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선거여론조사 공표 허용기간 직전인 지난 5월 27일 청주 C일보가 1면 톱기사로 게재했던 청주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시비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C일보측은 청주에 소재한 H리서치에 정식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고 적극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H리서치와 여론조사를 사전협의하고 결과보고서를 건네받은 당사자가 C일보의 편집국 기자가 아닌 업무기획부서 책임자라는 점 때문에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 민주당 나기정후보측은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발조치’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한대수후보측과 H리서치는 ‘명예훼손’이라며 법적대응을 모색하는등 양측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시 여론조사 관련 기사에는 민주당 나후보와 한나라당 한후보의 격차를 오차범위내인 0.8%로 보도하고 기사제목도 ‘청주시장 나-한 박빙’으로 뽑았다. 이에대해 민주당측은 “불과 5일전에 한국갤럽의 조사결과 두 후보의 격차가 13%에 달했는데 0.8%차로 조사된 것은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한나라당측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상승 국면에 한후보의 인지도가 동반상승했고, 며칠 전 지역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의 격차가 최종 3%까지 좁혀졌기 때문에 H리서치의 조사결과는 의심할 여지가 전혀없다”고 맞받았다.
취재결과 H리서치는 지난 98년 여론조사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당시 6·3지방선거에서 도지사 후보 여론조사를 실시해 지역신문에 인용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무당국에 사업실적 신고가 없었다는 의혹에 대해 H리서치 홍모대표는 “홍보차원에서 실비로 조사용역을 실시했기 때문에 수익이 없어서 세무신고의 필요성도 없었다. 상대후보측에서 유령회사 운운하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연령 성별 비례 감안해야
취재진은 북문로3가 대우빌딩 아파트에 주소를 둔 H리서치를 사무실을 직접 방문, 동시에 24회선 통화가 가능한 컴퓨터텔레시스템(CTS) 프로그램의 운용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컴퓨터를 통한 ARS(전화자동응답)조사방법은 응답율이 10%안팎에 머물러 청주시장선거 여론조사에서 1408명의 응답을 받기위해 약 1만8천통의 전화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은 청주시 전화번호부의 인명부에 올린 13만여명으로 지역별 안배방식으로 통화접속을 했다는 것. 홍대표는 “전화번호 인명부 책자가 따로 나오지는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개인명 전화번호 자료를 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청주시장 지지도는 지난달 20일, 21일 양일간에 걸쳐 전화조사했고 도지사는 25일 하룻동안 후보자 지지도, 정당지지도, 연령별·남녀별 지지도등 4개 분야로 결과를 작성, C일보에 넘겨줬다”고 말했다.

신문사 여론조사 추진부서는
홍대표는 지난달 26일 일요일 아침, C일보 주차장에서 기획실책임자 K씨에게 조사보고서를 넘겨주었고 이튿날 27일 월요일자 신문에 도지사, 청주시장 여론조사 결과가 1면 톱기사로 보도됐다. 문제는 편집국 직원이 아닌 기획실 직원이 민감한 선거 여론조사의 창구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정작 정치부에서는 회사가 용역비를 지불키로한 여론조사에 아무런 사전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27일자 여론조사 기사를 보고 정치부에서 편집데스크에 기사게재 경위를 따지는등 C일보 편집국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는 것.
C일보 관계자는 “당초 여론조사 자료를 편집데스크가 정치부 기자에게 맡겼으나 출고된 기사가 너무 짧아, 휴일 당직인 사회부 기자에게 다시 쓰도록 했고 그 기사에 선거특별취재반 바이라인(기사작성자 이름)을 달아 게재했다. 정작 정치부에서 출고한 기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문발행후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C일보 기획실 K씨는 “신문사 간부회의에서 수차례 지방선거 여론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비용문제로 고민하다가 평소 협력업체인 H리서치가 ARS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여론조사를 요청하게 된 것이다. 나는 간부회의 결정에 따라 적합한 업체를 물색했고 일요일 아침 자료를 전달받아 편집데스크에게 넘겨주었을 뿐이다. 모방송사에서 선거여론조사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가면서 정작 뉴스보도가 불발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간부회의에서 내부보안을 강조했다. 그래서 편집데스크가 26일(일) 기사작성을 위해 정치부 기자 2명에게 출근을 명할 때까지도 여론조사 진행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시점 차이난 이유는?
H리서치의 청주시장과 도지사 여론조사 시점이 4일간 차이가 나는 점도 의문으로 제기됐다. C일보와 500만원에 여론조사를 맡기로 하고 20, 21일 청주시장 여론조사를 끝내고 4일이 경과된 뒤 25일 하룻동안 도지사 여론조사를 추가해 이튿날 기획실 K씨에게 넘겨주었다는 주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선거 여론조사를 일간신문에 게재하면서 보도시점보다 6일이나 늦은 자료를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대해 H리서치 홍대표는 “평소 C일보가 주최한 행사이벤트에 협력업체로 참가하면서 기획실 관계자와 알게 됐다. 우리가 운용해온 CTS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얘기하다가, 기획실 K씨가 도지사, 청주시장 여론조사를 의뢰하게 된 것이다. 청주시장 여론조사는 기존에 실행했던 것이었고, 여기에 도지사 여론조사를 추가해 넘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표의 진술과 정황을 살펴보면 C일보의 여론조사 의뢰시점은 H리서치의 자체적인 청주시장 여론조사가 끝난 ‘21일 이후’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실제로 C일보의 여론조사 기사내용에도 도지사 선거는 C일보와 공동조사한 것으로 기술했고, 청주시장 선거는 H리서치가 단독조사한 것으로 보도했다.
C일보 기획실측은 “당초 H리서치에서 도지사·청주시장 여론조사 비용으로 상당액을 요구했다. 너무 부담스러워 난색을 표하자 ‘시장 여론조사는 20·21일 한 것이 있는데, 괜찮지 않느냐’고 해서 그대로 받기로 하고, 도지사 여론조사 용역비로만 500만원을 주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완성된 여론조사 보도, 문제없나
이에대해 H리서치 홍대표는 기획실 K씨와 만나 구체적인 여론조사 의뢰를 받은 날짜를 ‘22일’로 다시 정정했다. 홍대표는 “청주시장 여론조사가 막 끝난 시점이니까, 22일께 만난 것 같다. 청주시장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얘기했었고, K씨가 도지사 여론조사를 구체적으로 의뢰했다. 25(토) 26(일)일자 신문은 발행을 안하니까, 청주시장건은 이미 조사한 자료를 쓰고 도지사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문사에서 괜찮다니까, 별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건네줬다”고 말했다. 결국 C일보는 이미 사설 여론조사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완성해놓은 자료를 그대로 신문기사로 인용한 셈이다. 조사의 신뢰도를 감안한다면 청주시장 선거에 대한 ARS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다. 제천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전면인터뷰 기사만 게재해 충북정치개혁연대의 공정보도 촉구성명과 항의방문을 받기도한 C일보가 청주시장선거의 특정후보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 있는’ 시의성을 잃은 여론조사 자료를 기사화한 것은 또다른 공정보도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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