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정보화 역기능 예방 조례’ 제정 추진 나섰다
현재 차단 방식 유명무실, 유해차단 소프트웨어 설치해야

‘음란물에 접속하는 방법’을 검색해보면 갖가지 방법이 나온다. 방송통신심위위원회에서 음란물 등 불법 유해사이트를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유해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접속할 수 없다’는 문서가 뜨지만 우회접속이나 3~5차례 연속클릭, 구글 번역기를 통해 몇 분 만에 차단 프로그램이 버젓이 뚫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유해사이트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따라서 개선책이 요구된다.

충북도교육청은 2000년부터 교육정보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데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컴퓨터 및 인터넷 통신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충북은 올해 컴퓨터 220대(단가 120만원)와 7200명에게 인터넷 통신비를 월 1만 9250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총액은 19억 3000만원이다.

이러한 사업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지원받은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료 때문에 일부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이나 음란 동영상 중독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화 역기능을 방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국적으로 ‘정보화 역기능 예방 조례’ 제정이 추진 중이다. 경기, 전북, 광주가 조례를 공포했고, 세종과 전북은 이미 시행중이다. 교육청이 교육정보화사업으로 컴퓨터나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할 때에 PC마다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설치해 유해차단 접속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충북은 이숙애 도의원이 관련 조례를 준비 중이다.

▲ 음란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접속불가’메시지가 뜬다.(사진 위) 하지만 우회접속을 하면 몇 분만에 다시 접속할 수 있다. (사진 아래) 이미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러한 방법이 떠돌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현재 차단 방식 무엇이 문제?

 

현재 유해사이트는 망(네트워크)차단 방식으로 막고 있다. 교육정보화사업의 경우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할 때 통신료 월 1만 7600원와 유해차단서비스료 1650원을 합산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망 차단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에 대해 모 정보통신 전문가는 “망 차단 방식으론 유해사이트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우회접속이나 구글 번역기를 통해 얼마든지 유해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만 검색해 봐도 이러한 방법이 잘 나와 있다. 북한 사이트까지 접속이 가능하다. 이 같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소득층의 경우 조부모 가정도 많고, 부모가 밤늦게까지 일을 하기도 해 통제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터넷 중독으로 인해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망 차단 방식에서는 이동식 USB나 이메일로 소위 ‘야동’을 받더라도 차단할 수 없다.

현재 유일한 대안은 각 PC마다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전북은 지난해 교육정보화사업 지원대상 1466가구 가운데 1231가구가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84%)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이후 학생, 보호자, 교사에게 만족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유해차단 서비스 설치 이후 개선됐다고 보는 의견이 83.7%로 나타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도교육청, 왜 거짓자료 제공했나

 

이숙애 의원은 이번에 ‘정보화 역기능 예방 조례’를 준비하면서 도교육청에 검토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검토자료에는 전북교육청의 시범실시가 부정적이었다고 나와 있다. 검토자료에는 “전북교육청은 현재 4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 가정에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고 △소프트웨어 구동 중 작은 컴퓨터 고장이 일어나고 있다. 타 시도 시범 운영 결과 문제점이 발생해 충북의 경우 충분히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실제 전북교육청이 작성한 자료와 차이를 보인 것. 이에 대해 이숙애 의원은 최근 도의회 주요업무보고 시간에 이를 따져 물었고 “자료에 착오가 있었다”라는 답을 뒤늦게 들었다. 도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담당자는 “전북교육청과 통화를 할 때 직원이 잘 못 이해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자료가 잘 못 작성됐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데이터를 왜곡한 이유에 대해 “잘 몰랐다”는 답변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숙애 충북도의원(더민주당 비례대표)은 “전북교육청이 이번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면서 실제 컴퓨터를 지원했지만 사용하지 않는 가정에 대해서도 인터넷 사용료가 지불된 것이 드러나 시정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충북도는 지금까지 지원만 해왔지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번 조례안에는 저소득층 가정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 PC까지 확대해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안을 담고자 한다. 기존 망 차단 서비스가 제대로 안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추가 비용 발생 거의 없다

 

실제 새로운 PC차단 방식의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경우 비용은 어느 정도 추가발생할까.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는 ‘0’다. 이미 망 차단 방식으로 유해차단서비스료로 가구당 월 1650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PC차단 방식의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는 가구당 월 1540원으로 약 100원이 저렴하다. 충북도 유아특수교육과 담당자도 “차단 방식을 바꾸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추가로 비용이 발생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단, 학교에 있는 컴퓨터에 PC 방식의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경우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지역교육청의 망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PC에는 망 차원의 유해차단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만 별도의 유해차단서비스료는 책정돼 있지 않다.

현재 충북도내 컴퓨터실에 약 3만대의 PC가 있다. 따라서 3만대의 PC에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경우는 PC당 1년에 1만 500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를 단순하게 계산(3만×1만 5000)해보면 연간 약 4억 5000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저소득층 교육정보화 사업은 유아특수교육과에서 하고 있고, 학교 관련 정보통신 업무는 과학직업교육과에서 맡고 있다. 도교육청 과학직업교육과 담당자는 “기술적으로 봤을 때 IT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환경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학교에서는 정보통신윤리교육을 틈틈이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교사가 지켜보기 때문에 음란 동영상을 보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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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차단방식 유해차단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11곳

“충북이 쓰는 P사, 망 차단‧PC차단 둘 다 하는 건 자기모순”

 

PC차단 방식의 경우 일일이 유해차단 소프트웨어를 개인 PC에 설치해야 한다. 정부가 고시한 업체만 11곳이다. 문화체육부 장관이 고시한 업체가 5개이고, 방송통신윤리위원회에서 고시한 업체가 6곳이다.

충북도교육청은 P사의 망 차단 방식의 서비스 방식을 사용하면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P사는 망 차단 방식뿐만 아니라 PC차단 방식의 소프트웨어도 개발할 수 있다고 등록됐다. 이에 대해 모 정보통신전문가는 “P사가 망 차단 방식도 하면서 PC차단 방식의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납품하겠다는 자기모순이다. 망 차단 방식으로 다 거를 수 있다면 새로운 방식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공무원들이 망 차단 사업자를 발주해 선정했기 때문에 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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