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1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검붉게 잘 익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사진 : 뉴시스)
검붉게 잘 익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사진 : 뉴시스)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를

글 : 자원순환리더 정영주

 

“얘들아~ 방귀를 뽕하고 방귀 뀌는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요?”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뽕나무요~” 라고 대답을 한다.

아마 재미를 더하고 알기 쉽게 그렇게 불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릴 적 동네에서 누에를 키우는 집이 있었다. 조그마했던 누에가 뽕 나뭇가지를 잘라서 주면 어찌나 잘 먹던지 요즘말로 ‘순삭’이라고 할 정도로 먹성이 좋았다.

6월 더위가 시작될 즈음에 뽕나무에서는 오디가 울긋불긋 익어간다.

흔한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오디는 요긴한 간식거리였다.

학교를 갔다 오면 책가방은 마루에 던져놓고 부엌으로 가서 노란색 주전자를 들고 산으로 향한다.

당연히 산에는 우리 집 뽕나무는 없다. 어느 집 것인지는 모르는 밭에 들어가 오디를 따면 어린 마음에 주인에게 혼이 날까 봐 얼마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던지 모른다. 손으로 오디를 따면서 잘 익은 것은 입으로 먹고 열심히 오디를 따서 주전자에 반 정도 차면 집으로 향한다.

손과 입에는 검붉은색 오디 물이 들고 머리에는 하얀색 실 같은 것이 붙어있어 무슨 전쟁을 치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오디 얼룩은 잘 지워지지 않고 오래도록 흔적을 남겼다. 지금은 누에를 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지만 오디 열매를 얻기 위해 뽕나무를 키우기도 하고 주변 야산에서 흔히 뽕나무를 볼 수 있다.

뽕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와 누에고치(사진 : 뉴시스)
뽕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와 누에고치(사진 : 뉴시스)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들이 만든 하얀색 고치들은 커다란 자루에 담아져 차에 실려 간다.

누에고치 속에는 번데기가 있으며 이 번데기는 삶아서 먹으면 짭짤하고 고소한 맛있는 영양 덩어리 간식이었다.

길가에 조그마한 손수레에 “뻔~ 뻔~ 뻔데기~” 하며 소리를 치는 번데기 장수가 연탄 화로 위에 솥을 올려놓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김을 내는 번데기~.

50원 100원이면 삼각형 깔때기 탑에서 하나를 꺼내어 숟가락으로 담아주던 번데기는 맛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삼각형 깔때기로 접은 종이는 누구의 책이었겠지요!

딱히 번데기를 포장해 주는 용기가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종이로 접어서 포장을 해주지않았을까? 지금 테이크 아웃 포장방법을 그 시절에 사용했을 줄이야!

지금 우리에게는 포장의 다양함과 예쁜 용기의 디자인을 보며 구매유혹을 받는다.

편리한 플라스틱 용기, 스티로폼, 비닐,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용기들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다. 가볍고 값도 싸고 쉽게 살 수도 있어 플라스틱은 우리의 생활에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져 있다.

분리수거된 페트용기(사진 : 뉴시스)
분리수거된 페트용기(사진 : 뉴시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넘쳐나는 쓰레기들이 길가에 버려져 있는 모습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플라스틱이 우리의 생활을 바꿔 놓았지만 쉽게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과 환경교육을 통해 페트병은 잘 모으면 훌륭한 자원으로 재활용 할 수 있다고 열심히 설명한다.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모으고', 이 4가지만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좋은 품질의 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페트병으로 옷을 만들고 인형 솜을 만들 수 있으니 열심히 분리배출 해야 된다고 말이다.

정영주(자원순환리더)
정영주(자원순환리더)

 

아이들 앞에서 많은 환경교육을 하고 있지만 행동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아 부끄러울 때가 있다. 살아오면서 내가 했던 행동들을 반성하게 되고 새로운 실천 다짐도 하게된다.

생태와 기후, 환경과 쓰레기 이야기 등 우리가 편리함 속에 생활해 온 것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환경인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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