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4300명, 차량은 45대불과 … 이용률 10%
사전예약 경쟁 치열…‘30분이면 마감돼’ 불만 폭증

▲ 청주시는 2009년부터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에게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해피콜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 지난 14일 장애인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피콜 택시 사전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 18일 장애인 A씨가 인터넷으로 해피콜 택시를 사전예약 하려 했지만 21일까지 주요시간대 예약은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 김선영 씨는 해피콜택시 예약을 포기하고 자비 600만원을 들여 전동휠체어가 탑승 가능하도록 승용차를 개조해 이용하고 있다.
▲ 18일 직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 참석한 장애인 중 단 한 명도 해피콜 택시를 이용하지 못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는 대부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춤추는 가수였던 강원래 씨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가 됐다. 강 씨처럼 현대사회에서는 후천적 장애인이 선천적 장애인보다 많다. 강 씨처럼 갑자기 당신의 삶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3일전부터 인터넷과 씨름해야 하고 수십 통의 전화를 해야 가능하다면? 이 조차도 다시 ‘몇 분의 1’의 가능성으로 떨어진다면 과연 당신은 주어진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벽인 대중교통 실태와 해피콜 택시의 문제점을 찾아본다. (편집자)

 

청주시가 교통약자에게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는 ‘해피콜’ 택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피콜 택시 이용대상자 중 1일 이용률은 10%에 채 미치지 못했다. 해피콜 택시가 예약제로 이뤄지다 보니 장애인들은 매일 아침 수십통의 전화를 해야 했고 이 마저도 한 시간이면 마감이 끝난다.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420충북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장애인공투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피콜택시를 늘리고 예약제가 아닌 ‘즉시 콜’형태로 운영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자 힘으로는 아주 가까운 정도의 거리만 걸을 수 있는 김선영(36‧직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씨. 그는 전동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승용차를 확보하기 전에는 매일 아침 전쟁을 치러야 했다. 김 국장이 치른 전쟁의 무기는 전화, 전쟁의 목표는 ‘해피 콜’ 택시 예약이었다.

‘해피콜’ 택시는 2009년 청주시가 장애인 등 교통 약자에게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는 장애인전용 택시다. 차량은 승합차를 개조해 장애인전용전동차에 탑승한 채로 승차 할 수 있다.

해피콜 택시는 장애인에게는 획기적인 조치였다. 장애인들이 이용할수 있도록 저상버스 시내버스가 도입됐지만 한계가 많은 상태에서 택시처럼 집 앞에서 목표지점 까지 이용할수 있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다는 것. 차량은 한정적인데 찾는 사람은 많았다. 해피콜 택시가 사전 전화 예약제로 시행되다 보니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었다. 김 사무국장을 비롯한 장애인 수요자들은 해피콜 택시를 예약하기 위해 아침 7시부터 수화기를 붙잡고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김 사무국장에 들려오는 것은 ‘띠 띠 띠’하는 수화음. 그는 예약하려 했던 날 중 대부분은 예약을 하지 못하고 통화음만 들어야 했다.

김 국장은 해피콜 택시를 예약하지 못한 날이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차량으로 10분이면 이동할 거리를 전동휠체어로 30~40분을 이동해야 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비를 맞으며 전동휠체어를 이동해야 했다. 장거리 이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장애인 단체에서 일을 하는 김 사무국장 직업 특성상 서울에서 회의가 있는 경우 해피콜 택시가 예약되지 못하면 회의를 가지 못했다. 현재 KTX만이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고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불가능하다. KTX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오송역 까지 가야 하지만 전동휠체어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 바뀌니 약속 ‘공염불’

 

지난 14일 장애인공투단은 ‘즉시콜’ 택시 운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2013년에 해피콜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합의를 했다. 하지만 그 합의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두 사라졌다”며 “2014년까지 휠체어장애인의 해피콜 이용확대와 비 휠체어장애인 이동차량확보를 위한 택시연계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약속 했지만 청주시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약속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도 해피콜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시간을 전화와 씨름해야 한다”며 “심지어 청주시는 해피콜 예약을 취소하면 이후 예약을 거부하는 비인권적운영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밝힌 대로 현재 해피콜 택시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예약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이뤄지며 각 1일 전과 3일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취재 결과 사전예약은 한 시간 내외에서 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8시를 조금 넘겨 장애인단체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예약을 시도해 봤지만 예약이 되지 않았다. 3일전 예약제로 진행되는 인터넷 예약도 마찬가지였다. 18일 오후 2시경 인터넷 예약을 시도해 봤지만 21일 주요 시간대 예약은 이미 마감돼 있는 상태였다.

이런 배경에는 수요자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해피콜 택시 차량은 늘어나지 않은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2009년에는 특별교통수단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이용대상자가 990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 2560명, 2011년 3360명으로 늘었다. 2015년 말에는 5190명으로 늘었지만 차량은 더 이상 증대되지 않았다. 대신 청주시는 조례를 개정해 3급장애인을 이용할수 없도록 해 2016년 3월 이용가능자는 4300명으로 줄었다.

공급이 적다보니 이용률도 매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1일 신청자는 600~800명이고 실 운행회수는 1일 500회 정도에 불과했다. 이용자가 보통 왕복으로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1일 이용인은 300~400명 정도로 추정된다. 2016년 3월 기준 이용대상자가 4300명 인 것을 감안하면 1일 이용률은 10%도 안됐다.

청주시설관리공단도도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주요 시간대는 예약시작 30분이면 마감이 끝난다. 신청 전화 회선도 2회선이다”며 “현실적으로 해피콜 택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밝혔다.

청주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즉시콜 ’도입 요구에 대해서는 “차량이 적은데 모든 차량을 즉시콜 형식으로 바꾸면 부작용도 있다”며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지적에 대해서는 “아무 연락없이 이용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른 이용자가 선의의 피해를 입는다”며 “ 다른 이용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청주시 ‘해피콜’ 택시란?

해피콜 택시는 2009년 청주시가 교통약자의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 사회참여와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해피콜 택시는 장애 2급까지의 지체장애인과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면 이용할 수 있다. 해피콜 차량은 이들이 휠체어를 탄 채 차량에 탑승해 이동할 수 있다. 운행 차량은 승합차를 개조한 해피콜택시 45대이며 50명의 운전기사가 일하고 있다.

차량은 오전 6시부터 24시까지 연중무휴로 운행된다. 신청자격은 위 대상자이며 이중 청주시 특별교통수단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사람만이 이용할수 있다. 이용은 전화와 인터넷 사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전화예약은 콜상담센터(1588-8488)로 이용일 기준 1일전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요금은 10km까지 2000원이며 최대 6000원을 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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