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연합회 수네 코브에르 사무총장 강의를 듣고…>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연합회 수네 코브에르 사무총장이 25일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에프터스콜레의 교육적 의미와 전환교육 사례 강연회’에서 에프터스콜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프터스콜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5년 고교자유학년제 실험학교 오디세이학교를 만들 때 벤치마킹한 학교로 알려져 있다. 덴마크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인 일등공신이자 삶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에프터스콜레에 아는 것은 이게 전부였다. 어떻게 운영하는지, 덴마크에서는 왜 에프터스콜레가 인기있는지 잘 몰랐다. ‘삶을 향하는 교육,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존중한다니 당연히 좋겠지~’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25일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연합회 수네 코브에르 사무총장이 충북에 온다는 말을 들었다. 충북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앞으로 중등 교사들의 역량도 향상시킬 계획이라니 궁금하고 반가웠다.

반가움 반 호기심 반.

우선 에프터스콜레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도 그 좋은 것을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에프터스콜레가 뭔가요?"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연합회 수네 코브에르 사무총장은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덴마크의 교육시스템, 에프터스콜레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교육에 대한 그의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25일 진행한 ‘에프터스콜레의 교육적 의미와 전환교육 사례 강연회’에서 수네 코브에르 사무총장은 에프터스콜레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에프터스콜레는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성직자이자 시인이었던 N.F.S. 그룬트비 생각에서 나왔다. 그는 앵무새처럼 교과서를 외우고 시험을 위한 교육은 죽은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학생이 스스로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고, 공동체 속에서 삶을 이해하는 교육, 삶을 향하는 교육이 참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실생활에서 깨달음에 초점을 맞추는 학교, 사회에서 개인의 역할을 이해하도록 하는 학교, 삶이 목적이 되는 학교를 추구했다.

에프터스콜레는 1851년 그룬트비의 제자 크레스튼 콜드(Kresten Kold)에 의해 설립된 이후 현재 덴마크 전역에 245개가 운영되고 있다.

에프터스콜레 운영방식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리나라 나이로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1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요리와 청소는 물론 민주시민 교육, 인권교육 등을 배우고 직접 체득한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것이다. 음악에 초점을 맞출지, 예술이나 스포츠, 컴퓨터, 농업에 초점을 맞출지는 주체들이 알아서 결정한다.

에프터스콜레는 사립학교지만 덴마크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다. 3분의 2는 정부 보조금으로, 3분의 1은 부모들에 의해 채워진다.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한 오디세이 학교는 바로 이 에프터스콜레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만남을 통해 △존중 및 신뢰 △자율 및 자치 △참여 및 표현 △만남 및 경험 △유연함과 피드백 △관찰과 공유를 회복한다는 것이 기본 원리다. 오디세이 학교에서는 문화예술과 인문학과 문학, 민주주의 교육 등을 진행한다.

수네 코브에르 사무총장 강의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여기까지다. 이후에는 에프터스콜레를 응용한 다양한 형태의 혁신학교를 이야기했다.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연합회와 충북교육청은 25일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좌측부터 '메스 폴슨 아이스뵤후스' 국제 에프터스콜레 교장, ‘수네 코브에르’ 에프터스콜레 연합회 사무총장, 김병우 교육감, 이광복 교육국장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강의를 다 들었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하지?”

‘우리교육 현실에서 과연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진로, 사회, 공동체성을 생각하라고 온전히 1년이라는 시간을 줄 수 있을까?’

‘그게 충북에서 가능할까?’

‘충북 교사들은 이것을 받아들일까? 학부모들은?’

'사회가 변하지 않는데 교육이 변화한들 무슨 소용인가?'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 이런 교육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걸까?’

사실 강의 내내 들었던 솔직한 생각이다. 에프터스콜레의 장점보다 무거운 질문만이 내 앞에 있다. 같은 반 친구보다 뒤쳐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영어실력이 걱정스러워 사교육기관을 알아보던 내 모습이 떠올라 헛웃음도 난다.

하지만 교육의 변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분명한 사실. 에프터스콜레가 우리나라 교육혁신의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방법론에 있어서 많은 이견이 있겠지만 입시위주의 교육, 획일적인 교육, 줄세우기 교육은 이제 정말 아니다.

이와 관련해 손순재 삶을 위한 교사대학 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은 자기 삶과 세계와 역사 사회공동체를 탐사하고 몰두해야 한다. 하나의 진정한 인간으로 성숙하도록 돕는 덴마트 사회와 학부모, 국가와 지자체는 한마음으로 헌신하고 있다. 우리도 다양한 형태로 실천해야 한다. 꼭 1년이 아니더라도 1~2주나 한두 달 만이라도, 마을공동체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삶을 위한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힘들다고 언제까지나 우리는 못한다고,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삶을 위한 교육, 행복한 교육은 이제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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