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아 님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는 MZ(20~30)세대 활동가입니다. 필명은 ‘박하’입니다. 환경운동 활동가이자 MZ세대가 겪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정부 퇴진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박하(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정부 퇴진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박하(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며칠 전, 비 오는 날이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진행하는 전국 동시다발 행동에 참여해 1인 시위를 했다.

삼성이 강릉에 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인데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석탄발전소가 완공되고 가동이 시작되면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 시키는 건 물론 뒤따라올 여러 환경 피해도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삼성 서비스센터로 들어가는 주차장 입구 앞에 서서 피켓을 들고 있었고 지나가는 차 중 몇몇은 속도를 줄이며 피켓을 유심히 보았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피켓을 계속해서 쳐다봤다.

그래서 신호 대기 중인 차가 있으면 피켓의 각도를 조절해 잘 보이도록 했다.

이날 따라 누군가(아마도 서비스센터 직원?)가 왜 이렇게 시위를 하는 거냐고 물으면 분노에 차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왜 그런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삼성이 강릉에 건설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박하
삼성이 강릉에 건설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박하

1인 시위를 한다고 A0 크기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서 있으면 이상하게 알 수 없는 희열감이 따른다. 남들은 하지 않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많은 사람 중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드는 사람의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거다’라고 이유를 집어내지 못하겠지만 희열감과 뿌듯함(이게 적절한 감정인가 싶지만)을 느끼는 건 확실하다.

어릴 때 분명 엄마나 아빠 손을 잡고 집회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을 테지만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기억에 남은 첫 집회는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수업도 재끼고 친구들 20여 명이 모여 서울로 올라간 거였다.

손 피켓 하나도 없이 준비한 건 단체로 맞춰 입은 옷과 노래, 수화가 전부였다.

거리를 다니며 중간중간 멈춰 서 노래를 따라 수화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았고, 몇몇 외국인들은 사진을 찍어 갔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한다는 게, 얼굴이 알려진다는 게 쪽팔렸다.

민망했지만 여럿이 같이 있으니 용기가 났던 것 같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박하(가운데)
촛불 집회에 참가한 박하(가운데)

그때 기억이 자신감으로 심어졌는지 20대 초반, 시민단체 활동가로 막 발을 들여놓았을 때 거리낌 없이 쉽게 거리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동기부여는 필요했다. 여러 단체가 같이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하거나 집회에 참여할 때, 서명운동할 때 무엇으로 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고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환경연합에 지원서를 낼 때 뭔가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말을 적었었다.

그런 활동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오면 이상하게 재미있고 힘이 났다.

언젠가 어느 집회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경찰들이 우리를 막아 대립 상태가 되었을 때 속에서 뭔가가 툭 터질 것처럼 뜨거워졌다니까?

얼굴 팔리는 게 싫어서 뒤에서 소극적으로 참여했던 기억은 어디로 날아갔다.

함께 구호도 외치고,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지가 나는 사람들에게 동참해달라고 서명도 받고 하는 그런 것들이 진심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재미있었다’라는 감상평을 남기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은 아니다.

계속 활동가로 운동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얻기 때문이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어렵지 않더라.

그래서 동기를 얻었던 어느 날 그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가끔 ‘나비효과’ 이론을 떠 올린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데 무언가 바꾸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미래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들 1인 시위나 집회에 참여해 본 경험 하나씩은 있잖아요?

저는요, 참여할 때마다 뭔가가 ‘뀌겠구나, 바꿀 수 있구나’ 그런 마음이 들고 또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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