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충북대 부분통합 어떻게 보나
타 대학 교수 6명 ‘찬반여부’ 무기명 인터뷰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와 충북대와의 부분 통합을 놓고 갈등이 가속화되고 있다. 증평캠퍼스 학생들은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설 연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 앞에서 통합을 촉구하는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증평캠퍼스 8개 학과 학생 10여 명은 1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충북대와의 부분 통합을 요구했다. 증평군 일부 민간단체도 충북대와의 통합을 지지하는 등 지역사회로까지 통합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통대 측은 증평캠퍼스 일부 교수들과 충북대 측이 ‘밀실논의’를 한 것에 반발하고 과정과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지난해 12월 증평캠퍼스 12개 학과 중 7개 학과(물리치료학과·응급구조학과·식품공학과·생명공학과·식품영양학과·유아교육과·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들은 본교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충북대 보직교수를 만나 통합 추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본교 대학구조개혁 일환으로 학과가 폐과되느니 차라리 충북대와의 통합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충청리뷰는 이번 논란에 대해 사전에 통합에 대한 찬반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양 대학과 무관한 지역의 대학 교수들에게 의견을 들었다. 대학사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 익명으로 정리해본다.

▲ 지난 1일 증평캠퍼스 8개 학과 학생 10여 명은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충북대와의 부분 통합을 요구했다.

충북보건과학대 A교수
찬성… “학과 특성이 충북대와 맞는다면 통합해야”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의 전신은 청주과학대였고, 그 이전엔 청주간호전문대였다. 보건과 간호가 특화된 학교였지만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통합을 하는 바람에 결국 이러한 상황이 돼버렸다. 청주간호전문대의 특성이 대학명에도 남아있지 않다. 당시 교육부의 통합정책에 눈이 멀어 한 것이 아닌가. 교육부가 대학교 숫자만 줄여 놓았을 뿐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대학들은 근시안적인 통합으로 인센티브만 챙겼지 실제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절차도 부족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통합을 한다고 하면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통합 시 학과간의 연계성이 있는 지, 문화적인 차이 등을 따져봐야 한다. 학과 특성이 충북대와 더 맞는다면 부분 통합을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

청주대 B교수
찬성… “구성원의 의견 존중받아야 한다”

구성원 당사자의 의견이 존중받아야 한다. 과거 청주과학대와 충주대의 통합 과정도 보면 당사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위치나 지리적 소속감으로 볼 때 충북대와 부분통합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가의 대학구조조정이 정원을 줄이고 경쟁력 없는 과들을 폐과시키는 것으로 가고 있다. 하나의 트렌드처럼 대학 간 통합정책이 펼쳐졌다. 교육부는 근본적으로 대학에 대한 10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경제논리로만 대학을 평가하고 재단하고 있다. 충북대가 바이오나 의료 등 소위 교육부가 밀고 있는 ‘특성화’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증평캠퍼스는 당사자들도 원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충북대와 통합하는 게 맞다.

서원대 C교수
반대… “한국교통대부터 통일된 의견을 내야 한다”

대학 본부가 주도해서 통합을 결정한 게 아니라 학과나 단과대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본부부터 설득하고 의견 일치를 본 뒤 충북대와 논의를 했어야 했다. 순서가 잘 못된 싸움이다. 한국교통대 입장에서는 충북대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명분이 분명해 보인다. 싸움이 길어지면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증평캠퍼스 교수들의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뚜렷한 명분 없이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증평캠퍼스 소속 교수들이 명분을 찾는 게 필요해 보이고, 행정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한다. 어느 한 대학에서 단과대가 우리대학이 싫다고 다른 대학으로 옮겨달라고 할 수 있나. 교육부에 승인을 받아야지 대학끼리 왈가왈부하는 것도 이상해 보인다.

충청대 D교수
기권… “처음부터 공론화했다면 좋았을텐데…”

과거 충주산업대가 두 번의 통합으로 위기를 넘겼다면 이번에는 그 통합이 발목을 잡는 게 아닌가 싶다. 교육부가 통합 정책에서 특성화로 전략을 바꾸지 않았나. 증평캠퍼스는 한국교통대의 특성화 전략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그러다보니 구조조정얘기까지 나온 걸로 안다. 통폐합을 할 때는 원칙이 필요하다. 소위 밀실논의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한국교통대 측이 구조조정안을 내놓았을 때 증평캠퍼스 교수들은 즉시 공론화를 하고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 지금상황에서는 통합이 된다고 하더라도 오점을 남기게 됐다. 증평캠퍼스 소속 교수들이 대학 본부에 대해 통합에 대한 장단점을 제시한 다음 수용이 되지 않을 경우 충북대와 통합 논의를 거쳤다면 지금과 같은 감정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극동대 E교수
반대… “합리적인 절차 밟아 통합 다시 추진해야”

내부적으로 한국교통대 내에서 의견 통일이 되지 않았다. 세 개의 캠퍼스가 있는 데 하나의 캠퍼스가 자기네들만 살겠다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통합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나의 덩어리가 뜯어져 나가겠다는 건데 이는 특이한 케이스다. 심정적으론 증평캠퍼스가 청주 생활권이고 청주사람에게도 익숙한 학교다. 학교의 속성상 더 큰 도시, 더 큰 대학으로 가고 싶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합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과 같은 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합리적인 절차를 다시 밟아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청주대 F교수
반대… “과거 전력이 있기에 이번 일도 발생”

과거 철도대와 충주대가 통합할 때 교수들은 의왕 캠퍼스로 이전하려는 욕심이 있었다. 수도권 진입에 대해 대학과 교수들은 기꺼이 찬성표를 던졌다. 과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일도 발생했다고 본다. 한국교통대 입장에서는 증평 캠퍼스가 충북대와 통합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이 안 될 것이다. 독립된 대학도 아니고 하나의 캠퍼스인데 타 대학으로 가겠다는 것은 일종의 소속싸움이 아닌가. 증평캠퍼스 교수들이 충북대로 가야하는 대의명분을 갖춰야 한다. 이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명분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증평캠퍼스, 충북대, 한국교통대 순으로 잘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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