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입전형으로 몸살 앓는 교육계
학생·학부모 ‘우려’속 학원가는 울상

   
내신반영 비중을 높인 2008학년도 대입전형을 놓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강화되고 상대평가로 뽑게 되면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입시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학업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바뀐 대입제도는 12번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에서 한번의 실수도 용납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사교육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고 내신·수능·논술의 3중고로 가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주받은 89년생’, ‘17살의 전쟁’, ‘실험용 쥐’ 등 듣기만 해도 섬뜩한 단어들이 고 1학생들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다.

새 대입제도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9등급으로 되어 있는 등급을 대폭 줄이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환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교육당국은 내신반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내신의 반영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반영 비율을 높인다는 발표 이후 고 1교실의 수업분위기가 좋아 졌다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번 혼란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각 대학별 전형요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내신 반영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여기에 서울대가 논술형 본고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 하고 일부 명문 사립대들이 동조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사실상 정서적 공황에 빠지게 만들었다.

혼란이 가중되자 교육인적자원부는 6월말까지 각 대학들이 전형요강을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학이 국어 등 4개 과목의 내신 성적을 30% 반영한다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국어 시험의 반영 비율은 고작 0.625%에 불과하다고 불안해소에 안간힘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새로운 대입제도에 불만을 가진 고1 학생들이 사상 처음으로 촛불시위에 나서기도 했으며 오는 14일에는 두발자율화를 요구하는 집회가 예정되어 있어 교육당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와 고려대 등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논술·심층면접 반영 비중을 강화하기로 발표하자 고교와 지역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청주에서도 학교간 학력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K고 1학년생인 이 모군은 “다른 학교에 비해 내신에서 약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서울의 명문대학들이 논술을 강화하면 이런 불이익이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도권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청주시내 고교들은 조용한 분위기다. 새 입시제도가 지방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에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학생수의 변동이 없는 학원에서도 느낄수 있다. 다만 학생들간에는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청석고 윤원용 교장은 “새 대입제도가 발표됐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오히려 학습 분위기가 좋아져 학생들도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 모군은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학생들이 없어 분위기가 많이 진지해진 편이다”면서 “서로 알게 모르게 경계하고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예전처럼 잘 얘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내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교사들은 중간고사 난이도 조절에 애를 먹었다. 학생들도 어렵게 출제된 시험 때문에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시험감독도 한층 강화했다. 한 교실에 2명의 교사가 감독으로 참여하고 교직원이 부족한 청주외국어고는 학부모까지 시험감독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청주외고 강승혁 교무부장은 “대학들이 특목고에 대해서는 동일계열로 진학 할 경우 가산점을 준다고 해 희망을 걸고 있다”면서 “지방 고교라 내신이 강화되는 것은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광고 양현조 교사는 “대학들이 논술과 심층면접 반영 비중을 높인다고 해 일단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면서 “대입 제도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것은 소수의 상위권 학생 때문에 빚어지고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세광고 1학년 이모군은 “중간고사 문제가 너무 어렵게 출제돼 고생했다”면서 “한번 실패하면 원하는 대학에 못간다는 생각으로 밤에 잠을 안자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정모군은 “시험문제가 어렵게 출제된다고 해 긴장해서 그런지 시험을 잘못봤다”면서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라도 다녀야겠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학교간 학생들의 이동이 있을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선 고교에서도 학생이동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주외고 강승혁 교무부장은 “중간고사를 못봤다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겠다는 학생은 없다”면서 “앞으로도 이동을 하거나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선 고교의 안정된 분위기에 학부모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이 논술과 심층면접의 비중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논술과외를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사교육비 걱정을 하고 있다.

고 1의 학생을 둔 김모(여)씨는 “우리 애는 자율학습을 마치고 학원에 갔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들어온다”면서 “논술과목은 과외를 시켜야할지 학원을 보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입제도가 바뀌면서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려들어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아직은 현실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학원들은 학생수에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푸념이다.

학원생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자 학원에서는 내신 성적관리를 위해 교사들의 출제성향을 파악하고 기출문제지까지 확보해 적중률을 높이며 학생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청주의 C학원장은 “대입제도가 바뀌면서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면서 “중간고사 성적이 나오고 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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