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왕좌 2차례 오른 여고생
경호학과 진학, 강력계 여형사가 꿈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여학생이 프로 격투기 무대에서 2차례나 한국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어 화제가 되고 있다. 살을 빼기 위해서 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 여고생의 이름은 ‘연분홍’. 이름만큼이나 아직도 소녀티를 벗지 못한 용모에 160cm, 48kg의 평범한 체격이지만 10전 8승 1무 1패 7KO라는 가공할 전적이 말해주 듯 만만치 않은 핵펀치와 강력한 발차기의 소유자다. 체육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거나 어렸을 적부터 친구들을 괴롭히던 골목대장도 아니었지만 이제는 경호학과에 진학해 공부를 한 뒤 강력계 여형사가 되겠다는 당찬 꿈을 꾸고 있다.중 3때 호기심에 체육관 찾아 연분홍선수가 격투기의 세계에 들어선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02년. 등하교길에 지나치는 공단 5거리에 있는 격투기 체육관에 내걸린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골목대장 역할을 했던 것도 아니고 체육시간에 주목을 받았던 적도 없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던 연 선수가 격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어나는 체중을 줄여보자는 생각과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호기심때문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체육관을 찾아 1~2시간씩 모래주머니를 두드리며 재미를 붙여갔는데, 그동안 잘한 것이 있다면 늘 꾸준함을 보인 점이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경력을 쌓아가던 연분홍선수가 프로격투기 무대에 입문한 것은 대성여상 2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해 4월이다. 데뷔전에서 2회 KO승을 거두면서 챔피언을 향한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K-1룰 격투기, 2체급 연이어 석권 연분홍선수가 활동하는 격투기는 발차기와 무릎공격, 주먹공격만이 허용되는 K-1 경기의 규칙을 따르고 있다. 상대를 잡아채 던지거나 쓰러진 상대를 공격할 수 없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G5나 TV를 통해 볼 수 있는 프라이드에 비해 폭력성의 수위는 크게 낮다. 그래도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경기이다 보니 이기든 지든 여기저기 멍자국이 남을만큼 격렬한 경기다. 연분홍선수가 이처럼 정글과도 같은 사각의 링위에서 상대를 한방에 제압하는 기술은 발차기와 무릎공격이다. 이처럼 발기술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연 선수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김포에서 열린 라이트급 경기에서 경북 상주시 대호체육관의 황규정선수를 1회 KO로 누르고 챔피언 벨트를 두르게 된다. 연 선수는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타이틀을 반납한 뒤 지난 4월10일 청주에서 열린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강원도 동해시 화랑체육관의 우은영선수를 4회 TKO로 누르고 두 번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1차례 KO패에서 많은 것 배워연분홍선수의 유일한 패배는 지난해 12월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에서 2체급 챔피언이자 체중이 4kg이상 많이 나가는 김아름선수에게 당한 KO패다. 타이틀전이 아니라 체급과 관계없이 치르는 그랑프리 경기에서 관록이 앞서는 김 선수를 만나 일격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연분홍선수는 “경기를 치르면서 겁나거나 아픈 적도 없었다”며 이날 패배에 대해서도 “전혀 낙심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패배를 통해서도 배울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친구들이랑 놀 시간이 없어 아쉽다”는 뜻밖의 대답을 하는 연 선수는 천상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이다. 하지만 경기에 맞춰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고통을 또 다른 어려운 점으로 들었는데, 최대 8kg을 감량한 적이 있다고 하니 성장기에 있는 학생에게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가슴 아파하던 부모님, 지금은 후원자 연 선수는 한국고속철도에 근무하는 연규영(42)씨의 1남2녀 중 둘째로, 호기심에 격투기를 시작한 딸이 프로 선수로 활동을 시작하자 부모님의 반대도 격렬했다.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 돌아온 날 가슴 아파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은 연 선수의 기억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연 선수가 굽힘없이 프로격투기 선수의 길을 가자 부모님은 이제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연 선수는 격투기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청사진을 그리게 됐다. 일단은 경호학과나 체육학과에 진학해 학업을 마친 뒤 여자경찰관이 되는 것이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발차기로 용의자를 제압하는 강력계 여형사가 꿈이다. 연분홍선수는 학교생활에서도 모범적이다. 성적은 지난해 초만하더라도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운동량이 많아지면서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성격 탓에 생활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연 선수의 담임인 함종진(45)교사는 “연 선수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교사로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격투기로 대리 분풀이 심리 속… 인기 누려

40대를 넘긴 지금의 기성세대는 프로레슬링과 권투경기에 열광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김일선수가 반칙으로 일관하는 일본의 레슬러를 박치기로 링에 눕힐 때 동네의 몇 대 안되는 흑백TV 앞에서 얼싸안고 열광했으며, 가난을 딛고 일어난 세계 챔피언의 신화를 지켜보며 수많은 헝그리 복서들이 모래주머니를 두드렸다.

‘개천에서 용나기’를 바라던 서민들의 대리만족이 이뤄지는 분출구였던 것이다. 한동안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사라졌던 각종 격투기 종목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 프로레슬링의 영향도 있지만 태국의 전통 무예인 무에타이와 킥복싱 등을 발전시켜 만든 K-1의 영향이 크다.

K-1은 가라테와 쿵푸, 킥복싱, 태권도 등 서서하는 타격계 선수 가운데 최강자를 가리는 종목인데 최배달(최영의)의 창시한 극진 가라테의 분파인 정토회관의 이시이 가즈요시가 창시해 1993년부터 경기를 가져오고 있다. 팔과 무릎, 발 등을 모두 쓸 수 있지만 팔꿈치 공격이나 잡아던지기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태국의 전통무예인 무에타이는 팔꿈치 공격이 허용되고 프라이드로 유명한 이종격투기류 경기는 쓰러진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서서하는 경기는 일반 권투 글러브를 끼지만 이종 격투기는 손가락을 활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얇은 핑거 글러브를 사용한다.

종목에 따라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연출돼 TV중계를 하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민속씨름에서 K-1 선수로 방향을 바꿔 아시아대회 챔피언에 오른 최홍만선수의 활약은 격투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켰다.  특히 최 선수는 일본 스모계의 거장 출신들을 잇따라 무너뜨려 독도 시비 등으로 우울하던 민심을 통쾌하게 만들었다.

연분홍양이 속해 있는 청주시 한국격투기체육관(과장 이병헌)의 관원은 모두 70여명. 초등학생부터 60을 바라보는 일반인까지 연령과 계층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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