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학원연합회 위탁강의 진행 놓고 학원 원장‧강사들 불만
“형식적인 강의, 수준 떨어진다”비판에 “강의내용 문제없다”답변

▲ 지난 9일 충청북도교통연수원에서 열린 청주지역 학원장 연수 모습. 이날 강의 내용은 강사가 서울에서 오지 않는 바람에 다른 교육으로 대체됐다.

지난 9일 청주지역 학원장 연수가 충청북도교통연수원에서 열렸다. 오전 10시까지 오라고 했지만 강의가 시작된 것은 10시 35분이 되어서였다. 교육 시작 전에 충청북도학원연합회장이 30분가량 연설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오기로 한 강사가 오지 않아 블로그 만드는 방법으로 강의가 대체됐다. 성폭력 관련 강의도 받았다. 실제 교육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A원장은 “십년 넘게 강의를 들었지만 매번 똑같은 내용을 듣고 있다. 성희롱·성폭력 강의도 몇 번 째 듣는다. 블로그 만드는 방법도 학원장들은 관심 없는 내용이다. 이러한 강의를 왜 매번 시간을 투자해 들어야 하는 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장 B씨도 강의 내용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B씨는 “2년 전 학원을 내면서 강의를 처음 듣게 됐는데 수준이 떨어져서 깜짝 놀랐다.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을 왜 받아야 하나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에 몇 번이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원법에 의해 학원장이나 강사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횟수 제한은 없다. 강의는 교육감이 사단법인 충청북도학원연합회나 기타 기관에 연수위탁을 줄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른 필요한 예산지원을 해야 된다는 것도 명시돼 있다.

 

위탁 연수비 2400만원 받아

 

충북도교육청은 해마다 충청북도학원연합회에 위탁 연수비를 지원해왔다. 올해는 2400만원을 지원했다. 위탁을 받은 충청북도학원연합회는 원장 연수 2회, 강사 연수 1회를 진행하고 있다. 횟수는 정해져 있지만 대상자들의 편의를 위해 지역별 연수와 보충연수까지 진행해 실제 강의는 상반기 20여회, 하반기 20여회를 열고 있다.

전호용 충청북도학원연합회장은 “집체교육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 비용 차이가 난다. 집체교육을 할 때 강사비용과 대관비용이 적게 된다. 지역이 흩어져있어 나눠서 해야 하고, 대부분 평일에는 강의 일정이 있기 때문에 주말에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전 회장은 “법률적인 내용이 좀 딱딱하고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성희롱 교육도 학원에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학원 차량 안전사고 교육을 해왔다. 교육을 하기 전 도교육청에 사전 계획을 알린다. 강의 내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답했다.

▲ 강사들은 강의를 받을 때 실비 5000원을 낸다. 이를 두고 다른 지역에는 돈을 받지 않는 데 왜 걷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학원장 C씨는 “도교육청이 강의를 위탁하면서 예산지원을 하는 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없다. 학원장이나 강사 대부분이 강의에 불만을 갖고 있다. 지난해 가을 실제 강의 내용을 현장에 와서 보고 녹화를 떠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답이 없다. 법률에 의해 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면 강의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 또 강사들은 강의를 받을 때마다 5000원을, 원장은 5만 4000원을 내야 한다. 사전에 강의비를 이체하라는 영수증이 오니, 돈을 안 낼 수가 없다. 강의 지원도 받는 데 왜 돈을 내는지 모르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강의료에 대해서는 최근 ‘청주학원강사모임(다음카페)’을 통해 불만이 쏟아졌다. 충청북도에 학원은 약 2500개. 학원장들도 2500명이 있다. 강사들은 6000여명(학원장 포함)이다. 강사들은 청주학원강사모임 카페를 통해 “강사에게 강의료 5000원을 왜 걷는지 모르겠다. 그 돈만 합쳐도 꽤 되지 않나. 다른 지역은 강사료를 받지 않는 다는 데 왜 유독 청주만 걷는 걸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충청북도학원연합회는 사전에 학원에 용지를 보낸다. 일종의 영수증이다. 학원입장에서는 영수증을 제출해야만 강의를 들은 것으로 되기 때문에 보통 돈을 다 내게 된다는 것이다.

1년에 2차례 학원장 연수 때 내는 5만 6000원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 원장들은 이 돈을 강의료라고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 강의를 받지 않으면 벌점 20점을 받게 된다. 벌점 31점을 받으면 7일간 운영정지, 66점을 받으면 말소가 된다.

▲ 다음 카페 ‘청주지역강사모임’에 올라온 글들이다. 충청북도학원연합회에서 진행하는 연수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은 “학원장이 내는 돈은 강의료가 아니라 회비다. 우리는 회비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현재 도내 학원가운데 약 50%만이 회원으로 돼 있다. 강사한테 강의료로 5000원을 받는 것도 강제 사항은 아니다. 미리 용지를 보내는 것은 현장에서 내면 번잡스럽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내도 된다. 이 돈은 대관료와 일회용 커피를 사는 데 쓰인다. 실비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 원장이나 강사들이 오해하는 것은 알고 있다. 강의 때 회장이 얘기하는 건 업무경과를 보고하기 위해서다. 안 그러면 자리가 마땅치 않다. 도교육청에서 위탁 강의료로 2400만원을 받지만 실제 강의비는 5000~6000만원이 들어간다. 강의는 20여 년 전부터 계속해왔다. 솔직히 위탁 강의료를 올려주면 이렇게 돈을 걷을 필요도 없다. 도교육청은 돈을 더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넷교육 대체 요구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녹화를 해달라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민원이 제기됐지만 지금으로선 해결방법이 없다. 예산이 없기 때문에 위탁 강의료를 더 주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또한 굳이 집체교육 형태로 받느니 차라리 인터넷 강의로 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 교육을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모 원장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민방위교육도 인터넷 교육으로 바뀌지 않았나. 굳이 시간 낭비하면서 형식적인 교육을 왜 하나. 학원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강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태권도 도장과 같은 체육관련 시설장들은 강의를 안 받아도 된다. 어떤 직종이 집체교육을 매번 받아야 하는 지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도교육청에서 직접 연수를 열어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러한 비슷한 민원이 쏟아져 현재 교육청 차원에서 교육을 열고 있다. 이를 두고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은 교육예산으로 1억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상 어쩔 수가 없다. 사이버 교육은 전국적으로 실시한 사례가 없다”라고 답했다. 결국 학원장과 강사들은 오래전부터 강의에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답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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