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어 광역 케이블 탄생에 방송가 초긴장
보도강화 통해 언론위상 높일지 관심 증폭

충북지역 내 케이블TV 방송업체인 HCN이 (주)충북방송과 (주)씨씨에스를 인수함에 따라 지역방송가에 거대한 공룡이 탄생했다. 1994년 출범한 제주케이블(KCTV)에 이어 두 번째로 광역시·도 전체를 아우르는 단일 케이블TV가 출현한 것이다.

이 공룡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방송·통신의 융합 등으로 방송환경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쥬라기공원을 호령하는 육식공룡으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이 현실화됨에 따라 지상파 지역방송이 자기 권역에서 누리던 배타적 권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종일 지역관련 내용을 다루는 순도 100%의 지방방송이 공략할 틈새시장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으로 몸집을 불린 HCN이 가입자 확보에만 만족한 채 덩치 큰 초식공룡으로 생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에 8개 네트워크를 구축한 HCN이 그동안 현대백화점의 계열 방송사로서 지역문제를 다루는 보도 보다는 편성프램을 공유하는 SO(지역단위 케이블TV) 역할에만 충실해 왔기 때문이다.

청주 출신인 경청호사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과 콜센터가 청주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차원의 중심이동을 의미할 뿐 언론기능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통합 HCN의 진로는 방송제작을 야전에서 이끌 보도·편성국장 등의 면모와 충북방송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 여부 등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싸게(?) 산 만큼 100% 활용한다
일단 통합 HCN은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언론사로서 위상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950억원에 이르는 인수금액이 통상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케이블TV 업계의 인수 관행에 비춰볼 때 후한 값을 쳐준 셈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케이블TV 업체를 사고 팔 때 가입자 한 명은 50만원으로 계산하는 것이 관행. 청주 이북지역을 권역으로 하는 CCS와 청주 이남의 충북방송 가입자를 약 16만명으로 볼 때 적정 인수가는 800억 정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돈을 얹어주며 단일 케이블방송을 탄생시킨 만큼 전방위에서 본전을 찾기 위한 노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HCN(청주케이블)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사가 결정할 일이지만 보도강화 등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HCN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지상파 방송들이 백화점사업이나 모 그룹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든다”며 대응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보도강화에 나설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보도국장 자리 벌써부터 줄대기
HCN이 보도강화와 관련해 고민하는 또 하나의 축은 보도국장 선임 등 이른바 간판선수를 영입하는 문제다. 방송의 위상이 강화된 만큼 방송실무를 매끄럽게 이끌어갈 인사가 필요한 것은 물론 거물급을 영입할 경우 새출발을 선포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HCN은 이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 수준의 몸값을 주더라도 현역 방송인을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대 71학번으로 학보사 편집장을 지내기도 한 경청호 현대백화점 사장이 최근 충청북도의 고위공직자를 만나 보도국장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보도국장 선임에 쏠린 HCN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 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있지만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가운데 중앙지와 지역신문 관계자 가운데 일부 인사가 벌써부터 줄대기에 들어갔다는 설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HCN이 보도를 통해 위상강화에 나설지를 판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늠자는 고용승계다. 방송 현업 20여명을 비롯해 80여명(시설파트 제외)에 이르는 인원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일단 인력면에서 지상파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HCN은 인수계약 조건으로 전원 고용승계를 약속한 상태. 그러나 영입 직원들의 성향과 활용도를 수치화하는 등 사실상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소문이 퍼져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결국 구체적인 고용승계 여부는 실사가 마무리 되고 통합방송이 시작되는 내년 초에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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