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감사 지적, 결국 관장 사퇴로 이어져
예술계 “숫자만 보고 판단, 실정모르는 지적”비판

흥덕문화의집은 2003년 처음 문을 열었다. 2006년부터 청주시는 흥덕문화의집에 해마다 8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8000만원에는 인건비와 관리비, 사업비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2006년 이후 흥덕문화의집 예산은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실제 흥덕문화의집은 컴퓨터나 빔이 노후화돼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를 수차례 시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관리비를 아껴 장비를 구입했다고 한다.

▲ 청주시는 위탁기간인 청주민예총에게 흥덕문화의집 사업비 확대를 위해 관장을 명예관장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이로 인해 관장은 1월 말로 사퇴한 상황이다. 청주시의 문화행정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는 청주시의회의 감사지적사항이라면서 흥덕문화의집 관장의 인건비를 문제 삼았다. 현재 흥덕문화의집은 관장과 사무국장 2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에 관장을 ‘명예관장’으로 돌려야 하다는 것이다. 기존에 관장은 한달에 180만원 내외를 받았다.

시의회는 “전체 예산 지원에서 사업비 비중이 너무 작다. 관장은 월급을 지출하지 않는 명예관장으로 돌리면 인건비가 절감되지 않느냐”고 주문했다.

 

문화의집 10년째 예산 동결

 

현재 8000만원 가운데 인건비와 관리비로 약 7000만원 정도가 나갔고, 나머지 1000만원이 사업비였다. 시가 시의회의 지적사항을 들어 관장 퇴진을 요구했고, 결국 흥덕문화의집 이종수 관장은 지난 1월 말로 직을 내려놓았다. 문제는 흥덕문화의집이 현재 남아있는 사무국장 1명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는 것. 따라서 사무보조 인력을 또다시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면 인건비 비용을 최대 절감해도 1000만원 내외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흥덕문화의 집 관계자는 “실제 8000만원에서 사업비는 1000만원이지만 외부 공모 사업을 따와서 진행했다. 어르신 문화봉사대, 골목길 기록화 사업, 생활문화 활동지원 사업 등은 3년차 연속사업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외부사업으로 한 해 보통 1500~2000만원을 따왔다. 그런데 예산서에는 지원받은 금액에 대한 손‧결산만 표시돼 이러한 내용이 숫자상으로 보면 빠져있다”라고 억울해했다. 흥덕문화의집은 작은도서관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책 1만권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도 시에서 들려오는 답변은 “상황은 다 알고 있지만 이번에 시의원들이 지적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청주문화원은 청주문화의집을 위탁 받지 않았다. 청주에서 문화의집은 단 2곳이다. 흥덕문화의집은 청주민예총이 위탁받았고, 청주문화의집이 올해 처음으로 청주예총이 청주문화원을 위탁받았다.

청주예총은 시에서 명예관장 제도를 제안했을 때 먼저 이를 받아들였다. 청주문화의집 명예관장은 문상욱 전 충북예총 회장이 맡았다. 청주문화의집 또한 사무국장과 사무보조 2명으로 사업을 꾸릴 예정이다.

흥덕문화의집 관계자는 “청주예총이 먼저 시의 제안을 수용하는 바람에 비슷한 성격의 흥덕문화의집만 강력하게 거부하기도 어려운 모양새가 됐다. 시가 기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고 살리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결국 문만 열고 닫는 기능만 하라는 건지 안타깝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청주시 문화행정 ‘너무 소극적’

 

김대중 정권 시절 문화의집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만 약 120군데의 문화의 집이 운영 중이다. 강릉, 전주, 경기도 문화의 집의 경우 청주시의 예산규모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예산이 많고 프로그램도 활성화돼 있다. 문화의집은 동네에 있는 근거리 문화예술공간으로 처음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원이 점차 축소됐다. 정권이 바뀌면서 관심도가 줄어든 면도 없지 않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공약으로 생활문화센터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시는 옛 연초제조창 뒤 동부창고 36동을 생활문화센터로 지정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 문화예술인은 “문화의집이나 생활문화센터나 결국 이름만 바뀐 것이다. 내용은 비슷하다. 시에서는 무조건 국비를 받아와 새로운 사업만 진행하면 좋은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생활문화센터도 사업이 끝나면 결국 시가 받아야 하는 데 그 때는 어떻게 운영할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청주시가 통합이후 문화 공간 지원에 있어 너무나도 소극적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합진통을 겪었던 청주문화원의 경우 2국(2명의 국장)체제에서 1국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 또한 시의회 지적사항이었다. 이번 건도 비슷한 맥락에서 오히려 4개구에 문화의집 기능을 하는 곳이 확대돼야 하는 데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들린다.

이에 대해 이종수 전 흥덕문화의 집 관장은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면 주민자치센터에서도 문화강좌를 한다는 말한다. 작은도서관이 이미 있기 때문에 문화의집 기능이 중복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시민들 대상 문화강좌가 활성화되면 이들이 자연스럽게 동아리를 결성하게 된다. 즉 활동할 공간이 필요해진다. 복합문화공간이 비슷비슷한 성격을 갖게 되는 건 그러한 특성 때문이다. 시의원들이 현장에 한 번도 와보지도 않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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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간 정책 세미나 연 적 없다”

민간 문화예술단체, 활동이 점차 위축된다

 

충북문화재단이 만들어지고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 문화예술부가 생기면서 그간 민에서 해왔던 사업들이 대부분 관(재단)으로 이양되고 있다. 따라서 민간 예술단체의 활동이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1인 1책 만들기, 청주읍성큰잔치, 예술강사 지원사업, 강사풀제 사업 등등 그동안 민간이 해왔던 사업들이 현재는 모두 관에서 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 예술단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예술단체들이 세미나를 자주 열어 담론을 형성하고, 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문제기기를 했는데 지금은 힘이 많이 빠져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민간단체에서 외부 공모사업을 따오기가 어렵다보니 재단에서 하는 사업을 같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생존을 건 활동으로 축소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지역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돌직구를 던져야 하는 데 이러한 활동이 몇 년 사이 주춤했다”라고 덧붙였다.

재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문화공간 또한 민간위탁보다는 재단으로 쏠리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예술계 인사들은 “재단의 한 해 사업 규모가 300~400억원대라면 민간 예술단체는 3억원대에 불과하다.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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