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협 통해 75억원 수출…고품질, 세계시장서 인기
농협 주도 ‘공선출하회’ 육성, 농가 경쟁력 높이는데 집중

이응걸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장은 농사짓는 본부장으로 유명하다. 텃밭보다 조금 큰 정도라고 소개한 그는 “농협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 농민이고, 농협의 최대 주주가 농민이라고 생각한다. 감자도 캐고 농약도 쳐봐야 농민 분들과 공감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농사를 짓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1시간여 진행된 인터뷰의 대부분을 농가소득에 대한 고민으로 채웠다. 충북 농가는 든든한 지원군 한 명을 얻은 셈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이 본부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도내 지역농협을 방문하고 농가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이 본부장은 “농민들과 직접 만나는 일은 지역농협이 하고 있다. 중앙회는 지역농협이 농민들을 위해 더 많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해 지원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지역을 돌며 그가 내린 결론은 판로 확대와 농가의 규모화다. 이 본부장은 “여유로운 농가도 있지만 대부분의 농가는 부부가 작은 땅을 일구는 형태다. 그렇다보니 다품종 소량생산의 예전 농사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의 규모화가 어렵다면 여럿이 힘을 모아 규모화 할 수 있다. 그러한 하나의 형태가 공선출하회다. 공선출하회 육성을 통해 농가의 규모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과잉생산, 수출이 ‘답’

빤한 사정의 국내시장에서 판로확대는 집안싸움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게 이 본부장의 판단이다. 그래서 그는 시간을 내 수출에 성공한 농민과 관계농협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댄다. “한때 대체작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블루베리가 지금은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 대체작물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생기지만 그것이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과를 먹던 사람이 블루베리로 바꾸는 것이다. 시장규모는 커지지 않고 선호하는 농산물만 달라질 뿐이다. 그럴 때마나 농가는 부침을 겪는다. 수요를 예측해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수출을 다각화하면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시민들이 옥천 포도를 좋아하고, 어느 도시의 시민들은 음성에서 생산된 복숭아를 좋아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파악해 해당 지역에서 요구하는 농산물을 공급한다면 판로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생각하는 농협의 역할은 수요자와 농가를 이어주는 것이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에도 수출경험이 있는 지역농협 관계자들과 수출확대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농협을 통해 75억원의 농산물이 수출됐다. 충주원예농협은 두바이에 사과를 수출했고, 최근에는 수안보농협이 대만에 배추를 수출했다”고 설명하며 “지금도 질이 높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더 특화시켜 해외수요를 늘리려고 한다. 지역본부도 담당부서에서 수출전문업체 등의 정보를 구해 지역농협과 업체 또는 나라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통 간 화합, 농가소득 증대에 집중

이 본부장은 시무식에서 계통 간 상생을 통해 농민들에게 실익을 줄 수 있는 충북본부가 되자고 당부했다. 2012년 농협중앙회가 신용(금융)·경제 분리 조치 이후 ‘돈벌이가 되는 신용 쪽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이 본부장은 “신경분리 초기에는 신용부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다시 화합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농협은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필요한 재원을 스스로 창출해야 한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사업을 통해 농협의 설립 목적대로 농민들에게 실질적 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39대 충북본부장이다. 역대 본부장이 대부분 중앙회본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것과 달리 이 본부장은 1986년 입사한 이래 줄곧 충북본부에서 근무하며 청주공단지점장·증평군지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본사 근무경력은 본부장 임명 직전 인력개발부장을 맡은 것이 유일하다. 그만큼 지역농협 사정에 밝고 누구보다 조직을 잘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본부장은 “누구나 임기동안 무엇이든 하나는 남기고 싶어 할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농민들로부터 예전보다 소득이 나아졌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0년간 농협에서 일하며 욕을 먹을 때도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농협이 그래서 되겠냐’는 식이다. 이 말에는 농협이란 곳이 공공의 이익과 농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곳이라는 시민들의 신뢰가 깔려 있다. 그러니 욕을 먹어서 불만이 아니라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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