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시설확보 의무규정 있지만 상가 완공하면 ‘나 몰라라’

충북대 중문은 운전자들에게 가장 ‘끔찍한 도로’로 꼽힌다. 사창파출소에서 전 청주과학대학까지 이르는 이곳에는 현재 음식점, 술집, 커피숍, 편의점, PC방 등이 한군데 몰려 있어 ‘젊음의 거리’ 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 군데에서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중문은 400여개 업소가 밀집돼 연일 젊은이들을 부르고 있다.

도로폭 좁고 차는 끝없이 밀려오고

그러나 주차시설은 형편없다. 아예 대책이 없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당초 이곳을 택지개발 할 당시에는 충북대 학생을 소비층으로 보고 시작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청주시내 전지역 젊은이들이 모여들면서 덩달아 주차난까지 가중된 것. 중문이 형성될 당시에는 용암동 상권이 활성화됐으나 다른 곳보다 음식값과 술값이 싸다는 소문이 돌자 젊은층들은 급격히 중문으로 이동했다. 그 영향으로 이곳에는 자고 나면 건물이 들어설 정도로 상가 신축이 붐을 이뤘다. 도로폭도 아파트 단지 같은데서 볼 수 있는 6m 도로가 주종을 이루나, 현재 이용객들은 넘치는 인파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상가의 주차시설 의무규정에 대해 “그린생활시설은 200㎡당 1대, 위락시설은 100㎡당 1대, 판매·영업시설은 150㎡당 1대를 놓을 수 있는 주차시설을 갖추도록 돼있다. 이것은 법이 정한 최소규정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문에 한 때 붐이 일었던 다세대주택은 200㎡ 이상이 넘으면 130㎡당 1대의 주차면수를 확보하도록 돼있다는 것.
하지만 실제 중문을 가보면 준공검사를 받을 때만 이 규정을 지키고 건물이 완공된 후에는 주차장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흔적도 눈에 많이 띈다. 모 상가에서는 주차장에 간이식탁과 의자를 내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고, 모 업소에서는 주차장에 아예 나무벤치를 박아놓기도 했다. 형식적으로는 3∼4대의 차를 주차시킬 수 있도록 해놓았으나 후진해 차를 빼는 것까지 감안하면 1∼2대 밖에 세울 수 없도록 한 곳도 꽤 있었다. 이 곳에 있는 다세대주택의 주차시설들이 거의 이런 식이어서 건물 주인차를 놓으면 다른 사람은 이용할 수조차 없다.
더욱이 상가 앞에 주차할 수 없도록 장애물을 내놓은 곳도 많았고, 호프와 식당들이 들어찬 모 4층 건물 앞에는 아예 ‘주차금지’ 라고 씌인 돌 8개를 박아 운전자들이 얼씬도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중문에서 별도의 주차장을 마련한 곳은 스파게티전문점인 ‘리꼬네’가 10여대를 놓을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한 것 밖에 없다. 중문의 주차난을 반영이라도 하듯 유료주차장 3곳은 밤10시∼새벽2시까지 차를 댈 틈조차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었고 낮에는 인근 식당에 오는 손님 차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중간에 트럭 만나면 진퇴양난

이 곳의 다세대주택을 사무실로 쓰고 있는 진옥경씨는 “손님이 올 때 주차시설이 없어 난감하다. 인근 충북대학교도 유료라서 마음대로 주차할 수 없고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손님들 한테는 요령껏 주차하라고 하지만 주차시설이 없어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고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또 시민 유혜경씨(청주시 흥덕구 개신동)도 “볼일 보러 중문에 들어갔다가 주차할 데가 없어 헤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중간에 물건 실은 트럭을 만나기라도 하면 진퇴양난이다. 도로가 좁아 후진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옆에 비켜설 수도 없어 진땀을 흘리기 십상”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다보니 현재 충북대 도서관으로 쓰고 있는 전 청주과학대 주차장과 사창동사무소의 주차장은 언제나 만원이다. 동사무소에 민원이 있어 가더라도 빈 공간을 발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충북대가 주차장 유료화를 선언한데다 상가와 다세대주택이 쉴 새 없이 신축되는 중문은 주차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작한 택지개발로 인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중문 주차난은 한정된 땅 안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곳에 밀려오는 차를 다 수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이 곳은 평당 분양가가 적게는 500만원이지만 많게는 2000만원을 부를 정도로 ‘금싸라기’ 땅이어서 상가 주인들은 주차시설 확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가번영회에서도 주차문제가 단골로 나오고 있지만 현재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주민들은 ‘깨끗하고 쾌적한 대학로만들기’ 협의체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주민과 함께 도시만들기’ 연구회 김동호 연구원은 “이 곳의 차를 모두 수용하려면 4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현재 있는 주차장을 풀가동해도 100대 밖에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지하주차장이나 입체주차장을 만들어 150∼200대를 소화하고 나머지는 진입금지 시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중문, 과연 탈바꿈 할 것인가
‘깨끗하고 쾌적한 대학로만들기’ 협의체 가동

충북대 중문이 바뀔 것인가. 젊음과 자유와 낭만이 흐르는 반면 무질서와 탈법과 소비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중문에 대해 뜻있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걱정을 해왔다. 대학가이기는 하지만 대학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4월 발족한 ‘주민과 함께 도시만들기’ 연구회는 청주시로부터 중문지역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중문 바꾸기’에 나섰다. 그래서 이 연구회는 올 2월 충북대중문 상가번영회와 건축주협의체인 지역발전협의회와 손잡고 하나의 연구 모임인 ‘깨끗하고 쾌적한 대학로만들기’ 협의체를 발족했다. 충북대 도시공학과 황희연 교수가 이 협의체의 대표이며 공익법인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황교수는 중문을 택지개발하기 전부터 이곳을 대학문화가 흐르는 대학촌으로 만들자는 주장을 해왔으나 토지주들의 반발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주민과 함께 도시만들기’ 연구회의 김동호 연구원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협의체에서 도와 쾌적한 대학로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주민대표 10명과 내가 맡아서 중문 정비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인 정비를 할 예정이다. 우선 1단계는 올 8월 전 청주과학대 진입로∼충북대 들어가기 직전까지의 거리를 등용로라고 이름붙이고 불편하고 지저분한 곳을 말끔하게 정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관광장으로 돼있음에도 불법주차 차량과 불법 노점상들이 즐비하고, 인도에는 가건물 포장마차와 에어컨 부속 기계가 난립해 있어 보행환경이 열악한 이 곳에 낮은 회양목 대신 관목을 심고, 길가의 벤치는 마주보면서 이야기 하도록 배치하는가 하면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치규약을 만들어 공공장소에 개인 물건을 내놓지 말고 입간판도 정비하자는 의견을 내는 등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말이다.
또 그는 “전 청주과학대 들어가는 부분에 상징 조형물을 세우고 중문 입구에는 만남의 광장을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 남는 공간에는 담을 허물고 벤치를 놓으면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비사업 1단계에 드는 사업비는 청주시 보조금 1억2천만원과 주민들이 갹출해 모은 돈으로 충당할 계획.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으므로 단계적으로 중문 정비에 나선 이들의 활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깨끗하고 쾌적한 거리만들기를 모토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된 주차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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