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경계선지능 아동 엄마들 다시 만나보니…
‘학습→사회성’…아이들 성장 따라 엄마 요구도 변화

 

3년 전 만났던 엄마들을 다시 만났다. 청주에서 경계선지능 아동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다. 당시 그들은 각각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었다.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차라리 장애등급을 받고 싶지만, 지능지수가 경계선이라 받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던 엄마들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들에게 분명 문제가 있지만, 어디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었다.

‘글은 읽고 쓸 줄 알아야 하는데’, ‘공부를 못 따라가면 어쩌나’ 아이에게 좋다는 상담실, 치료실을 찾아다녔고, ‘엄마표 학습’에 열중했었다. 삼삼오오 모여 책읽기·놀이 프로그램을 서너 번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코로나로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년, 그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코로나로 학력격차가 더욱 벌어진 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오히려 코로나 덕을 봤다며 환하게 웃는다. 코로나로 많은 아이들의 발달이 느려지다 보니 다른 아이들과의 격차가 줄어들었다며 오히려 너무 좋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아 학교(단체)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 아이가 훨씬 안정감을 되찾았다고도 전했다.

“전체적으로 아이들의 발달이 늦어지니까, 다른 아이들과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요즘엔 혼자 노는 아이들도 많잖아요.”

“우리 아이들은 사람과의 관계가 스트레스였어요. 그런데 학교에 안가니까 너무 편안해 하더라고요. 말도 많아지고, 표정도 밝아지고. 어쨌든 저희들은 코로나 덕을 많이 봤어요.”

그야말로 ‘웃픈’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학력·사회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반면 경계선지능 아동 엄마들은 오히려 코로나 덕에 자신들의 자녀가 ‘평균’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중간’, ‘평균’이라는 기준은 때론 누군가에게 박탈감을 주기도, 때론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공부’ 보다 ‘또래관계’

엄마들의 요구는 아이들의 성장과 맞물려 있었다. 물론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계선지능과 관련된 충북도의 지원은 전무하다. 그럼에도 엄마들의 관심사와 요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본격적인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엄마들의 요구는 ‘문해력’, ‘학력’ 대신 ‘성교육’, ‘또래관계’, ‘사회성’ 등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유치원 또는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사교육 기관에서 치료와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했고 그런 지원이 절실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기관에 가서 1~2시간 교육받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일상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해요. 또래관계, 사회성 향상이 중요하니까요. 사교육기관에서 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올해 5학년이 되는 은정이(가명)는 전형적인 경계선지능아동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씩 도움반에서 국어와 수학을 공부한다. 요즘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고 자기주장도 강해졌다. 여전히 자신감이 없고 친구관계에 있어서 감정표현이 서툴다. 엄마는 요즘 은정이의 또래관계가 걱정이다.

은정이와 같은 나이인 민준이(가명)도 마찬가지다. 민준이는 그동안 친구관계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또래보다는 동생들과 잘 어울리는 민준이가 엄마는 늘 걱정이다. 그리고 중학교 입학이후에도 지속될까봐 고민이다.

 

비장애인 대상 인식개선교육 절실

엄마들은 요구한다. 특수반에서도 일반반에서도 적응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일단 학교에서의 맞춤형 교육, 일대일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식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계선지능 아동들의 사회성 향상에 교사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는 뜻이다.

충북에서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진다니 반가워요. 하지만 조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식개선 같아요. 일단은 학교에서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이 중요해요. 배제하고 열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고 같이 한다는 것을 선생님들이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계선 아이들을 위한 자조모임 필요성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당시 경계선지능 아동들끼리 했던 그림책 읽기 수업, 솜사탕 만들기, 키즈카페에서 함께 한 놀이는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아이들이 3년 전 이야기를 아직도 해요. 그만큼 그때 기억이 좋았던 거죠. 아이들이 그때 친구들하고 또 놀고 싶다고 말하고, 보고 싶다고도 해요.”

엄마들은 조만간 다시 모임을 재개하고 만남도 시도할 계획이다. 그리고 경계선 아동들을 위해 이제는 당당히 목소리도 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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