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충북지역 각계 인사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충북도와 이원종 지사의 중재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사태 장기화에 대한 자성의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는 김승환(충북대학교), 허석렬(충북대학교), 김연각(서원대학교), 김인국(오송성당), 김창규(목사), 박종관(연출가), 홍석조(변호사)  이영섭(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본부장), 최진옥(충북여성민우회노동센터), 문재현(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박만순(민주노동당흥덕을위원회)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공동선언문 전문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해결을 위한 충북지역 사회 각계인사 공동선언>

노사의 실질대화를 위해 이원종 충청북도지사는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망령과 자본의 폭력이 극에 달해 있다. 그 폭압에 억눌린 노동자들의 절규가 하늘을 찌른다. 저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대들은 벽창의 귀를 가진 외계인인가?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는 국가 전체의 문제이며 법에 따른다고만 주장하는 그대들은 달나라에 사는 토끼인가? 약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을 짓밟고 어린아이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그들은 자본의 노예란 말인가?

이 나라의 대표 공복(公僕)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6일 자본과 노동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충청북도 역시 지난 3일 민선지방자치10년 도정 평가회를 통해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 기회의 땅 충북을 만들겠다는 전망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충북지역의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지회의 170여일이 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보면서 노사간에 상생(相生)과 공존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하이닉스측은 교섭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대전노동청 앞에서는 목숨을 건 노동자들의 단식이 진행되고 있고, 청주지방노동사무소는 ‘적극적인 사태해결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실천적 노력은 전무(全無)하다. 우리는 원청회사인 하이닉스매그나칩이 노동조합 측과의 실질교섭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이 사태에 최초 원인이 있고 최종의 책임이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과 사태의 조정을 주선해야 할 충청북도가 수수방관(袖手傍觀)하는 사이에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장차 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가 어떠한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인지,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혹여 극단적인 저항과 이에 따른 불상사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은 차별과 무권리 상태에 시달려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우리는 이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귀를 의심하였다. 21세기 선진화 사회라고 하는 이 땅에서, 그것도 대기업 현장에서 왜 노동조합 설립이나 민주노조 인정과 같은 사안(事案)이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직장폐쇄를 당하고, 조합원 전체의 계약이 해지되고, 심각한 탄압과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또한 이해할 수가 없다. 하이닉스여, 1997년 한국의 금융위기 당시 충북인이 하이닉스를 살리자고 했던 뜨거운 정열을 잊었는가!

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의 장기화와 사태악화의 또 다른 책임 당사자는 충청북도 당국이다. 우리는 충청북도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하이닉스매그나칩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 문제는 한 기업의 노사문제를 넘어서 충북인들의 생존권에 해당한다. 법과 제도보다 중요한 것이 인간의 생존이라는 사실을 이원종 충북지사는 모르는 것인가? 이원종 충북지사는 이 사태가 충청북도의 명예와 생존이 함께 달린 사안임을 직시하고 노사 양측의 대화와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또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올바른 해결책 모색을 위한 전체 충북지역의 사회적 노력이 부족했음을 자인(自認)하면서, 앞으로 하이닉스 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나아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차별철폐와 권리보장에 함께 나설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비정한 자본의 하수인들이 대오각성(大悟覺醒)하기를 손 모아 기도하겠다.

 2005년 6월 9일(목)

 하이닉스 매그나칩사태 해결을 위한
 충북지역 사회 각계 인사 공동선언 참가자 일동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