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획사 선거비용 7500만원 경감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적용
이 시장측 “대가성 입증 못해, 과다청구 감액받은 것 무죄 확신”

▲ 지난해 11월 청주지검 특수부 소환을 받은 이승훈 시장./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2014년 도내 지방선거 후유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병우 교육감은 1년여에 걸친 선거법위반 재판에서 최소 벌금형으로 현직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유영훈 전 괴산군수는 유죄판결로 직에서 물러났고 임각수 괴산군수는 선거전 관내 업체로부터 1억원 수수의혹을 받아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마지막으로 이승훈 청주시장이 지난 29일 선거기획사로부터 채무경감을 받은 의혹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충북의 수부도시인 청주시 단체장이 직위를 건 재판에 휘말리면서 지역 정관계는 술렁이고 있다. 검찰이 발표한 이 시장의 혐의점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선거 용역비 3억1000만원 가운데 2억여원을 회계신고에서 누락해 1억800만원으로 축소 신고한 혐의다. 또한 선거기획사로부터 용역비 7500만원을 채무경감 받아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다. 해당 선거기획사 박모 대표도 선거용역비 경감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선거홍보비 재조정, 합의여부가 관건

수사 결과를 보면 이 시장은 6·4지방선거가 끝난 2014년 7월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비용으로 2억9700만원(청주시장 선거 한도액 3억2300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2억9700만원 가운데 선거홍보비용으로 신고한 금액은 1/3이 넘는 약 1억800만원. 하지만 검찰은 선거홍보에 사용한 비용을 3억1000만원으로 보고 있다.

선거기획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컴퓨터 자료와 인쇄소 등 거래업체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는 것. 검찰 수사가 맞다면 이 시장은 차액인 2억200만원을 선관위에 축소 신고한 셈이다. 당초 검찰이 가장 큰 의심을 가졌던 이 시장과 기획사 대표간 현금거래 2억원은 계좌이체로 오간 것이 확인돼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선거홍보비 3억1000만원과 기존 선관위 신고비용 중 홍보비용을 뺀 1억8900만원(2억9700만원-1억800만원)을 합한 4억9900만원이 이 시장의 실제 선거비용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법정 선거한도액보다 1억6천여만원 초과된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같은 상황에서 이 시장과 회계책임자였던 류모씨(38·청주시 별정직 공무원)가 짜고 선거비용을 축소신고 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류씨를 정치자금법상 선거비용을 허위기재·누락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 시장은 선거기획사의 실제 홍보비 3억1000만원 가운데 1억800만원을 선거가 끝난 후 선관위의 보전비용으로 갚았다. 나머지 2억200만원중 1억2700만원은 5~6차례로 나눠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머지 7500만원에 대해 이 시장측은 “비용청구가 과다해 상호협의를 통해 감액한 것이다.

선거캠프와 기획사간에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최종 비용정산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인쇄업체 등 거래처 원가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조정된 점을 지적했다. 선거기획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7500만원을 깍아줬다면 무언가 대가를 노린 채무경감이라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상 채무경감도 기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기획사 국제공예비엔날레 하위권 탈락

당초 사건을 수사한 청주지검 수사팀은 7500만원의 채무경감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 적용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기획사가 향후 청주시 일감을 따내기 위한 대가를 바라고 7500만원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선거기획사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청주지검 수사는 곧바로 청주시청 회계과와 정책보좌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이 시장이 취임 이후 해당 기획사에 수의계약 등을 몰아줬다면 대가성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기획사는 2014년 3건, 2015년 2건 등 총 5200만원 상당의 공사를 수의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지역 다른 기획사보다 수의계약이 월등히 많다고 볼 수 없었다.

특히 용역비가 가장 큰 행사였던 2015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대행 업체 공모에 해당 기획사로 컨소시엄으로 신청했었다. 하지만 심사결과 5~6개 신청사 가운데 최하위권 점수를 얻어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공예비엔날레 담당부서 간부직원은 “이 시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심사결과였다. 그때 업체간 로비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실무부서도 여러 군데서 시달린 것이 사실이다. 뒷담화가 많다보니 이 시장이 직접 ‘뒷말 나오지않게 최대한 공정하게 하라’고 수차례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한 검찰은 정치자금수수법으로 방향을 틀어 5개월만에 기소처분을 내린 셈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시장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선거캠프 회계책임자에게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선거기획사의 홍보비용 경감이 일방적인 것인지 합의에 의한 것인 지가 변수라는 의견이다.

A변호사는 “검찰이 수사초기에 기획사 대표를 20회 이상 연속 출석시켜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일상적인 수사방식은 아니었다고 본다. 일단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장의 법정진술 신뢰성이 재판부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기획자 B씨는 “선거비용 정산과정에서 기획사가 1차로 과다계상 지출서를 내는 것은 관행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상호조정 과정에서 경감할 것을 대비해 작성하는 것이다. 청주시장 선거는 유권자가 20만명이 넘는 큰 선거인데, 선거홍보비 1억800만원이 타당한 지 규모가 비슷한 다른 지역 후보자 신고내역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2억원 실명거래, 검찰 정보망 포착된 듯
특정금융정보법, 2천만원 이상 현금거래 국세청·검찰 정보 공유

이 시장은 선거가 끝난 1년뒤인 작년 8월 선거기획사에 2억원을 송금했다. 선거전 빌린 돈을 갚은 것이다. 거액의 뭉칫돈이 오가면서 이 거래가 금융당국에 포착됐고, 대검에서 의혹을 갖고 청주지검에 사건을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그 배경을 놓고 이 시장 선거캠프 내홍설, 선거기획사 내부갈등설 등이 제기됐다. 이같은 불협화음으로 내부비밀이 불거져 나왔고 청주지검이 범죄정보로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 하지만 쌍방처벌을 무릅쓰고 공론화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가정이다. 결국 대검의 불법자금 감시시스템에 포착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배경이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FIU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nancial Intelligence Unit: FIU)’을 통해 자금세탁··탈세 의혹이 있는 금융거래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5천만원 이상 현금거래에 대해 FIU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고객이 계좌를 신규개설하거나 원화 2천만원 또는 외화 1만달러 이상을 무통장 입금 등의 일회성 거래방식으로 거래하면 고객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같은 정보는 국세청을 통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도 전달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최근 5년간 검찰과 국세청, 경찰 등 법 집행기관에 전달한 의심거래(STR) 건수가 11만656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과 선거기획사의 2억원 실명 계좌거래도 의심거래로 체크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FIU가 관계기관에 정보를 제공해 놓고, 당사자에게는 정보 제공사실을 제 때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이내에 정보 제공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물론 예외적으로 유예사유에 해당될 경우 총 1년 유예가 가능하다. 유예사유는 국세청이나 관세청이 행정절차 진행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다.

따라서 검찰이 의심거래로 파악한 건이라면 당사자 통보는 하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이 시장은 나름 ‘당당한’ 실명 거래가 오히려 ‘꼬투리’가 된 셈이다. 범죄정보가 된 사실도 모른채 느닷없이 검찰 수사의 태풍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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