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기관 교육자료 한곳에 모아 놓는 통합 플랫폼
한 번의 회원가입·로그인으로 여러 자료 얻을 수 있어
미래교육사업으로 교육부에서 이미 대대적으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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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은 4일 보도 자료를 통해 윤건영 교육감이 업무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결재한 건이 ‘충북에듀테크시스템 구축’이라고 홍보했다.

충북에듀테크시스템은 AI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교사들의 업무경감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는 학력뿐 아니라 독서·인문교육, 진로, 인공지능 분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내년 3월부터 국어, 수학, 영어 교과에 대해 우선 실시되고 내년 말에는 학력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보도자료에는 충북에듀테크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렇다보니 AI 및 빅데이터에 기반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현행 평가와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그래서 학생들은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인지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들도 잘 모르고 있다. 특히 과거 줄세우기 평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똑똑! 수학탐험대' 홈페이지 갈무리.
'똑똑! 수학탐험대' 홈페이지 갈무리.
'AI펭톡' 홈에이지 갈무리.
'AI펭톡' 홈에이지 갈무리.

 

충북에듀테크시스템이 뭔가요?

도교육청이 주장하는 AI에 기반하는 충북에듀테크시스템이란 과연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북에듀테크시스템이란 교육 자료 통합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EBS 등에서는 AI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충북교육청은 이러한 자료를 한곳에 모아놓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똑똑 수학 탐험대’, EBS의 ‘AI펭톡’,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책열매’ 등이다. 

AI기반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학생이 수학교과에서 분수와 관련된 문제를 틀렸을 경우, 왜 틀렸는지 AI가 분석해주는 것을 말한다. AI프로그램에 의해 틀린 문제보다 난이도가 낮은 문제가 제시되거나 설명, 다른 문제와도 연계해준다. 현재 사교육기관에서는 이러한 자료들이 수없이 많이 제공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각 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여러 교육자료를 단 한 번의 회원가입과 로그인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김성완 도교육청 학교혁신과 초등교육팀 장학관은 “충북에듀테크시스템이란 쉽게 말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자료를 모아서 통합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다. 한 번의 회원가입과 로그인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TF팀을 꾸려 컨텐츠 선별, 관리주체, 예산, 충북교육청 자체 개발 및 관리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에서 대대적으로 한다는데 굳이?

하지만 이는 시작 전부터 우려를 낳고 있다.

학생들이 많이 활용할지, 교육청에서 어떻게 운영할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예산낭비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는 현재 교육부 사업이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K-에듀통합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교사·학생이 민간·공공의 경계를 넘어 필요한 디지털 교육 자료를 이용하고 인공지능으로 맞춤형 학습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총 7년간 약 6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정부는 학습 데이터를 통합 플랫폼 내에서 공유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개선된 맞춤형 서비스를 주고받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우려사항은 이미 경남교육청의 선례가 있다는 점이다. 경남교육청에서는 교육플랫폼 ‘아이톡톡’을 자체적으로 개발, 학생을 개별적으로 진단하고, 맞춤형으로 필요한 학습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충북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경우 교육청에서 계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모니터링을 했다. 사교육기관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자칫 예산낭비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충북교육청이 교육부에서도 하는 사업을 굳이 하는 이유는 뭘까?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통합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지만 자꾸 늦어져서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한번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또다른 일각에서는 윤건영 교육감의 정치적 목적이 아니냐며 지적한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6일 성명을 통해 “에듀테크시스템이라는 내용도, 방법도 모르는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한다면서 당장 올 하반기부터 무작정 평가부터 진행하고 보자는 식의 업무추진은 교육감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학생을 실험도구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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