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기 전에 어떤 식당에 갔는데 그 집 주인이 순두부를 맛있게 끓여줘 먹은 적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청주는 대도시와 다르게 정이 있고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다. 청주사람은 길을 물으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그래도 외국인에게서 청주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좋다. 서양사람 특유의 쾌활함이 넘치는 캐나다인 하인스 캐티(Hynes Cathy·34).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는 지난해 한국에 왔다. 2년전, 친구가 부산근처에서 영어강사를 하다 돌아와 여기저기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이 아름다운 나라라고 얘기해 비행기에 몸을 실은 캐티는 1년을 ‘무사히’ 적응하고 현재 2년째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11년 동안 장애인 상담기관에서 일해

청주 C.I.A.외국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캐티는 “가보고 싶은 곳이 아직도 많아” 학원측과 1년 계약을 끝내고 최근 재계약을 했다. 캐나다에서 헬리팩스(Halifax)라는 인구 20만 도시에서 살다보니 작은 도시가 더 좋다는 그녀는 청주가 특히 한국의 중심부에 위치해 어느 도시를 가든 교통편이 좋다고 강조한다.
빈센트대학(Mount St. Vincent University)에서 심리학과 상담학을 전공하고 종교학까지 공부한 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 캐나다에서 11년 동안 장애인 교육·상담기관에서 일했다.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다. 한국의 사찰에 대해서도 많은 흥미를 느낀다고.
그래서 아이들 다루는 법을 알아 한국에 와서도 수월하게 지도하고 있는 그녀는 학원에서도 주임강사다. 강사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학생들이 “왜 결혼을 안하는가” “왜 화장을 안하는가” 같은 질문을 퍼붓자 그녀는 “좋은 질문은 이런 것이고 나쁜 질문은 이런 것이다” 라며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순발력을 발휘, 곤란한 질문으로부터 해방됐다는 것.
그러나 아무리 국제화시대라고는 하나 외국인이라면 한 번 더 쳐다보는 일이 없을리 없다. “초등학생들은 ‘헬로우’ 하면서 도망가고 중학생 정도 되면 영어를 익히려고 하는지 가까이 하려고 한다. 한 번은 학교에서 외국인과 만나 이야기하는 숙제를 내서 이들과 애버랜드를 갔는데 동시에 7팀과 회화를 한적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신기한지 내 머리를 만져보기도 한다.”
한국인으로부터 가장 빈번히 받는 질문이 뭐냐고 하자 “결혼 했느냐, 미국에서 왔느냐, 한국을 좋아하느냐” 등이라고 말해 ‘시대가 변해도’ 이런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함을 알 수 있다. 어쨌든 한국의 영어열풍으로 인해 그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영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 마디라도 붙여보려고 기를 쓰고 어린이들마저 ‘헬로우’를 외치니.
‘온국민의 영어생활화’를 주장하는 영어에 대해 그도 할 말이 많다. 특히 영어권 나라로 조기유학 보내는 한국부모들의 ‘극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폈다. “캐나다의 밴쿠버에도 한국 학생들이 많은데 어린 학생들은 적응을 잘 못한다. 한국 학생들끼리 어울리고 마약 같은 것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이 학생들이 엄청난 돈을 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혹 유학을 가더라도 밴쿠버 같은 대도시는 가지 마라. 외국인이 너무 많아 영어를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




학원관계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캐티(가운데). 그녀는 주임강사로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칭찬이 자자하다.
조기유학과 토익에 대해서는 ‘부정적’

그리고 학원에서 보더라도 어떤 학생들은 열심히 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공부할 의사가 없는데 부모들이 억지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우리나라 대학생과 회사원들이 파고 드는 토익에 대해서도 그녀는 부정적이다. 토익 고득점자라고 해도 회화나 문서작성 같은 실제적인 일을 잘 하지 못해 한국에서 토익만 고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자연스레 한국문화 쪽으로 흘러가자 캐티는 한국사람들이 줄서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 번은 우체국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뒤에 있는 사람이 손을 내밀고 새치기 하는 바람에 한참 동안 기다린 불쾌한 경험이 있다. 또 레스토랑이나 커피숍 같은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기분나쁜 일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가 한국에 와서 느낀 ‘문화충격’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화장실 문화 차이 때문에 놀랐고 두 번째는 네온간판이 너무 많아 놀랐다. 건물은 아름다운데 광고판이 너무 많아 미처 건물을 감상할 여유가 없을 정도다.”
한국인의 음주문화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술자리를 2∼3차까지 갖고 가끔 싸우는 것도 보았는데 이제는 이런 자리가 싫어서 참석해도 일찍 일어난다. 캐나다에서는 술을 1인당 10병 이상 살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아침 6시 30분 첫 강의 때 어떤 학생들은 술이 안깬 채 오기도 한다.”
여름에 슈퍼 앞에서 술 마시는 일명 ‘길거리 카페’가 신기했다는 캐티는 ‘소주’ ‘원샷’ 이라는 단어를 분명하게 발음하며 깔깔 웃었다. 한국사람들의 주량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외국인들이 와서 보고 놀라는 것도 이 부분이다. 술맛을 음미하는 외국인들에 비해 우리는 ‘들어붓는’ 식으로 무제한 마시기 때문.
학원에서 마련해준 원룸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캐티는 한국말은 못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친절어린 도움으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가끔 학교와 기업체에 나가 강의를 하기도 한다. 외국인 강사들은 수업이 많은 것을 싫어하나 캐티는 불평 한 마디 없이 성실하게 가르쳐 학원측에서도 그녀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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