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도 추진하니 일단 예산부터 따내고 보자” 식

충청북도교육청이 지난번 도의회 심의에서 부결된 ‘English Town’ 건립사업을 이번 추경안에 재 상정하면서 형식적인 엉터리 여론 수렴을 거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충북도 교육청은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영어 교육의 내실을 기한다는 목적하에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48억원의 예산을 들여 영어전문 교육기관인 잉글리쉬 타운 설립을 추진한다. 교육청은 이 사업을 지난 3월 충북도의회에 상정했으나 여론수렴 및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전액 삭감된 뒤 지난 15일 열린 충북도의회에 재 상정했다. 그러나 충북도교육청은 이러한 대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준비 단계부터 많은 문제점과 부족함을 드러낸데다 의견 수렴마져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점은 수십억 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의견수렴과 적절한 사업타당성 검토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충북교육청이 발표한 English Town 조성 · 운영계획서에 따르면, English Town 건립을 위한 의견수렴을 위해 설문조사와 협의회를 통한 교원 및 전문직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하지만 도내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각 4백명씩 1200명을 무작위 선정하고 실시한 설문조사는 표집수에선 적정했더라도 표집 대상, 설문 내용, 설문지 수거및 통계 처리 등에서 과연 의견 수렴을 위한 설문조사였는지 의구심을 갖게하고 있다. 총 10개의 문항으로 작성된 설문지는 시군 교육청으로 배포되어 각 학교에 전달되고 다시 시군 교육청에서 취합하여 본청으로 통계표를 전달하는 방식이었지만 인터넷 파일형식으로 배포되어 재확인이 불가능하고 설문이 제대로 시행되었는지 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 충북 교육청에게 고구려사 왜곡등의 역사 바로 세우기 문제보다 시급한건 영어 공용화다. 사진은 교육청 로비에 세워진 영어로된 교육청 홍보 현판

 또한 설문지가 배포된 1200명중 3분의 1인 400명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라는 점은 납득 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들이 해당 사업의 수혜자라는 점은 이해가 되나 아직 교육 전체적 관점의 시각이 부족한 그들에게 사업의 방향과 의견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초·중생에게 배포된 설문내용을 살펴보면 교사와 학부모에게 배포된 설문의 내용과 동일하다는 것은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 교육청의 영어에 대한 사대주의적 환상은 교육청 정원에 세워진 세종대왕의 동상마저도 멋적게 만들고 있다.
 총 10개의 질문 중 앞장에 있는 1번부터 3번까지의 설문내용만이 교사와 학부모의 것과 다른데 3번까지는 신상에 대한 질문이고 나머지 질문이 사업시행과 관련된 부분이다.
 아무리 담당교사의 지도와 사전설명이 있었다 해도 교사와 학부모에게 배포된 설문과 동일하게 학생들에게 배포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성의 없이 설문지를 작성하였는지를 나타내주는 반증이다.

 또한 설문 내용을 보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설문이라고 할 수 없을 설문 문항을 구성, 충북교육청이 의도한 사업계획에 맞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설문이라는 흔적이 역력히 나타난다. 다시말해 설문 결과를 근거로 한 사업계획 수립 과정을 밟았다기 보다 교육청 사업계획에 설문을 끼워 맞춘 모양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두 번째는 교육청이 실시하였다는 ‘협의회를 통한 교원 및 전문직 의견수렴’ 과정의 문제점이다.

충북교육청은 2004년 1월부터 7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초·중 교감, 교사와 전문직 등 19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회의의 회의록과 참석자 공개를 요구한 본지에 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자료는 찾을 수 없다”, “이름이 알려지면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피곤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nglish Town 건립 사업을 얼마나 폐쇄적으로 추진해왔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민이 낸 세금으로 건립하는 수십억짜리 충북 외국어 교육의 대안을 논하는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고작 ‘여기저기에 불려 다니고 이름이 알려지면 피곤한’ 그런 무책임한 사람들로 전문가 의견이 수렴되었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볼때 교육청이 의견수렴 과정으로 실시하였다는 ‘설문조사’와 ‘초·중 교감, 교사와 전문직의 회의’ 실체 자체에 의구심 마져 자아낸다.

  특히 해당사업에 대한 교육청 자체의 연구 및 검토 작업은 몇 차례의 담당자 회의에그쳤다는 관계자의 말은 타 시도에서 추진하니까 일단 예산부터 따내고 보자는 교육청의 안일한 사업 구상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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