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까지 88하게 해준다’는 9988사업, 대폭 축소 예고
고용안정·연차수당 보장 요구했더니 시간·경로당 수 축소
충북도·대한노인회충북, 노사갈등 감소 방안이라며 제시

경로당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9988행복나누미(이하 행복나누미)들이 자신들의 근로자성을 유지해 달라며 집단행동을 하고 나섰다.

이들은 충북도 및 (사)대한노인회충북연합회가 기존에 제공하던 행복나누미들의 연차(15일)를 줄이고 4대 보험을 폐기하려 한다며, 고용에 ‘심각한’ 불안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또 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매우 높음에도 충북도는 대상자와 기간을 축소하는 등 현장과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헸다. 특히 충북도가 9988사업의 기간·경로당 수와 강사들의 연차감축, 4대 보험 폐기 등을 시도하는 이유는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갈등 감소를 이유로 사업을 변경하려는 것은 결국 노조 없는 강사단을 운영한다는 뜻으로 현재 조직되어 있는 노조를 위축시키는 것, 더 나아가서는 노조를 해산시키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노인들의 97.5%가 만족한다는 9988사업

9988사업은 2012년 처음 도입됐다. 노인복지법 37조에 따라, ‘경로당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시종 전 도지사가 시작했다.

목적은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99세까지 88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행복나누미들은 △음악 △미술 △오락 △체육 △재활 △교육 △이미용 등 7개 분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 충북도내 3432곳 경로당에서 230명의 행복나누미들이 주 1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 경로당은 전체 경로당의 82%에 달한다.

행복나누미는 1일 3시간 수업을 진행한다. 시간당 강사비는 2만원이고 1일 6만원을 받고 있다. 또 강사비와 함께 주휴수당, 교통비, 4대 보험, 퇴직금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2012년 이후 (사)대한노인회충북연합회(이하 노인회충북)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노인회충북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에 만족하는 노인들의 비율은 무려 97.5%(매우만족 78.9%, 대체로 만족 18.6%)에 이른다.

 

연차 일수로 시작된 갈등

70여명의 행복나누미들이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올 초다. 당초 이들이 요구했던 것은 15일 연차보장과 고용안정이었다.

2020년까지 행복나누미들의 연차는 15일이었으나, 올해부터 11일로 축소된 것. 충북도가 연차일수를 축소한 근거는 대법원의 판례였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최대 연차휴가는 11일’이라고 판결한바 있다. 그러나 이는 고용노동부 해석과 배치,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쨌든 충북도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1년마다 재계약을 통해 선발되는 행복나누미들의 연차를 11일로 한정시켰다.

행복나누미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지희 9988충북지부장은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 계속하는 행복나누미들도 많고, 대다수 5~6년 동안 계속 하고 있다. 1년마다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만 요식행위일 뿐이다. 물론 강사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면 중간에 그만둬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큰 문제없이 수년동안 하고 있고 무기계약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행복나누미는) 사실상 1년 기간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지희 공공연대노조 9988충북지부장.
문지희 공공연대노조 9988충북지부장.

 

연차 보장해 달랬더니 사업 대폭 축소?

갈등의 발단은 연차일수 보장과 고용안정으로 시작됐지만, 현재 이슈는 9988참여 경로당 수와 프로그램 기간 축소, 노조활동 차단으로 확대됐다.

충북도는 지난 7월 충북연구원이 발표한 ‘9988 행복나누미 사업 발전방안 연구’에 따라 이 사업을 대폭 수정할 것을 예고했다.

충북연구원이 제안한 수정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경로당 수 감소다. 프로그램 참여 노인 수에 상관없이 진행되던 것을 내년부터는 7인 이상 노인이 모여 있는 경로당에서만 진행한다는 것.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소규모 경로당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7인 미만 경로당을 이 사업에서 제외할 경우, 참여 경로당 수는 기존 82%에서 약 50%로 대폭 줄어든다.

문 지부장은 “사업대상을 7인 이상 경로당으로 제한하면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간 차별을 조장하는 일이다”라며 “초기 사업취지가 퇴색되는 것은 물론, 이 사업의 목적과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둘째는 강사비다. 충북도는 2012년부터 동결된 강사비를 내년부터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시간당 2만원을 4만5천원~5만원으로 인상시켜주겠다는 것. 하지만 행복나누미들은 실제 임금이 오히려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간당 강사비가 인상되긴 했지만 프로그램 운영 시간이 1일 3시간에서 1일 2시간으로 줄었고, 한명의 행복나누미가 갈 수 있는 경로당 수를 1일 2개로 제한했기 때문. 또 운영기간도 현재 12개월에서 8~10개월로 축소되기 때문에 사실상 행복나누미들이 받는 임금은 100만 원 이상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충북연구원은 99888 프로그램 운영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할 경우, 현 예산(1년 63억 원)에서 20억 원 가량을 줄일 수 있고, 8개월로 단축할 경우엔 3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 충북연구원 '9988 행복나누미사업 발전방안 연구'
출처 : 충북연구원 '9988 행복나누미사업 발전방안 연구'

 

문지희 지부장은 “혹한기, 혹서기인 1월과 8월에 사업을 안 하겠다고 하는데,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이다. 그 기간은 오히려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이용하는 비율이 더 높은 시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셋째는 노조활동이다. 사업위탁기관인 대한노인회는 “강사들이 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표출되고 있어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시군 노인회지회에서는 현재의 제도로는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이라고 밝혔다. 강사들이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다.

공공연대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행복나누미들의 4대 보험을 없애고 노동자성이 없는 강사제로 변경하고자 하는 가장 큰 핵심은 ‘노사갈등 감소’라는 것을 이행하기 위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버젓이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공연대노조 9988충북지부는 “충북도 및 노인회충북이 사업을 변경해 추진할 경우 단체 행동을 할 계획”이라며 “이 사업의 당사자인 경로당 회장과 노인회충북, 도청, 지자체, 행복나누미들이 함께 모여 토론회를 열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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