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원이라는 거액을 계약금으로 받은 후 계약 불이행이 발생, 이를 몽땅 차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횡재일까. 반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처지에 달해 120억원을 그대로 날리게 된다면 그 계약 당사자는 얼마나 황당할까?
토지개발공사 충북지사가 거래 결과 하나 없이 계약에 의한 계약금으로 120억원을 챙기게 됐다. 오창산업단지 조성 시행사인 토지개발공사 충북지사는 지난 97년 공동주택지 분양에 나서 8필지 50만여㎡를 5개 주택건설업체에 분양하고 계약금으로 모두 120억원을 받았다. 분양 업체들은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기 위한 사업부지 확보였던 셈.
그러나 부지 공급 계약 후 IMF 한파로 인해 오창산업단지 예상 입주 기업들의 중도 포기 등으로 아파트 사업 여건이 부실해진데다 자금난까지 겹치는 등 대내외적인 요인에 의해 계약을 진행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 이에 토개공은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계약금 120억원을 고스란히 차지한 것이다.
이들 피해업체들은 법에 제소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이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 토개공은 3년여의 이런 과정을 거쳐 120억원을 뒷 주머니에 챙기고 드디어 28일 공동용지 재매각 공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토개공은 과연 떳떳하게 120억원을 챙길 수 있는 것인지. 법정 공방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를 중심으로 집중 취재했다.

피해 업체들 ‘기막힌 사연’ 하소연

시공할 상황이었나

충북도는 97년 3백만평에 달하는 오창산업단지 조성사업자로 토개공을 지정, 사업에 착수했다. 수용인원 5만2000명, 고용인원 5만3000명의 상주인구 10만명의 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토지공사는 이 당시 단지내 공장 용지에 LG 반도체, LG산전, 희성전자 등 대기업이 입주하고 상주인구 10만명이 넘는 전국 최대의 산업 단지임을 홍보했다. 이때 공동주택 용지 8필지 50만2천여평이 두진공영, 덕일건설, 경희주택, 태암건설, 한사, 성일건설(서울), 삼진건설, 삼일주택 등에 1352억여원에 분양 공급 계약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97년말 IMF의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오면서 LG반도체의 입주가 불투명해지고 LG산전이 전면 철수에 나서는 등 주택건설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당초 분양안내 및 홍보와는 다르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런 와중에 분양금액의 10%씩을 내고 분양 계약을 했던 주택건설업체들 중 경희, 태암, 삼진건설 등이 잇따라 부도로 쓰러져 나갔다. 이때 두진공영은 경희주택의 분양 계약분 99-5블럭과 삼진건설의 99블럭을 인수했다.
최종적으로 이들 용지 8필지는 두진공영 3필지, 삼일주택 2필지, 성원·한사건설·성일건설 각 1필지씩 분양 계약 체결되었다.
이후 계약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계약 2년여만에 토지공사는 이들 업체에 계약해지 통보와 함께 계약금을 몰수했다. 유일하게 중도금을 납부한 두진공영만이 계약해지를 당하지 않았었다.
두진공영은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토개공은 계약을 해지하려면 토지대금의 26%(39억원)의 위약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두진공영이 2000년4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매매대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삼일주택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결과는 두진공영의 경우 1, 2심 모두 기각 판정을 받았고 1심을 마친 삼일주택의 소도 기각됐다.
두진공영과 삼일주택은 토개공의 과장광고에 의해 계약이 이루어졌고 산업단지 개발에서도 아파트를 신축할 도시기반시설 미비와 입주 업체들의 중도 포기 등 외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계약 불이행의 불가피성이 감안되지 않은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체의 어려움이 발판되어 거액 챙긴 토개공

즉, 분양을 받은 업체들이 부도로 쓰러져 나가는 어려운 상황이 발판이 되어 공기업인 토개공은 오히려 거액을 챙긴 셈이 됐다는 것이다. 과연 법적으로 승소한 토개공이 이를 떠나 지역적·사회적으로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는가를 묻게 하는 대목이다.법적 공방은 주택업체들이 공동주택용지를 분양 받을 당시 토개공이 건축평형제한 사실을 숨기고 홍보함으로써 계약에 이르도록 했는가가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여러 증거에 의하면 토개공 충북지사는 허위 과장 광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충북도는 건축 평형의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사업 착공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데도 토개공의 분양 안내문은 “블록별 용적률 및 세대수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건축 평형의 제한이 없다”고 표시하고 있다.
실제 삼일주택은 토개공의 광고대로 건축 평형의 제한없이 충북도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신청을 했다가 개발계획안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려처분을 받아야 했다.
또한 이같은 토개공의 광고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허위 광고로 판명되어 시정 명령을 받게 됨으로써 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법적 공방에서는 토개공의 허위 고지 광고로 인한 계약해지 및 매매대금 반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은 공동택지 분양 계약 체결 당시에는 토개공의 광고가 과장 허위임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계약을 했다는 이유였다.
매매 계약 문제를 다투는 이 문제에서 허위 과장광고 그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으며 매매 시점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의 귀책의 사유에 해당된다는 판단인 듯 하다.
그러나 공기업의 위치에서 허위 과대 광고를 하여 민간인을 현혹시켰다는 도덕성 문제를 노출시켰다.
다음은 공동택지를 분양 받아 사업을 개시 할 만큼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느냐의 문제다. 주택 사업자들은 당초의 단지개발계획과는 달리 주변도로망의 미확충 등 전반적인 계획차질로 인하여 허허 벌판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는데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원천적인 단지 개발의 결함을 문제로 들었다.
두진공영 관계자는 “토개공이 98년 3/4분기면 토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도로망, 상하수도, 도시가스, 오폐수 처리시설 등 도시기반 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허허벌판이었다”며 “토개공이 위약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에는 입주 예약 기업체들의 토지 해약 및 공사 착공의 무기한 연기로 이어지면서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건설 및 입주도 전무한 상태였다. 여기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이를 판단할 근거가 미약함을 들고 있다.
피해 주택사업자들은 만일 토지대금을 전액 납부하고 각 건설사에서 아파트를 신축했다 하더라도 도시기반시설의 미비로 인하여 입주후의 민원이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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