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순 「가난한 가계」 전문

부잣집 여자들 옷 한 벌 값도 안 되는 돈을 가지고
한 달을 산다
남편이 하루 종일 헤매며 물어 온,
그 여자들의 한 끼 식사값도 안 되는 먹이를
나는 둥지에서 입을 쩍쩍 벌리고 있는 세 놈의 새끼에게
조금씩 조금씩 넣어준다
대학생인 녀석들은 늘 허기져 있다
새끼를 위해 저 진흙밭에 나가
직접 먹이를 구할 줄도 모르는 이 한심한 어미 새
빈혈에 걸린 새끼를 병원에 데려가며
어미 새는 아프다

누구에게 돈을 빌리러 갈까
발을 걷어 부치고 진흙밭으로 먹이를 구하러 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대책이 없어
또 시나 쓰고 있는
정말 한심한 어미 새

─ 김철순 「가난한 가계」 전문(시집 『오래된 사과나무 아래서』에서)

그림=박경수

시적 진실은 어떤 미학도 능가합니다. 가난은 비루함도 부끄러움도 아니지요. 다만 극복하고 싶은 불편함 같은 것입니다. 읍내에서 개인택시를 몰고 하루 종일 헤매어도 겨우 부잣집 여자들 한 끼 식사 값도 안 되는 먹이를 구하는 아비 새의 수고로움은 얼마나 헛헛한 것일까요. 작은 먹이를 쪼개고 쪼개어 입을 쩍쩍 벌리고 있는 새끼들에게 나누어 먹이는 어미 새의 그렁그렁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빈혈에 걸린 수척한 새끼를 바라보는 부모 새의 가엾음은 또 어떻게 하고요.

온 정성을 바쳐 ‘가난한 가계’를 끌고 가는, 진정으로 가득 찬 삶의 수레바퀴 소리가 먹먹한 감동을 줍니다. 이런 시를 마주하면 심란하던 마음이 화들짝 돌아와 잡스러운 숨결을 고르게 됩니다. 문학의 몫이야말로 이런 이야기를 유통시켜 누항에 진실한 삶의 내면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기약 없는 가난 속에서 설사 먹이는 못 물어 와도 이렇게 순정하고 아름다운 시의 양식을 쌓아가는 어미 새는 바로 ‘가난한 가계’를 이끌어가는 정신의 열대입니다. 어미 새가 작년 한 해에 신춘문예를 두 개나 거머쥔 사실은, 하늘이 반짝이는 ‘가난한 가계’에 소복하게 내려놓은 눈부신 축복이며 위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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