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1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내가 버린, 누군가 입을 줄 알았던 옷

글 김민정(자원순환리더)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자주 샀었다.

결혼 후 남편도 옷 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두 아들은 무럭무럭 자라면서 매년 새로운 옷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쌓인 많은 옷은 큰 봉투를 가득 채웠고 주기적으로 아파트 재활용품 선별장의 헌옷 수거함에 넣어 두면 내 손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 후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몰랐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나의 아이들이 지낼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고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구환경을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2019년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에서 에코리더양성과정을, 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서 자원순환리더양성과정을 수료했다.

나는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자원순환의 중요성 그리고 새활용의 가치에 대해 알게 됐다.

이후 환경문제를 비롯한 자원순환과 새활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아이들과의 환경수업도 하게 되고 쓰레기를 연구하는 동아리 모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새활용공예가양성과정도 수료하게 되었는데, 수료식에서 새활용아이디어 공예품 발표회가 있어 양성과정 내내 어떤 소재로 새활용 할지 나만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러던 어느날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을 접하게 됐다.

누군가 입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헌옷 수거함에 넣었던 수많은 옷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수출되어서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결국 의류 폐기물이 되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패스트패션을 넘어선 울트라패스트패션 시대의 도래와 함께 너무 많은 옷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빨리 버려지고 있다.

9900원짜리 흰색티셔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은 2700L로 한사람이 3년간 마실 물의 양이고, 29000원짜리 청바지를 하나 만드는데 발생되는 탄소배출량은 33kg으로 자동차로 111km 이동시 배출되는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1kg의 옷을 세탁하면 아크릴 섬유의 경우 60%까지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고 하니 옷을 사고 입는 행위가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었다.

계절이 바뀔 때나 혹은 기분에 따라 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SPA브랜드에서 유행에 맞는 옷을 손쉽게 구매하다 보니 옷장에는 늘 옷이 넘쳐난다.

그러다 너무 많은 옷으로 옷장이 좁아 새 옷을 넣을 곳이 없을 때, 우리는 옷 정리를 하며 ‘나는 입지 않지만 누군가가 입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헌옷수거함에 많은 옷을 넣어 버린다. 재사용 될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을 조금 덜고 새로운 옷을 사서 다시 옷장을 채운다.

그러나 그렇게 모인 헌옷수거함 옷들의 단 5% 만이 국내 빈티지 시장에 유통되고 나머지 95% 옷은 kg 단위로 포장되어 방글라데시, 가나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의 헌 옷 수출량은 세계 5위이다.

그렇게 수출된 옷들도 50% 이상이 수입한 나라에서 입히지 않아 버려진다고 한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의 경우 버려진 옷들 때문에 거대한 헌 옷 무덤이 생기고 소들이 풀 대신 헌 옷을 뜯어 먹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볍게 소비하고 쉽게 버린 옷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심각성을 못 느끼고 살았었는데 영상으로 그 모습을 보니 우리는 쓰레기를 우리 집이 아닌 옆집 마당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김민정(자원순환리더)
김민정(자원순환리더)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의류폐기물의 주범이므로 되도록 덜 만들고 덜 사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라고 한다.

‘에코퍼, 비건가죽, 페트병으로 만드는 티셔츠“ 같은 친환경마케팅이 결코 지구를 위한 소비가 아님을 소비자들이 알아야 하며 지구를 위한 소비란 있을 수 없고, 단지 ”지구를 덜 해치는 소비만 있을 뿐’ 이라고 한다.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고 난 후부터는 옷이 필요할 때 중고거래를 이용하거나 입지 않는 옷은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하기도 하고 아이들 옷은 물려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입지 않는 옷과 신발이 집안에 쌓이고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소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미 가진 것들을 어떻게 쓰레기로 만들지 않고 재사용하거나 새활용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많은 양의 쓰레기를 줄일 수는 없을지라도 재사용・새활용하는 생활을 통해 쉽게 구입하고 버리는 태도도 바꿀 수 있고 소비지향적 삶을 조금이나마 생산지향적 삶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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