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2020년 진행한 ‘청소년 부모 생활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지내고 있다’는 응답이 6.3%를 기록했다.

조사에 응답한 청소년 부모 315명 중 44.4%가 ‘보증금 있는 월세’에 살고 있다고 답했다.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는 18.7% ‘가족 및 친척 거주지에서 무상으로 거주’하는 경우는 15.2%였다.

고시원과 같은 ‘보증금 없는 월세’도 6.7%에 달했다.

이 조사는 현재 거주하는 주거형태 비율로, 다른 조사에서는 모텔과 같은 숙박업소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경우도 12%에 달했다.

2018년 통계청 인구통계에 따르면 그해 한국에서 32만6822명명이 태어났다. 이 중 19세 이하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1300명이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조사 결과를 대입하면 청소년 부모 80명 정도가 현재 모텔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160명 정도가 모텔에서 육아를 한 경험이 있다고 추정 할 수 있다.

 

이들은 왜 모텔에서 육아를 병행할까?

2021년 4월 12일 인천의 한 모텔에서 거주하던 남성 A(당시 20세)씨가 생후 1개월된 둘째 딸을 나무탁자에 집어던져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발견당시 둘째 딸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속당시 모텔에는 A씨와 아들(2세), 둘째 딸이 살고 있었다. A씨의 아내는 사건 발생 일주일전에 사기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이 거주했던 모텔주인은 A씨와 그의 가족들이 2021년 1월 모텔로 들어와 둘째 딸을 출산했다고 밝혔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A씨의 아내는 모텔 화장실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왜 모텔로 들어왔을까? 이들 부부는 그해 1월까지 모텔에서 300m정도 떨어진 다세대 주택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월세를 제때 내지 못했고 집주인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처음에는 찜질방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이용한 찜질방 주인은 “이들 부부가 매일 같이 왔었다”며 “찜질방이 문을 닫자 모텔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월세를 낼 형편이 안된 A씨 부부가 임시거처를 찜질방과 모텔로 옮긴 것이다.

모텔 주인은 A씨가 밤에는 배달일을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배달 일을 나간 것 같은데 일이 끝나면 그날 그 날 방값을 계산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A씨 가족은 가족과의 관계도 단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장인은 사건 한 달 뒤 취재진에게 “딸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다”며 “사고 소식도 취재진에게 처음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형편이 어렵다. 1월 경에 딸에게 전화가 왔는데 집 밖으로 나가야 된다고 했다”며 “그래서 아이 친할아버지 한테 전화를 했는데 신경도 안 썼다”고 말했다.

모텔주인은 “A씨에게 물어보니 시댁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이유로 들어 결혼을 반대했다”고 전했다.

결국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족들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이들은 모텔에서 육아를 병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A씨에 대해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징역 3년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집행부는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배우자가 가족이나 지인들의 도움 없이 아이 둘을 키우고, 제도적 지원 없이 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했다"며 "배우자마저 구속되는 바람에 A씨가 혼자 아이들을 돌보다가 범죄행위를 했다"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이들의 가난은 이유가 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2020년 공개한 ‘청소년 부모 생활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315명중 전체 응답자의 61%는 현재 별다른 직업 없이 쉬고 있다고 응답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 15.6%였고 학생이라고 답한 비율은 6.3%였다. 대부분의 청소년 부모들이 안정적인 수입원을 갖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 부부의 주 수입원은 ‘기초생활수급/한부모 가족지원 아동 양육비’ 등 정부 지원금이다. 조사대상자 32%가 이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몇몇 조항 때문에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현행법상 한부모 가정에는 아이 1명당 양육비 월 35만원과 자립촉진수당 월 10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대상자는 모두 모자 가족 혹은 부자(父子) 가족 등 한부모 가정이다.

미성년인 청소년 부모가 부부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받을 수 없다. 만 18세 이상이 아니면 혼인신고도 할 수 없다.

부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청소년 부부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전세자금대출 등 주거 지원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기초생활급여를 받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신청을 할 경우에도 청소년 부부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미성년자인 청소년부모의 부모가 부양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위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부모의 26%가 월 수입이 50만원이 되지 않는다. 50~1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답한 비율을 27%, 100만원~150만원이라고 답한 경우는 16.2%였다.

150만원~200만원은 14.6%, 2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는 16.2%였다.

일자리가 없는 이유에 대해 32.6%가 자녀를 직접 양육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어 ‘자녀를 맡길 곳이 없음’ 30.6%, ‘구직난’ 16.6%, ‘학업’ 14.5였다.

월세로 방을 얻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미성년자가 임대차 계약을 맺으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부모나 친척 ‘어른’의 동의서 없이는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없다.

가족과 격리된, 혹은 관계가 단절된 청소년 부부가 월세 계약 조차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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