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에만 매월 1000대 이상의 차량이 책임보험조차 가입하지 않고 운행하고 있다. 지자체는 이들에 대해 최고 20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이중처벌이라고 시민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홍보부족, 지자체 인력난 등 부작용도 우려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36)는 자신의 자동차가 책임보험 가입 만료일을 일주일 넘긴 것을 알고 부랴부랴 거래하던 보험사 직원에게 연락했다.
보험사 직원은 지난달 김씨가 가게를 이전함에 따라 연락이 되지 않아 보험 만료 예고장을 발송하지 못했다며 책임보험 미가입에 따른 과태료 5000원만 추가 납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김씨는 보험사 직원에게 과태료 외에 범칙금 40만원을 납부해야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게가 어려워져 지난해부터 책임보험에만 가입하며 18만여원을 납부했는데 보험 갱신을 깜박 잊었다고 해서 보험료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범칙금으로 내야 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김씨가 책임보험 미가입 과태료와 별도로 40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될지도 모르게 된 것은 지난 7월 1일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강제보험(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자동차를 운행하는 사람에게 차종에 따라 최고 20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법대로 한다면 책임보험을 재계약 하지 않고 하루만 차량을 운행하더라도 법칙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운전자는 찾아 보기 힘들다. 운전자 뿐 아니라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설계사들 조차 이를 알고 고객에게 설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범칙금 관련 사항을 문의해 온 고객에게 과태료만 안내하며 범칙금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범칙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 나 뿐만 아니라 이를 알고 있는 직원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단속권 경찰서 지자체로 이관

그동안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미가입 기간에 따라 최고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자가용 차량은 책임보험 미가입 10일 미만은 5000원, 이후 1일 초과할 때 마다 2000원씩 과태료과 부과되며 사업용의 경우 10일 미만 3만원에 하루 초과시 8000원씩 부과돼 왔다.
예를 들어 차량소유자 등의 부주위로 보험 재계약을 일주일 미뤘다면 자가용은 5000원, 사업용 차량은 3만원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됐다.
그러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개정돼 책임보험 미가입 기간에 운전한 사실만 확인되면 과태료와 별도로 사업용 승합차는 200만원·승용차는 100만원, 비사업용 승용차는 40만원·승합 또는 화물차는 5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법칙금 제도가 신설되기 전에도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 이전에는 차종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었다.
법 조문상으로는 처벌이 크게 완화된 것 처럼 보이나 실상을 들춰 보면 정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법 개정 이전에는 책임보험 미가입 운행 차량에 대한 단속권이 경찰에 있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운행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책임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점검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검문 검색시에도 책임보험 가입여부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점검을 하지 않았다.
“80년대 초 까지만 해도 책임보험 가입 증면 스티커를 차량 앞 유리에 부착하도록 했으나 그 조항이 없어진 이후 책임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단속이나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교통사고 처리시 가해차량의 책임보험 미가입이 확인될 경우 처벌하는 것이 전부였다”는 한 경찰관의 말 처럼 평상시 책임보험 미가입 차량 소유자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았던 것이다.

운전자 마찰 등 부작용 우려

문제는 처벌이 범칙금 부과로 대체되면서 단속권이 경찰에서 지자체로 넘어온 데 있다.
그동안 책임보험 미가입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차량등록사업소에 이들을 대상으로 운행 여부를 확인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업무가 얹혀진 것이다.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의 경우 매월 적게는 1300여건에서 많게는 1600여건에 이르는 책임보험 미가입자 현황이 보험개발원으로부터 통보 되고 있다.
이중 가입 보험사를 바꾸는 등의 이유로 전산 오류가 발생한 것 40% 정도를 제외하더라도 매월 최소 1000대 이상의 차량이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운행을 하지 않는 차량이 극히 소수라는 점에서 과태료와는 별도로 매월 1000여명의 차량 소유자에 대해 최고 20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차량 소유자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법이 개정된지 불과 4개월도 채 안됐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경우 시가 발행하는 청주시민신문에 1회 게재한 것이 전부다.
이에 따라 범칙금 부과가 본격화 될 경우 차량 소유자들과의 마찰이 예상되며 그나마 구조조정 등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차량등록사업소의 업무가 가중돼 또다른 부작용 마저 우려되고 있다.
실제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에는 이에 대한 업무 전담자는 없으며 다만 타 업무와 병행하는 직원만이 지정됐을 뿐이다.
또한 건설교통부가 법 개정과 함께 범칙금 부과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며 업무지정자에 대해 법칙금 부과를 위해 사법경찰권만 부여했을 뿐 인력 보강 등의 지침은 마련하지 않아 대책없는 졸속 개정이라는 내부 비판 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법이 개정된 만큼 추진할 수 밖에 없다. 홍보 미흡 등의 문제도 사실은 건교부가 법을 개정하면서 전국적으로 실시했어야 할 사항이다. 관련 예산이 없는 지자체로서는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재량권과 융통성이 많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진오 기자


범칙금 부과 ‘어찌 하오리까’
지자체 운행여부 파악 등 골머리, 눈치보기도

책임보험 미가입 운행 차량 소유자에 대한 범칙금 부과가 기존 과태료와 함께 이중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지자체로서도 인력난과 운행여부 증명 방법 등 적잖은 고심에 빠져 있다.
청주시의 경우 다른 업무와 병행하는 담당자 한 명과 이를 포함한 4명의 직원에 대해 사법경찰권만 받아 놓고 있는 실정이며 본격적인 범칙금 부과 업무는 아직 시작 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인원은 없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개발원으로부터 통보되는 책임보험 미가입 차량에 대해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문제다. 교통법규를 위반에 단속되는 등의 경우는 쉽게 운행 사실을 증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실상 운행 사실을 밝히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반발도 무시못할 상황이다. 이른바 ‘대포차량’등 고의성이 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순 부주의나 경제적 문제가 대부분의 사유여서 과태료와 함께 이중처벌이라는 비난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보부족에 따른 항의성 민원도 예상돼 지자체로서는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발행하는 신문 등에 게재하고 보험사에도 통보했으나 홍보효과를 기대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보험사에서도 태반이 설계사 등 직원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사실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지자체에서는 강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를 하며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제시 했으며 다각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법이 시행된 뒤인 7월 중순에야 법 개정에 따른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등 지자체 내부에서 까지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타 시군의 눈치를 보며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지자체의 관계자는 “규모가 비슷한 타 지자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보고 있다. 자칫 범칙금 부과를 앞장서 본격화 할 경우 비난이 쏟아질 것이 뻔하지 않는가”며 속앓이를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청주시의 경우도 일부 법 개정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문의와 항의성 전화가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법 개정 4개월이 됐지만 범칙금을 부과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내부적으로 운행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중에 있다”라며 시민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법 개정은 사고 예방과 적절한 보상이 가능하도록 이른바 대포차 등을 없애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하루 이틀 정도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일률적으로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겠는가. 상식의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