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10일, 90여일을 숨 가쁘게 달려온 탄핵정국이 종료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됐다. 집회참가 누적인원 1500만명, 춥고도 추운 겨울을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낸 온기로 이겨냈다.

충북도민들이 높게 치켜세웠던 촛불도 지난 10일, 대통령 파면결정과 함께 끝이 났다. 충북촛불을 이끌어온 ‘박근혜정권퇴진충북비상국민행동’은 이날 ‘박근혜 정권 퇴진’ 마지막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우리가 승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다.

이날 구석진 자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 모씨는 “국민이 이겼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15차례, 112일간 타오른 촛불

2016년 11월19일, 충북에서 첫 촛불이 밝혀졌다. 그로부터 대통령 파면결정이 선고된 지난 10일까지 15차례, 112일간 시민들은 눈이 와도 비가와도 촛불을 지켜냈다. 시민들의 촛불은 충북도청 앞과 성안 길을 가득 채웠다.

지난 1·2차 촛불집회에는 1만5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도청 앞으로 나왔고 이후에도 적게는 200여명 많게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촛불을 들었다. 촛불은 청주에서만 밝혀진 게 아니다. 괴산, 옥천, 제천, 진천, 영동, 음성 등 충북 전역에서 작은 촛불들이 밝혀졌다.

탄핵정국이 길어지자 집회에 모금함도 등장했다. 열악한 재정으로 운영되는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일반시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촛불집회가 이어진 것.

무대설치비 음향 대여비, 양초·방석·팻말 제작비에 들어가는 돈도 무시하지 못했다. 1차 집회 때 809만원, 2차 1125만원, 3차 407만원, 지난 10일 마지막 15차 촛불집회 때도 모금함이 등장했고 시민들의 정성이 모였다.

김용직 충북비상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재정이 열악하다. 하지만 시민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거셌던 청년들의 ‘분노’

이른바 ‘최순실게이트’로 촉발된 국정농단사태. 청년들은 참지 않았다. 지난해 10월30일, 도내 각 대학에는 학생들의 시국선언문이 교정 곳곳에 부착됐고 한국교원대학교 총학생회를 선두로 충북대·청주대·U1대·서원대·꽃동네대·충청대 등 충북지역 대학 총학생회가 국정농단을 비판하며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

청소년들도 교복을 입고 촛불을 든 채 거리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단에 올라 국정농단의 대한 분노와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다.

청주 상당고등학교 학생들은 무대에 올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더는 지켜볼 수 가 없었다. 국민이 주인이 아닌 최순실, 박근혜가 주인이 된 대한민국이 참담하다”며 “더 이상 참고 기다리는 것이 무책임하다.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청소년청년학생시국선언단 ‘하야’ 모임은 “이제 불복종으로 답해야 할 때”라며 동맹휴학·등교거부를 제안하기도 했다.
 

촛불을 준비하는 사람들

이렇듯 시민들은 112일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주말을 반납하며 매주 촛불을 든 ‘개근’촛불시민, 집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자신들의 시간을 온전히 촛불 앞에 내려놨다.

지난 10일, 마지막 집회당시 충북비상국민행동 집행위원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왔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각자 무대 뒤, 안전진행 등 주어진 역할에 따라 나뉘어 흩어져있었기 때문. 마지막 집회 때도 이들 모두가 올라오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이들이 모두 올라오자 시민들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감사함을 표했다. 집행위원들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승리다. 감사하다”, “이제 4.16, 세월호를 기억하자. 다시 촛불을 준비하자”고 말했고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15차례나 지속된 촛불집회 중 폭력·불법 행위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거센 분노와 간절함이 있었지만 냉정함과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세를 잊지 않았다.

결국 이런 시민들의 하나된 목소리로 역사적 순간을 맞이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충북인뉴스 박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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