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 보조금 사업 실제 기획비는 5%에 불과
민병동 씨 “기획자 예산 늘리고 부풀리기 없애라”주장

민병동(조각가‧충북민족미술인연합회장)씨는 올해 충북문화재단에 낸 <자유기획>공모사업에 신청해 선정됐지만 예산을 반납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기획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구조에 저항하고 싶다”는 것.

그는 이번에 5000만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최종 2250만원을 통보받았다. 원래 기획서의 총 50%가 안 되는 보조금을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기획자의 문화상품을 사는 것은 행정이다. 행정은 예산이 줄면 참여하는 작가 수를 10명에서 5명으로 줄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원래 계획했던 온전한 상품이 나올 수 없다. 기획자는 숫자를 갖고 머리를 굴려야 한다. 예산에 맞춰 상품을 재단하는 기존의 관행에 돌을 던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 민병동 충북민미협 회장은 기획자에게 정당한 몫을 기획비로 줘야 한다며 올해 보조금 예산을 반납하기로 했다.

영수증 처리하느라 힘만 뺐다

 

적어도 이러한 행동이 문화재단 관계자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그가 진행한 무심천 설치미술 프로젝트인 ‘무미아트’ 보고서를 보면 기획비가 15%이고 그중 자부담이 10%로 지정돼 있다. 결국 5%만이 기획자의 인건비로 돼 있다.

“지난해 무미아트는 334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는데 자부담이 340만원이었다. 여기서 세금 빼면 인건비로 180만원이 나왔는데 이는 7~8개월간 일한 기획자의 몫이다. 작가 미팅을 할 경우 커피한잔을 마셔야 하는 데 이런 건 카드 영수증 처리를 할 수 없다. 재료로 대나무를 샀지만 영수증처리를 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니 오히려 지원을 받지 않고 움직일 때가 돈을 덜 썼다. 생각해보니 더 행복하지도 않았다. 영수증 처리 요건에 맞추느라 힘만 뺐다. 정직하게 일하고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

보조금 예산을 받아 일부 남기는 것이 사실상 지역문화예술계의 관행처럼 돼 있다. 서류상 숫자를 맞춰놓았을 뿐 재단 측에서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고 가기가 어렵다. 기획자의 비용 자체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 민병동, 한태호, 죽동구리씨가 지난해 무심천에서 벌인 무미아트 프로젝트에 설치한 작품. 시민, 학생, 관광객 700여명이 대나무에 일일이 메시지를 적어넣었다.

지난해 충북예총 사무국장 A씨는 보조금 횡령문제로 10개월 복역하고 최근에 출소했다. 충북예총은 해마다 충북도로부터 1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청풍명월예술제 개최해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자부담 비용을 포함해 약 5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두고 지역문화예술계인사는 우스개 소리로 “금액을 너무 많이 남겼다. 보통 룰이 30%인데, 50%까지 남기려고 하니 탈이 난 것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시각파트는 주로 ‘도록’에서 금액을 남기고, 공연 파트는 각자 출연료를 받은 후 후에 일종의 후원금 명목으로 내놓아 자부담 비용을 채우기도 한다. 일종의 편법이지만 관행이란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몇 년 전 청주미술협회 임원들에게 횡령혐의가 있다며 도록 비용을 놓고 회원들의 고소고발이 들어와 몇 차례 수사를 받기도 했다. 협의가 입증되지는 못했다. 미술전시 도록의 경우 보통 1000만원 내외를 책정해 놓고 있다. 도록의 크기와 내용에 따라 도록 값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도록 값을 부풀리기가 가장 편하다는 게 예술계 인사들의 증언이다.

이에 대해 민 회장은 “누구라도 이러한 관행을 깨는 시도가 필요하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모두가 묵인하고 있다. 이런 일로 예술가들이 사고치고 구설수에 오르고 또 사건화 되는 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충북예총 사무국장 보조금 횡령사건

 

지난해 민 회장은 ‘무미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각 파트 보조금 예산에서는 처음으로 ‘작가피(fee)’를 항목으로 넣었다. 공연의 경우 전체 예산의 70%가 공연료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시각 파트의 경우는 작가가 작품을 걸어도 이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작가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도록에 자기 이름과 작품을 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민 회장은 “문화진흥법 통과로 공공기관에서 작가의 작품을 대여할 경우 이에 대한 비용을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전시기획자들도 작가의 작품을 사용할 때 최소 몇 만원이라도 책정해 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담당자와 상의해 공연 파트와 유사하게 ‘작품 출연료’라는 항목을 집어넣었다. 충북문화재단에서 받는 시각 파트 보조금 사업 중에 작가 피를 책정한 것은 지난번이 처음이었다. 이것이 선례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획자에게 정당한 기획비를 인정해줘야 한다. 기획비의 책정 비율을 높이고, 실제 예산을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고치면 되는 문제다. 또한 기획자에게 자부담으로 진행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지역의 한 공연기획자는 “관행이라는 게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보조금을 정말 정확하게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씁쓸하지만 현실이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충북문화재단 관계자는 “민병동 씨의 경우 전체 보조금 신청 예산 중 실제 통과된 예산이 50%도 안 돼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 자유기획의 경우 총 6개 단체가 신청했는데 2개 단체를 빼고 나머지 4개 단체는 모두 2250만원을 동일하게 지원했다. 최대 5000만원까지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단체가 5000만원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비 비율은 담당자와 상의하면 조절이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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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거점공간 지원사업 공모요강 ‘헷갈리네’

‘신진’과 ‘일반’의 기준, 게스트룸 개수 차이라고?

 

올해 충북문화재단의 공모요강은 일부가 바뀌었다. 특히 창작거점공간 지원사업의 공모요강을 보면 ‘신진’과 ‘일반’으로 나눠 공모를 실시했는데 영동의 자계 예술촌(5000만원), 만종리 대학로 극장(2000만원), 마불 갤러리(3000만원)가 각각 선정됐다.

그런데 신진과 일반을 구분하는 방법이 헷갈린다. 처음 사업을 신청하는 곳이 신진이고 이전에 지원을 받았던 곳이 일반이 아니라 게스트룸의 개수와 동일유형의 사업을 했느냐 마느냐로 결정짓기 때문. 이를 놓고 지역의 몇몇 예술인들은 “공모요강이 좀 상식선에서 진행했으면 좋겠다. 일단 동일유형의 사업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알 길이 없다. 게스트룸 숫자도 좀 모호하다. 2개 이상, 3개 이상으로 구분했는데 이상이라는 개념은 초과의 의미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영동의 자계 예술촌과 마불 갤러리는 올해 처음 공모신청을 했지만 ‘일반’에 지원했다. 신진은 최대 2000만원까지, 일반은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했다. 이에 대해 충북문화재단 관계자는 “동일유형의 사업이라는 건 재단에서 지원을 그간 받지 않았어도 레지던시 사업과 비슷한 사업을 해왔으면 인정해주는 것이다. 좀 헷갈릴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사전에 설명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답변했다. 신진의 경우 사무실 1개소·게스트룸 2개소, 일반은 사무실 1개소‧게스트룸 2개소, 작업실 3개소 이상으로 봤다.

그런데 게스트룸의 경우 취사 및 숙박이 가능한 시설인데 소위 간이침대만 작업실에 놓아도 공간으로 인정해줬다. 창작거점공간 지원사업의 경우 총 2억원 예산가운데 3개팀만 선정돼 9000만원의 예산이 남았다, 재공모를 실시해 3월 달 내 발표가 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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