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얼마 전 충주의 한 미용실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었다. 더욱이 해당 미용실 원장은 장애인 비하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적인 뉴스가 된 이 사건은 뇌병변 장애를 앓는 한 여성이 미용실에서 머리 염색과 코팅을 했다가 52만 원의 ‘바가지 요금’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이 미용실을 몇 차례 이용한 적이 있는 이 여성은 예전에 했던 대로 10만 원 정도 선에서 염색을 해달라고 했지만 미용실 원장은 “비싼 약품이 많이 들어갔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할 뿐 정확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머리 손질이 끝난 뒤 “오늘 머리 값은 52만 원”이라고 말한 뒤 체크카드를 낚아채 결제하고 자신이 서명했다.

장애 여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에 1만~2만 원을 정도를 모아 몇 달에 한 번씩 머리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이 여성의 형편이 어렵더라도 50만 원 가량의 값어치를 하는 서비스를 요구했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은 10만 원 정도 선이라고 분명히 말했고, 미용을 받는 도중에 ‘비싼 약품’ 운운하자 불안한 마음에 “가격이 얼마냐”고 계속해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

점입가경은 경찰 출동 뒤다. 장애 여성은 원장이 경찰에게 “‘쟤 말을 어떻게 믿느냐, 저런 장애가 있는 사람 말을’”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모욕감을 느꼈다.

이런 행태를 보일 정도의 미용실 원장이라면 분명 다른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였고, 이내 그의 추잡한 행각이 드러났다.

지적 장애인 여성에게 “커피 마시러 놀러오라”고 한 뒤 커트를 하고 10만 원을 받은 일, 또 다른 지적 장애인에게 머리 손질과 염색에 40만 원을 지불케 한 일 등이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의해 파악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탈북자 등의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한 탈북민은 이 미용실에서 두 차례 머리 관리 클리닉을 받고 33만 원을 지불했다. 이 탈북민은 경찰에게 “미용실 원장에게 요금을 물었지만 머리 손질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얘기를 안 했다”고 진술했다.

국내 물정을 잘 모르는 탈북민을 상대로 부당한 요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장애인이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해서 경찰은 추가 피해 확보를 위해 계좌추적을 벌이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형사상 문제가 아니었다면 미용실에 대한 제재는 없었을 것이다.

자율요금제라 행정지도의 대상이 될 뿐 행정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적 보완마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특히 해당 미용실 원장은 여론이 악화되자 충주시의 잠정 영업 중단 권고를 받아들여 휴업한 상태지만 폐업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등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

장애인단체가 나서는 등 사건이 커지자 단체를 찾아와서 사과의 의사를 표현했는데 원장이 정말로 사과하고 싶다면 피해자들을 찾아가서 사과했어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욕심이, 때론 이기적이고 극단적인 행동들이 상식을 몰상식으로 만든다.

이젠 몰상식한 행동의 대가를 치르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병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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