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5월 청주 YWCA로부터 ‘TV 방송의 선거보도 모니터 요원’에 대한 강의를 요청 받고 설레임으로 들떴던 기억이 새롭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여 이번 학기 처음으로 대학에서 ‘언론’관련 강의를 시작했지만 신문밥을 먹고 있는 입장에서 방송에 대해서는 문외한으로서 강의에 대한 ‘걱정’이 앞섰었다.
그러면서도 선뜻 강의에 동의하고 나선 것은 언론의 선거관련 보도가 알게 모르게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가를 평소에 잘 알고 있는 터인데다 부당한 선거보도에 항의했다가 충청일보로부터 쫏겨 나야 했던 전력(?)이 새삼 떠올라서 였다.
또한 언론의 폐해 또는 잘못을 수없이 느끼며 얘기하면서도 정작 충북지역에는 언론을 감시할 시민단체나 기구가 변변치 못함을 안타까이 여겨왔는데 이런 방송 모니터 활동에 나서는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도 반가워서였다.
드디어 강의 시간. 최소 수십명을 상대로 강의다운 강의를 할 줄 알았는데 대상자는 모두 8명이었다. 강의라기 보다 좌담·토론회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러나 강의를 하면서 이들 8명의 소중한 가치를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가정 주부 또는 학생인 이들은 자기의 시간을 올바른 사회 형성을 위해 투자함으로써 보다 높은 가치를 실현해 내고 있었다. 누구로부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일이며 그 결과가 미미하지만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선거에 대해 TV 선거 보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일은 분명 나름의 가치를 지니는 일이기 때문이다.
‘표는 TV 화면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거에 미치는 TV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때문에 각 정당과 후보들은 TV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고 이 과정에서 TV 뉴스 종사자들이 고의든 아니든 사실을 왜곡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보도 모니터의 존재 의미가 크다.
사실 청주 지역의 방송 모니터 활동과 같은 언론감시 역할은 미미하고 척박하다. 시민사회 활동과 마찬가지로 시민 참여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미약하다는 점이며 사회적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러한 시민의 언론감시 및 참여가 함께 있을 때 건전한 발전의 힘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언론도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들 8명이 3주간에 걸쳐 지역 방송의 선거보도에 대한 모니터 결과가 나왔다.
모니터 결과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의 문제점과 선거 여론조사가 선거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과학적이고 명확한 여론조사 기술이 제시되지 못해 불공정 시비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모니터가 보도의 영향과 파장 등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부분을 체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아 마땅하다.
지역 언론의 건전한 발전에 이들의 작은 걸음이 크게 작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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