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배포자 “애써 뿌린 거 줍는다” 70대 노인에 BB탄 난사
청주시, 대책마련 못했지만 호응 높아 하반기에도 사업 지속

충동적으로 벌어진 일회적 사건일까, 아니면 사회적 현상의 시작일까. 최근 청주에서 벌어진 일명 ‘BB탄’사건으로 인해 ‘불법광고물 수거 보상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청주시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 노인 일자리창출의 차원에서 진행한 ‘불법 광고물 수거 보상제’가 노인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반면 보복범죄 노출에 따른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일수 등 불법 광고 명함을 뿌리는 이들에게 수거 노인들은 ‘눈엣가시’로 낙인 찍혔고, 이들 행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노인 안전을 위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 지난 3일 명함형 전단을 뿌리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불법광고물을 수거하는 노인을 향해 BB탄을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CCTV에 잡힌 김 모씨와 최모씨.

보복 부른 광고물 수거 보상제

지난 3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한 주택가에서 길바닥에 뿌려진 명암형 대부업체 광고 전단을 줍던 유모(74·여)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젊은이들로부터 수십발의 ‘BB탄’ 총알을 맞아 상처를 입었다. 유 씨에 따르면 오토바이를 타고 명함형 전단을 뿌리던 이들이 되돌아와 유 씨에게 모형 총기로 겨누고 수십 발을 쏘고 달아났다. 유 씨는 당시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이 확인한 결과 유 씨의 머리 속에서도 BB탄 총알이 여러 알 나오는 등 불법 배포자들은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총을 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흥덕경찰서는 폭행혐의로 김 모(23)씨, 함께 범행현장에 있던 최 모(23)씨를 자동차관리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 씨는 경찰 진술에서 “힘들게 전단을 뿌리는데, 곧바로 줍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져 화가 나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불법 전단물을 수거하는 노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라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전단물 배포 오토바이 운전자는 “보상이 진행된 다음부터는 뿌리기가 무섭게 수거된다. 잘못인 줄 알지만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어 줍지 말라고 소리를 친 적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쪽 일을 하는 친구들이 아무래도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보니 ‘욱’하기도 하고, 우리들끼리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기도 한다”며 노인들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피해자 유 씨는 가해자들의 사과를 받고, 경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 씨와 같은 피해자는 또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불법광고물 수거 사업은 스스로 생계비를 마련해야 하는 노인들에게 매력적인 사업이다. 지난해 8월과 9월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1196명이 참여해 8981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1인당 8만원 꼴이다. 이 시범사업을 통해 373만 5971장의 불법 광고물이 회수됐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청주시는 지난 1월 4일 청주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불법광고물 수거 사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2월 29 예산 소진으로 사업을 중단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관련 예산 2억 8000만원을 모두 소진해 사업을 중단했다. 추경을 통해 예산이 확보되면 하반기에 사업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폐지 줍는 노인, 대부분 참여

지난 두 달 동안 3408명의 노인이 참여해 1152만 7935장을 회수하고, 2억 8044만 3340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현수막(1500원) 족자형 현수막(500원) 벽보(30원) 명함형전단(20원) 등이 대상이다. 이들 불법광고물을 수거해 주민센터에 가져다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이 높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폐지를 비롯한 폐품가격이 폭락하며 폐지를 줍던 노인들 대부분이 불법광고물 수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노인은 “잠깐이지만 수거일이 있으면 돈벌이가 된다. 노인들끼리 경쟁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 두달의 사업 시행 결과 전체 참여자의 20%에 해당하는 335명은 월 상한액인 20만원씩을 수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명함형전단으로 20만원의 보상금을 받으려면 2만장을 수거해야 한다. 이들은 사실상 생업으로 수거 일을 하는 것이다.

불법 배포자들의 보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청주시는 불법광고물 수거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전체 사업비 규모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노인들의 수거가 활성화되면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 광고물의 절대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불법 현수막

과태료, 최대 500만원…홍보효과 대비 저렴(?)

불법광고물 근절을 위한 청주시의 단속이 지속되고 있지만 게시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단속 시간대를 피해 거는 게릴라 광고가 늘고 있고, 분양광고에 나선 일부 건설사 등은 과태료를 낼 각오(?)로 단속에 개의치 않고 현수막을 내걸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청주시에 따르면 해마다 불법광고물에 의한 과태료 부과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1267만원에 불과했던 과태료는 해마다 늘어 2014년에는 2억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후에는 더욱 늘어 지난해에는 10억원에 육박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난 한해동안 426만 5189건의 불법광고물을 적발했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은 총 378건으로 9억 3887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불법광고물을 정비하기 위해 휴일에도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현수막 등을 내거는 업주들의 의식변화는 크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수막의 광고효과를 기대하는 건설사나 광고대행사가 내건 분양광고 현수막이 전체의 90%에 육박한다. 이들이 과태료를 내면서도 현수막 광고를 지속하는 것은 지자체에 내야하는 과태료보다 광고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물법 등에 의해 현수막 광고에 따른 과태료는 최대 500만원으로, 반복해서 부과한다고 해도 수천억원의 상품을 분양하는 건설사 입자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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