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1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내 집은 어디에~~

글 :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최영미

 

2019년 11월 1일 기준 대한민국 총 주택 수는 1,812만 7,000호로 그중에서 개인이 소유한 주택은 1,568만 9,000호로 전년(2018년)보다 2.4%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좁디좁은 땅 안에 참 많은 주택이 들어서 있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집들 그 집은 다 어디에 지어진 걸까요?

요즘 차를 타고 가다보면 산자락을 개발해 주택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 논이었던 곳이 어느새 아파트 단지가 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 할 집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집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집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집을 지으려 환경을 파괴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집에서 자식을 낳아 키우지만 자식과 같이 오래 살지 않습니다. 다들 짐작했겠지만 오늘 집 주인은 동물들입니다.

그리고 2021년 에코콤플렉스에서 보았던 동물들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들어보려 합니다.

 

집을 잃은 꾀꼬리 이야기

 

“히오, 호호, 호이오”

정말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하지만 내 울음소리는 곧 ‘윙윙윙’ 하는 굉음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내 집은 그렇게 기계톱 소리와 함께 스러져갔다. 아이들을 잘 낳아 기르려 높은 가지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품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나는 내 집과 아이들을 잃었다. 내 부모 형제가 태어나고, 내가 태어났고 내 아이들도 그곳에서 태어나 자랄 줄 알았던 나무가 한 순간에 쓰러져 동강 동강 잘려나가고 있었다.

그들을 죽일 듯 위협을 가했지만 그들에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이 말하고 있었다. 넓은 집을 위해 내 집이 있던 참나무는 평수를 줄이는 방해요인이라고. 정말 일말의 가책도 없이 잘라내고 있었다.

집을 잃은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딱새 부부도 잘려진 나무 주변을 떠나지 않고 목이 터져라 울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어느 날 당신집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냐고.

그것도 당신 아이가 그 안에 있었다면 말이다. 제발 우리에게 작은 공간 하나만 남겨달라고.

이러다가 우리가 사라진다면 사람들 당신들도 잘 살 수 없음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길 잃은 뱀 이야기

청주에코콤를렉스로 들어온 뱀
청주에코콤를렉스로 들어온 뱀

 

평소와 같은 아침, 나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 위를 조심스럽게 기어가고 있었다.

얼마를 기어왔을까?

여름 햇살이 너무 덥고 지쳐 힘을 잃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시원한 기운이 나오고 있었다.

그 시원함을 따라 들어왔는데 갑자기 쿵쾅거리는 울림이 온 몸으로 느껴져 온다.

엄마 아빠는 말했다 이런 진동이 울리면 빨리 도망가라고. 그래서 나는 정말 온 힘을 다해 숨을 구멍을 찾았다.

그런데 평소에는 그리 빨리 보이던 풀도 돌도 땅 속 구멍도 나오지 않았다. 저 소리들이 더 가까이 오기 전에 피해야 한다. 어디론가 정신없이 숨었는데... 그랬는데 나는 나갈 수 없었다. 사람들 소리가 계속 들려와서.

도대체 여기는 어디일까. 우리 집은 어디쯤 있을까?

순간 아빠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 집에서 조금만 잘 못 가면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그 곳에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고’

그곳은 아무리 기어가 봐도 먹을 것도 물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뭔가 계속 가로막아 더는 앞으로 갈 수 없었다.

또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몸을 빠르게 움직여 숨어야 하는데 움직여지지 않는다. 며칠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기운이 빠진 나는 필사적으로 움직였지만 사람에게 들키고 말았다.

나 보다 몇 십 배는 큰 그 사람이 나를 보고 도망갔다. 나는 그 틈을 타 죽어라 풀냄새가 나는 쪽으로 기어갔다.

얼마를 정신없이 기었을까?

맨질 맨질하고 딱딱하던 바닥이 부드러운 바닥으로 바뀌고 내 몸을 숨겨주던 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자 빨리 집으로 가자!

 

집을 찾던 참새 이야기

여름이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짝을 찾아 집을 짓고 알을 낳아 품고 있었다.

‘나도 빨리 짝을 찾고 집을 지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요즘에는 안전하게 집을 지을 곳이 많이 사라졌다. 나무도 줄고 사람들이 사는 집도 예전 같지 않아 집 지을 곳이 마땅치 않다.

적에게 안전한 곳은 이미 다른 친구들이 집을 짓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사람들이 사는 건물 주변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름 햇살 따가운 날 건물주변을 돌던 나는 정말 안전한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약간 어둡지만 앞에는 공원이 있어 먹이 구하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집을 짓기 좋은 장소였다.

여러 친구들이 함께 살아도 좋을 곳이었다. ‘이 좋은 소식을 빨리 친구들에게 알려야지’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려니 문이 닫혀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곳은 앞으로도 나 갈 수 있는 곳이니까. 저기 친구들이 모여 있다.

얼른 알려야지 하며 앞으로 비상하는 순간 뭔가가 머리에 세게 부딪쳤다. 아무것도 없는데 뭐지?

정신 차리고 다시 더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런데 아까보다 더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바닥에 그대로 추락한 나는 날 수가 없었다. 친구들에게 이 좋은 곳을 빨리 알려야 하는데...

점점 희미해져 가는 눈길 너머에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지난 5월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뒤편 병풍 같았던 참나무,

아까시나무 수십 그루가 잘려나갔습니다. 땅주인에게 몇 번을 찾아가 사정해보았죠. 수십 년 그 곳을 지키던 나무이고 그 곳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산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그 주인에게는 땅 몇평 넓어지는 게 더 중요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나무들은 너무 쉽게 잘려나갔고 그 곳에 둥지를 틀었던 꾀꼬리와 딱새는 그 주변을 맴돌며 서럽게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어디 꾀꼬리와 딱새만 살 곳을 잃었을까요. 그 곳을 삶터로 지냈던 수백 수만 생명이 살 곳을 잃었겠죠.

그 주인은 말하더군요. 겨우 나무 몇 그루 없어지는 게 무슨 큰일이냐고 말이지요. 그렇게 하나하나 사라진 나무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동물들이 살 곳도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 사는 곳으로 들어 올 밖에요.

사람들에게 자꾸 밀려나는 그들의 집을 이제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청주에코콤플렉스 최영미
청주에코콤플렉스 최영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