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싸이월드를 하던 때가 있었다. 가장 유행하던 옷을 입은 친구들이 귀여운, 혹은 허세 넘치는 포즈로 낮은 화질의 사진을 사진첩에 올렸다. 잘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작은 미니미들을 개성 넘치게 꾸미고 싶으니, 그 시절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문화상품권이었다. 마음을 가장 반영할 수 있되 흔하지 않을 것 같은 음악을 고르고 골라 BGM으로 깔았다.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일촌이었다. 5월 25일, 우리를 모두 일촌으로 엮었던 감성의 세계 싸이월드가 부활을 앞두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게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첫 세대, 일명 밀레니얼 세대인 내게 싸이월드는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을 누리는 마지막 공간이었던 것 같다. 모두가 ‘잊힐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절 사용한 거의 유일한 SNS였기에, 그래서일까 아직 봉인된 싸이월드에는 그 시절 갖고 있던 가장 깊은 감성이 꽁꽁 숨겨져 있다. 나는 싸이월드 유행이 끝나가던 2010년대 중반까지도 싸이월드를 사용했는데, 당시 급부상하던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감정을 진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싸이월드만의 감성이 좋았다. 덕분에 곧 다가올 싸이월드의 부활과 함께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투명 글씨로 숨겨둔 비밀이야기나 눈물셀카가 발굴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기도 하다.

싸이월드의 부활을 맞이하는 기분은 마치 초등학생 때 살던 동네에 문득 놀러 가는 기분이다. 동네 친구들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무릎이 깨져가며 놀던 추억을 보러 가는 길. 그러나 막상 가보면 재개발로 살던 집은 사라졌고, 추억 가득한 골목은 텅 비어있을까 봐 두려운 것. 또 막상 내 추억의 장소가 지금의 감성에는 맞지 않아 나도 실망하고 모두에게 외면 받을까 걱정하는 마음 말이다.

싸이월드가 부흥하던 20년 전과 지금은 감성의 기조에 차이가 크다. 요즘은 좋게 말하자면 담백하게 감정은 전달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오글거림’을 용서하지 않는다. 하지만 쉽게 눈물을 쏟고 유머를 궁서체로 받아치는 나는 싸이월드 같은 ‘오글거림’의 공간이 그립다. 손쉽게 나를 침범할 수 있는 다른 SNS들에서 나의 오글거림을 후회하여 게시물을 삭제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감성을 비밀스럽고 정성스레 펼쳐 원하는 사람만 조심스럽게 초대하고 정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싸이월드라는 공간의 부활은 남몰래 심장이 콩닥거릴 일이다. 가뜩이나 모든 사람과의 접촉이 차단된 이 시대에 오히려 싸이월드의 부활이 우리가 묵혀두었던 감성을 다시 끄집어낼지도 모른다.

다시 싸이월드를 시작해볼까 한다. 부활한 싸이월드를 다시 사용한다면 내 싸이월드에는 무슨 그림이 그려질까?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따뜻한 감성을 일촌들과 나누고 싶겠지. 사진첩 가득 유리구슬 같은 파란 눈의 고양이가 있겠지. 아기자기한 미니홈피에 지금, 이 순간 내 무릎에서 온기를 나누며 낮은 골골송을 울려주는 고양이 감성을 예쁘게 풀어 놓으면 당신의 스마트폰 화면에도 고양이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깊은 이야기보단 예쁜 이미지만 보고 싶은 곳도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속속들이 읽어버릴 것 같은 곳도 아니다. 아무 말이나 툭 내뱉어도 되는 곳도 아니다. 내 사랑스러운 ‘오글거림을’ 곱게 나열해도 될 것 같은 싸이월드의 부활을, 아니 몽글몽글한 감성이 다시 살아날 나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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