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210명의 진로교사 배치…“5년 전과 인식 달라졌다”
진로캠프, 직업인 초청 강연, 동아리 발표대회 매년 개최

충북의 진로교육 현주소
진로교육법 통과 이후 학교 현장

아이들의 꿈을 찾는 것이 ‘우연’또는 ‘운명’에 좌우되던 시절이 있었다. 공교육 내에서 진로교육은 하나의 과목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직업의 선택 또한 한정적인 틀 안에서만 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유망한 직업이 앞으로는 대거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충북의 진로교육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공교육, 사교육의 현재를 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 들어가는 말.

 

“당신 필요 없어요.” 진로교사 5년차를 맞이한 조정자 씨가 처음 학교에 부임했을 때 교장과 동료 교사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충북에 진로교사가 등장한 것은 2011년이다. 당시 진로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 경력이 10년 이상이어야 하고, 관련 연수 600시간을 마쳐야 했다. 현재 도내 진로교사는 210명이다. 지금은 진로교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더 까다롭다. 지난해 6월 진로교육법 통과이후 교육부는 진로교사 확충(현재 한학교당 1명에서 2명으로) 및 전문 대학원 제도 운영을 고민 중이다. 6개의 전문대학원을 개설해 과목을 이수해야 진로교사가 될 수 있다. 6개 대학 안에 교원대도 포함돼 있다.

“5년 전만 해도 진로교사가 뭐하는 사람인지 몰랐어요. 대부분 진로가 진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낀 거죠. 그런데 지금은요? 진로와 진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요. 그러다보니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죠. 아이러니하게도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진로교육이 시작됐고, 인식마저 바뀌게 된 거죠.”

 

▲ 처음 진로교사가 첫발을 뗀 5년 전과 달리 지금은 진로교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진로가 곧 입시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충북교육과학연구원에서 이뤄지는 진로체험 프로그램 모습.

2011년부터 진로교사 배치돼

 

2011년 교육부는 기존의 수능중심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입시체제의 변화를 꾀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수능(정시)보다는 수시의 비중이 3대 7정도로 커졌다. 수시 중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이라고 해서 학교생활 기록부를 놓고 등락이 뒤바뀌고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는 학교 생활의 다양한 내용이 기록되는데 이를 크게 나누면 교과활동과 비교과 활동이다. 비교과 활동은 성적과는 무관한 ‘창의적 체험활동’의 세부내용을 적는 것이다. 자율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란이 있다.

그 중 진로활동란에는 학교에서 어떠한 진로활동을 했는지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가 어떠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학생부에 적는 내용이 달라지게 된다. 이는 곧 입시의 성과와 연결되다보니 진로교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내 모 학원 대표는 “솔직히 학생부를 보면 학교가 얼마만큼 학생들에게 신경쓰고 있는지가 드러나요. 세종시와 충북의 활동내용은 너무 차이가 나죠. 세종시는 학생들에게 돈을 따로 걷어 한번에 2500만원짜리 진로캠프를 열기도 해요. 청주시내 학교를 보면 각종 진로적성 심리검사, 진로캠프, 나의 꿈 발표대회, 직업인 초청 강연회 정도가 매번 고정적으로 열리는 정도에요”라고 설명했다.

 

진로교육 입시에서 성과내

 

이에 대해 조 교사는 “진로교육의 노하우도 어쩌면 비슷비슷하죠. 전국의 학교들이 대동소이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이제 양적인 것보다는 질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입학사정관들을 만나보면 모든 학교가 일반화 됐다는 말을 많이 해요. 이제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진로와 경험이 현장에서 어떻게 체험될 수 있는 지를 봐야죠. 이건 지금 교사들이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에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로 교육을 통해 진학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교사와 학부모가 경험했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제도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요. 머리를 쓰던 몸을 쓰던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죠.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수 십 번 바뀌었어요. 아무리 좋은 제도가 나와도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어요. 교육청 또한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제도가 시행됐다가 멈추는 게 아니라 그 철학이 유지돼야 합니다. 혁신학교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수업의 변화를 꾀해야 학생부에 소위 적을 수 있는 내용도 생기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해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로교사는 중‧고등학교에만 배치돼 있다. 진로교과 수업을 비롯한 상담, 진로캠프 등의 진로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진로교사의 몫이다.

조 교사는 “앞으로는 초등학교부터 진로교육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죠. 진로교사라고 한정된 사람만 진로교육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올해부터는 커리어넷에서 일반 교사들에게까지 진로교육 원격연수를 시행해요. 변화가 시작되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

“진로교육 하니 서울권 대학 2배 많이 갔어요”

청주여고 진로교육 시범학교 2년간 운영해보니

 

▲ 안재명 청주여고 교사는 “진로교육을 활성화하니 입시에서도 성과가 났다”라고 설명했다.

청주여고는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진로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1~2학년 때 진로탐색을 한 후 동아리와 연계해 진로활동을 펼치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입시에서 서울‧경기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2배로 늘었다. 안재명 청주여고 3학년 부장은 “1학년 때 한 진로탐색 및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3학년 때 과를 선택했더니 입시에서도 결과가 좋았어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 2년간 성과를 분석해보면 진로활동 비중을 늘린 것이 유효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청주여고에서 그동안 했던 진로활동 중에는 ‘진로탐색을 위한 1박 2일 독서토론캠프’가 있다. 학교 도서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토론대회를 연 것이다. 동아리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서는 진로탐색과 관련한 동아리 활동을 한 후 학생들이 직접 발표까지 했다. 청주여고에는 직업 탐색 동아리가 활성화돼 있다. 승무원, 경제, 교사, 방송, 신문, 봉사, 환경 동아리 등이 운영되고 있다.

안 부장은 “중소도시에선 학교가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할 때가 많아요. 직업 인프라도 한정적이고요. 학생들이 꿈꾸는 직업의 세계는 다양한 데 이에 맞는 직업인을 구하지 못할 때도 많죠. 이런 점은 아쉬운 부분이에요”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