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기금 273억 원 중 80~90%는 공장시설 개선으로 사용”
시멘트 업체의 기만적인 사회공헌기금 비판…“주민 들러리냐?”
강원도 모 지자체 기금관리위원회 위원 7명 중 4명은 업체 추천
사회공헌기금 사용처, 금액 놓고 논란 제기될 전망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제공.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제공.

시멘트세 대신 기금을 조성해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돕겠다는 시멘트 업계 주장이 기만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만적인 행태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충북도와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시멘트 업체가 매년 250억 원을 출연해 시멘트 업체로 피해를 본 강원·충북·전남·경북 주민들에게 지원하겠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지난해에 경우 상당수 금액을 시멘트 업체 시설개선을 위해 사용했다.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실소만 나온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충북도의 A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시멘트 업체가 사회공헌을 위해 자체적으로 175억 원을 쓰고 98억 원만 한국생산성본부에 납부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98억 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다. 올 상반기 안에 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멘트 업체가 자체적으로 사용했다는 사회공헌기금 175억 원 내역을 확인해봤더니 80~90%가 시멘트 공장 내 환경개선사업이었다. 사회공헌기금은 10%밖에 안됐다”고 전했다. (250억 원보다 많은)273억 원이 주민들에게 다 돌아간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상당수 금액은 시멘트 업체가 당연히 해야 하는 공장 내 시설개선 비용으로 썼다는 얘기다.

A씨는 또 “올해 조성될 기금 250억 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250억 원을 주민들에게 다 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시멘트 업계가 조성하는 250억 원 중 충북 지역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작년 기준으로 제천은 17억 원, 단양은 59억 원이다.

 

시멘트세 대신 기금으로…단양 59억 원, 제천 17억 원

최문순(강원)·이시종(충북)·김영록(전남)·이철우(경북) 도지사는 2020년 10월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시멘트세) 신설 규정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 건의문’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전달한바 있다.

지자체에서는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소음·악취 등으로 지역이 환경오염·주민 건강 등 피해를 보고 있으니 세금을 부과해 지역 환경개선과 지역 개발 등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시멘트업계 자발적 기금조성 협약서.
시멘트업계 자발적 기금조성 협약서.

 

그러나 시멘트 생산업체들은 업계 고통이 가중된다며 반발했고 쌍용양회공업(주), (주)삼표시멘트, 한일시멘트(주), 한일현대시멘트(주), 아세아시멘트(주), 성신양회(주), 한라시멘트(주)와 권성동(국민의힘·강원 강릉시), 이철규(국민의힘·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엄태영(국민의힘·충북 제천시단양군) 유상범(국민의힘·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 국회의원은 지난해 2월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발적 기금을 조성하기로 협약했다.

‘지역사회공헌 확대를 위한 시멘트업계의 자발적 기금조성 참여 협약서’에 사인을 한 것인데, 시멘트 공장 주변지역 주민을 위해 매년 250억 규모의 기금을 출연해 상생소통과 사회공헌활동을 하기로 했다. 시멘트세 대신 기금으로 지역주민을 직접 돕겠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시멘트세 신설을 부결했다. 올 1년 동안 시멘트업체들이 출연하는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확인해보고 시멘트세 신설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올해는 세금 대신 기금으로 지역주민을 돕게 됐다.

 

어디에, 어떻게 기금 사용할지가 관건

그러나 정작 제천(17억 원)과 단양(59억 원)은 기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또 이를 결정하는 기금관리위원회 위원을 선출하지 못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기금관리위원회 구성을 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진행되지 못해 제천시는 산자부 요구대로 17일 서둘러 5명의 위원이 모여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협약에 따르면 위원회 구성은 지역 국회의원 추천 1인, 시장(군수)추천 1인, 의회 의장 추천 1명, 업체 추천 4명 등 총 7명이다.

실제 기금 사용처와 액수를 결정하는 위원들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시멘트 업계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7명 중 4명이라는 얘기다. 강원도 동해시의  경우 기금관리위원장이 한 시멘트 업체의 공장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시멘트대책위 관계자는 “단단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라며 분노했다.

 

동해기금운영규정.
동해기금운영규정.

 

또 동해시 기금운영규정에 따르면 기금 사용을 환경설비 설치(개보수)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 기금조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단양군의회 김광표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제305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강원도 모 지자체의 기금운영 규정에는 환경설비 설치나 개보수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며 “가뜩이나 기대보다 적은 기금이 주민피해 보상과 주민 건강 외에 엉뚱한 곳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시멘트대책위 관계자는 “기금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시멘트 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하게 되면 주민들은 들러리밖에 안된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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