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진로체험 하는 ‘비교과 컨설팅’ 사교육 유행
각종 심리검사 후 상담비용만 수십만원, 불안 마케팅 여전

충북의 진로교육 현주소
불붙는 사교육 시장

사교육 업계 종사들은 앞으로 ‘진로시장’이 가장 뜰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미 진로는 시장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용암동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발 빠르게 새로운 흐름에 적응했다. A씨는 “초등학교 입학 전인 아이를 둔 부모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아요. 진로교육을 시켜달라는 전화에요. 그럴 땐 아직 때가 안됐다고 말을 돌리지만 그만큼 열망이 많다는 걸 확인하게 되죠. 학부모들은 일단 입시체제에 대해 잘 모르고, 복잡한 내용을 알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게 마련이에요. 공교육에서 그만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불신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 서울대생 멘토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자극을 줄까. 새로운 입시체제에서는 성적 외에도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기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진로교육 또한 사교육 시장 안으로 이미 들어와 있다. 사진은 한 학원에서 서울대생 멘토가 학생들을 상담하고 지도해주는 모습.사진/육성준 기자

그는 최근 중학생을 모아 진로체험교실을 운영했다. 실제 직업인들을 섭외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열기도 했고, 서울대생 멘토들과 철학‧과학을 주제로 한 ‘딜레마’수업을 열어주기도 했다. 아이들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발표까지 했다. 이렇게 6개월을 운영하는 데 한 학생당 18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충북보다는 전국을 상대로 일해요. 서울대생이 일종의 자원인데 같이 호흡을 맞추고 한번 이상 일한 친구가 70명 가량 됩니다. 청소년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멘토라는 생각이 들어요. 멘토를 만나 상담을 받으면서 정말로 인생이 뒤바뀐 친구들이 많죠. 전국의 각 학교나 학원 단위에서 서울대생 멘토를 원하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럴 때마다 시간이 맞는 친구들을 섭외해 보냅니다. 학생들에겐 일종의 아르바이트인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생 멘토를 잡아라

 

이른바 입시제도의 변화로 생겨난 것은 더 세밀화 된 사교육 시장이다. 일선 학원에서 직접 진로교육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아 체인점 형태의 학원들은 서울의 유명강사를 초청하거나 또는 전문적으로 진로교육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사교육 업체에게 인계하기도 한다. 이럴 때 학원에서 학생 당 얼마의 중개료를 받는다.

A씨는 “솔직히 서울의 유명강사가 청주까지 왜 오겠어요. 가짜 프로필을 갖고 전국을 돌며 사기 치는 사람들도 봤어요. 하루 이틀 강의에 너무 고가의 컨설팅 비용을 요구할 때는 의심해부터 해봐야 해요. 부모들이 입시정보를 알아야 휘둘리지 않는데 지금은 너무 복잡다단하다보니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도교육청 차원에서 학부모 대상 강좌가 많이 열려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학원들 사이에선 비교과 컨설팅 시장이 붐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활동,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활동에 대해 일종의 플랜을 짜주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이 모든 게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A씨는 “학교에서 받는 진로활동은 대개 비슷해요. 심리‧적성검사를 학교에선 공짜로 해도 이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없으니 다시 사교육 업체에 가서 똑같은 검사를 15만원을 내고 다시 하죠. 심지어 서울에 있는 모 업체는 현재까지 나와 있는 모든 종류의 심리‧적성검사와 더불어 사주와 손금까지 더해 전체 풀 패키지가 600만원인 곳도 있어요. 그래도 불안심리 때문에 사람이 몰려요. 매번 검사만 하면 뭐해요. 부모들은 실질적인 브리핑을 듣기 원해요. 공교육이 좀 더 디테일하게 접근해야 해요”라고 주장했다.

 

외부 컨설던트 무조건 믿지마라

 

사교육 업체 가운데 A씨의 경우처럼 진로활동을 매개로 학생부 종합전형까지 컨설팅하는 업체도 있고, 학교에 전문직업인 초청 강연회를 할 때 소위 강사를 대주는 업체도 있다. B씨는 지난해 서울에서 진로교육을 하는 업체의 청주지부를 맡았다. 그가 하는 일은 학교마다 열리는 전문직업인 초청 강연회 때 직업인들을 소개하는 일이다. 직업인 풀을 갖고 행사가 열릴 때마다 강사를 섭외해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보통 6만원의 강사비 가운데 3만원을 중개료로 가져간다.

이에 대해 모 진로교육 교사는 “전문직업인을 구하는 게 쉽지는 않죠. 학부모에게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을 아는 지 물어보기도 해요. 그러다 업체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고, 업체와 교사가 인맥을 동원하는 일도 있죠. 일단 진로교사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보통 50명 정도를 섭외하는 데 일일이 전화 걸고 확인하는 작업이 만만찮죠”라고 말했다.

또한 1박 2일 진로체험 캠프를 대행해주는 업체들도 있다. 이처럼 입시컨설팅 시장은 크게 두 축이다.

A씨는 “앞으론 진로시장인 비교과 컨설팅 시장이 커질 겁니다. 첫째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찾기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둘째 부모가 경험했던 입시와 자녀의 입시는 확연히 다르죠. 셋째 학교에선 학생부 기록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일부 기록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써오면 기록해주겠다고 해요. 학생들이 혼자 작성할 능력이 안 될 때가 많죠. 학교에서는 소수의 아이들만 집중 지도해주는 게 현실이에요”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교육에서 낸 실적이 어차피 공교육에 다 들어가게 되는 구조잖아요. 너무 음성적으로 시장을 두는 게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짜면 좋겠어요. 좋은 프로그램은 공유해야 된다고 봐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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