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보건소, 알바의사 고용한 병원 과태료 처분
솜방망이 처벌 의료계 불법행위 부추겨 ‘비난 여론’

▲ 지난 달 발생한 증평 80대 할머니 살인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체 검안서를 발행해 논란이 일고 있는 증평 A병원 전경. 이 병원은 관계법령을 어기며 불법 아르바이트 의사를 고용해 진료를 하고 허위로 사체 검안서를 발행했다.

 

증평군 80대 할머니 살인사건에서 허위검안서를 발행해 준 병원에 대해 과태료 5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안서를 발급한 병원은 직접 검안에 참석하지 않은 의사 이름으로 검안서를 발급해 의료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검안에는 고용관계가 신고 되지 않은 아르바이트 의사가 검안에 참여해 ‘단순병사’ 소견이 담긴 검안서를 발급해 수사에 혼선을 빚게 했다. 이 사건 ‘알바의사’ 처럼 무적 의사가 불법 의료행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지만 단속기관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1일(토요일) 증평군 증평읍의 한 마을 주택에서 혼자 사는 8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유족은 시신을 수습해 증평의 한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A병원의 당직 의사 B에 의해 시신 검안이 진행됐다. 검안을 마무리한 의사 B는 해당 병원 C의 명의로 경찰과 유족에게 사체검안서를 발급했다.

검안서에는 할머니의 사망 원인은 ‘미상’, 사망 종류는 ‘병사’로 기록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단순 자연사로 종결 처리했다. 유족은 단순 자연사라는 경찰의 말만 믿고 지난 23일 장례까지 마쳤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단순 병사 사건이 아니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57살 D씨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장례를 마친 유족이 집안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보던 과정에서 확인됐다.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할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D씨를 검거했다. 또 검안서를 발급한 의사 B가 적법하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아닌 미신고 ‘아르바이트 의사’였다는 것도 밝혀냈다.

관할 보건소에 신고가 되지 않은 채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던 의사 B는 검안에 참여하지 않은 C의 명의로 검안서를 발급해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했다.

 

증평 A병원, 의료법위반 조사해야

의료법상 검안서는 검안에 직접 참여한 의사만 발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사체 검안서 뿐만 아니라 진단서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병원 등 의료기관은 의사를 고용할 경우 관계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등록된 증평의 A 병원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할까. 압축해 설명하면 병원이 탈법적인 수익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2014년 전남지방 경찰은 공중보건의사 G씨 등 6명을 의료법 위반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해당 병원의 의사를 대신해 야간 30만원과 공휴일 50만원을 받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환자를 진료했다.

이들은 본인 명의가 아니라 병원 의사 명의로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 또 다른 공중보건의 출신 알바의사 H씨는 병원 측의 부탁을 받고 지난 2012년 4월께부터 1000여명의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하지도 않고 1차 진료기관 진료 허위확인서를 발급해 줬다.

이처럼 자신의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는 알바 의사는 병원 측의 탈법적인 제안에 활용되기 쉽다. 병원은 적정한 의사를 고용하지 않고 말도 잘 듣는 알바 의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경찰과 보건당국은 A병원의 여러 불법행위보다는 허위 검안서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A병원이 받고 있는 혐의는 허위 검안서 발급 이외에도 불법의료행위로 인한 의료급여 부당청구 의혹, 속칭 ‘사무장’ 병원 의혹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경찰과 증평보건소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괴산 경찰서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무장 병원 등 병원 내부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 살인 사건과 관련한 부분만 조사하고 있다” 고 밝혔다. 증평 보건소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 등 이런 문제는 경찰이 수사할 문제다”며 “건강보험공단 부당 의료급여 청구 문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처리할 문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증평군 보건소 관계자는 “불법 알바 의사를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50만원 과태료를 처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허위 검안서를 발행한 의사에 대해서는 충북도에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80대 할머니 살인사건 과정 자체는 매우 충격적이다. 많은 관심이 쏠리는 만큼 해당 사건의 전후관계와 경찰 수사 과정의 문제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의료계에 만연된 여러 탈법 행위가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시급해 보인다.

한편 문제가 되고 있는 A병원은 지난해 1월 W의료생활협동조합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만연한 탈법, 허술한 단속

부당의료행위 사무장병원 7년동안 8000억 부당수령

지난 1월 음성경찰서는 의료생협으로 병원을 개설해 부당이득을 챙긴 일명 ‘사무장병원’ 2곳을 적발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만든 이 병원에서만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해 챙긴 이득만 40억원이 넘었다. 이들 음성 지역 사무장 병원은 이들은 80세가 넘은 의사의 면허와 일하지도 않은 간호사 등 20여명의 면허를 임대했다.

이 병원을 세운 의료생활협동조합 대표의 친인척 출신의 행정실장은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도내 모 병원에서 근무했던 전직 의사 K씨는 기자에게 “병원에서 진료기록이 허위로 작성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망한 사람의 실제 사인과 차트(진료기록)에 남아 있는 기록이 다른 것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병원은 각종 보험사기, 무면허 진료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올해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허위, 과잉진료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불법으로 타낸 진료비가 7년새 무려 8천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환수 결정된 금액은 2009년 3억4700만원에서 2010년 87억5600만원, 2011년 576억원, 2012년 692억5700만원, 2013년 1192억7900만원, 2014년 3403억2800만원, 2015년 2164억원으로 급증했다. 2009년부터 2015년 6월까지 통틀어 8119억7000만원에 달했다.

한편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불법 개설한 요양기관을 말한다.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운영되면서 환자유치, 과잉진료, 보험사기 등 의료질서 교란의 온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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