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지역언론 모니터링 교육에 다녀왔다. 간 길에 ‘청주KBS 다큐공작소’에서 요청한 지역 언론에 관한 짧은 인터뷰에도 응했다. 지역 언론을 자주 보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직업적으로 뉴스를 많이 봐야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지금, 내가 접하는 언론은 무엇일까? 어느덧 나는 BTS가 6주 연속 빌보드 1위를 했다는 등의 기분 좋은 소식만 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는 듯하다.

중학생 때였다. 학교에 사건이 터졌다. 뉴스와 시사프로에 해당 사건이 보도됐는데, 언론에서는 한 입장만을 원색적인 제목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몇 년에 걸쳐 보도되었지만 나는 아무런 실체도 알 수 없었다. 이상했다. 뉴스가 공정한 진실만을 보도하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처음 생겼다. 매일 아침 배달되던 신문도 뒷면의 만화만 볼 뿐이던 내가, 언론이 궁금해졌다.

오랜 시간 걸친 호기심으로 언론을 바라보았고 비판적 시각을 키웠다. 신문과 뉴스가 전부이던 보도는 시간이 흐르며 인터넷이라는 더욱더 넓은 공간에서 양상이 바뀌어 갔다. 오늘의 언론은 이러하다. 조회수와 댓글 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된 기사나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한 프레임의 보도가 포털에 전시된다. 언론 보도 준칙은 지킬 필요도 없는 명심보감쯤에 불과하다. 급기야 가짜 뉴스까지 퍼진다. 세계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승리의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절대적인 진실일 것 같았던 뉴스는 어느새 어린아이들에게도 신뢰를 잃어 ‘기레기’라는 슬픈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그나마 조회수에 목매는 전국단위의 언론은 활력이라도 있어 보고 싶은 마음이라도 들지만, 지역뉴스는 그나마도 느껴지지 않는다. 취재 없이 보도자료를 받아쓰기할 뿐인 지역신문은 관공서 공지사항이나 건설사 홍보지 수준밖에 되지 않아 읽는 시간도 아깝다. 지역 자치와 시민과의 소통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 하다못해 맞춤법 검사기도 돌리지 않아 기본적인 수준도 되지 않는 기사들도 수두룩하다.

사실을 전달할 뿐 아니라 여론을 형성하고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수단인 언론. 언론은 제도 개선 이전에 가장 먼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빠르고 강력한 힘을 가졌다.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사회가 더 커지는 만큼 아무리 신뢰를 잃어도 영향력이 줄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에겐 늘 건강한 언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건강한 언론을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예전에 들었던 한 기자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은 자기에게 정보를 준 취재원들에게 빚을 졌다며,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했다. 게으른 ‘기레기’들 사이에서 사명감으로 몇 날 며칠을 밤새워 버티던 그 기자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나는 올바른 시선을 가진 건강한 언론을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수의 몇 기자에게 맡기고 있었다.

충북민언련 지역언론 모니터링 교육의 소제목은 ‘딱 우리가 아는 만큼만 언론은 바뀐다.’였다. 나는 언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 지역뉴스는 내가 아는 만큼 바뀔 수 있을까? 부지런히 취재한 기사를 볼 날이 올까? 시민들과 이야기하는 기사가 나올까? 언론 준칙을 지켜 약자들을 공격하지 않는 보도를 볼 수 있을까? 현저히 떨어지는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기사 제목이 바뀔 수 있을까? 조금 의심스럽고 벅차고 기대됐다. 충북민언련 모니터 위원단에 자원했다.

모두가 진작 언론에 대해 더욱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 지역에 건강한 기사를 계속해서 요구했다면 전국뉴스에 북이면 소각장 기사 한 줄 안 나는 일이나, ‘오창 여중생 자살’ 따위의 형편없는 제목은 보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론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기사 하나마다 수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세상은 그저 기분 좋은 소식만 본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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