내 차에 내 돈으로 기름 넣고 서울 모셔다 드렸는데 출장비는 1만원"

봉양농협에 입사한지 10년째인 김대환 씨. 그는 비료 등 배달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전 직장에서도 운전 업무를 했던 그는 운전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인지 홍성주 조합장이 서울이나 타지역으로 출장을 갈 때면 늘 운전기사 역할을 했다. 무려 7~8년 동안, 한 달이면 2~3번에 달한다. 1박을 한 적은 거의 없지만 하루가 꼬박 걸리는 일이다.

 

“모셔다 드리는 건 좋아요. 그런데 제 일은 누가 하죠? 영농철이면 하루 배달 건수가 20건 정도 돼요. 조합장님을 모셔다 드리고 오면 다음날에는 40건이 되는 겁니다. 정작 내가 맡은 일은 못하면서 심지어 내 차로 모셔다 드려요. 기름도 내 돈으로 넣을 때도 있었습니다. 출장비라고 주는데 1만원인가, 1만 5000원인가. 내 차에 내 돈으로 기름 넣고, 내가 운전해주고… 일은 밀리고, 전 뭐죠?”

 

김대환 씨./최현주 기자.
김대환 씨./최현주 기자.

 

물론 홍 조합장은 봉양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라고 하지만 실제 그러기는 쉽지 않다. 막상 주유소에 가면 담당 책임자가 안 된다고 거절한다는 것. 그래서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다.

홍성주 조합장의 갑질은 연탄은행 바자회 때도 발생된다. 엄밀히 말하면, 갑질이라기보다 직원들의 ‘암묵적인 복종’이다. 홍 조합장은 (사)징검다리 제천시지부 운영위원장으로 매년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 봉사’를 한다.

연탄은행 바자회는 티켓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연탄을 사서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주는 것인데, 홍 조합장은 봉양농협 사업장 별로 30~40매씩 티켓을 할당한다. 직원들은 이 티켓을 알아서 구매해야 한다. 또 바자회 때는 농협직원들이 물품판매 일도 한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원하지 않을 때도 있는 것 아닙니까? 원하지 않을 때도 저희들은 티켓을 사야하고 바자회 판매 일을 해야 합니다. 암묵적인 동의이자 복종이죠. 농협과 관계없는 일인데 일은 직원들이 하고 명예는 조합장이 누리고 너무 불합리하지 않나요?”

 

인사권 없는 조합장 사모가 말했다…“내가 좋은 부서로 옮겨 줄께”

갑질은 조합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홍 조합장의 부인이 공공연하게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비판하고 있다.

“너, 내가 조합장한테 얘기해서 짤라 버린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내가 표창장도 주고 좋은 사업부서로 가게 해줄게.”

노동자들은 홍 조합장 부인의 막말과 회유를 들었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홍 조합장 부인이 직원에게 파를 던지며 ‘너나 다 X먹으라’고 고함을 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노조 결성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열악한 임금조건과 모욕적인 갑질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노조를 결성한 것.

현재 봉양농협 전체 노동자는 31명이다.(조합장, 상임이사 제외) 이중 정규직은 16명이고, 비정규직은 15명이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11명으로 이중 9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갑질에 대한 사과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김대환 씨는 “그동안 최저임금 겨우 넘는 돈을 받았는데 인격적인 모욕까지 당하니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봉양농협 노조는 홍성주 조합장의 사과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최현주 기자.
민주노총 소속 봉양농협 노조는 홍성주 조합장의 사과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최현주 기자.
제천 봉양농협 노동조합은 지난 22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함께 민주노조 사수를 주장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봉양농협 노조 제공)
제천 봉양농협 노동조합은 지난 22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함께 민주노조 사수를 주장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봉양농협 노조 제공)

 

봉양농협 비정규 노동자 급여는 언제나 200여만 원

봉양농협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홍성주 조합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노동조건 개선이다.

노동조건은 상여금 120%(연 200만 원 정도) 지급과 학자금(대학생 자녀를 둔 노동자 대상, 현재 노조원 중 대상자는 2명) 등 크게 두 가지다. 그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은 600~700%의 상여금과 자녀학자금을 받아 왔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받지 못했던 것.

김대환 씨는 “우리가 정규직 노동자들과 똑같이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저희들은 입사 10년이 되도 월 실수령 액이 200만 원 정도입니다. 1년이든 10년이든 비정규직 급여는 모두 200정도입니다. 10년 전 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와 똑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봉양농협 측은 이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교섭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협상이 타결되는 듯 했으나 노동자 복직 문제와 교섭권 문제가 또다시 발생,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최근 봉양농협에는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설립, 교섭권 자체를 잃을 처지가 됐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 주장에 대해 농협측은 농협 경영이 좋지 않으니 안 된다고 말한다. 안경수 상임이사는 “농협의 경영이 안 좋다. 현재로선 안 된다”며 “경영이 안 좋기 때문에 정규직이 꼭 필요한 부서가 아니면 인건비가 싼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홍성주 조합장은 개인적인 업무를 노동자들에게 지시하고 갑질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부 농협 일이고 공적인 업무다”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노조 활동에 대해, 자신을 조합장에서 떨어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민주노총이 개입한 것이라고 보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홍 조합장은 “국회나 다른 지역 업무를 볼 때 직원을 데리고 갔다. 규정대로 다 수당을 줬다. 그게 갑질인가”라고 반박하며 “노조의 요구사항이 매일 바뀌고 있다. 전에는 노동조건만 얘기하더니 이제는 한국노총을 없애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홍 조합장은 “민주노총은 북한 김정은의 지령을 받은 단체다”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이 기사는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다음 기사는 홍성주 조합장이 36년간 조합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과 농협의 구조적인 문제(상임조합장 및 비상임조합장)등에 대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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