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갑 교사 “초등학교 시험 폐지는 학교 재량권에 달려 있다”
김기홍 교사 “성적에 따른 배분이 큰 사회, 학교부터 바뀌어야”

평가방식, 좀 바뀌면 어때?
도내 초등학교 교사들 인터뷰

최근 경기도와 전라북도가 일제평가 방식의 시험을 폐지하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당장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한해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게 됐다. 충북의 학교들에서 주입식 시험은 여전히 견고하게 살아있다. 지난해 청주의 한 도시형 초등학교에서 이른바 일제평가 방식이 아닌 수행평가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난리가 났다. 이 학교는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였다.

학부모들은 점수가 나오지 않는 성적표를 받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했고, 교사들도 일이 늘어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학생들도 낯선 평가 방식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결국 이 학교는 6학년에 한해서만 다소 시험에 변형을 주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기존 중간‧기말고사 시험 대신에 단원별 평가를 수시로 했고, 5지선다형 문제가 아닌 수행평가 비중을 늘리게 됐다.

하지만 시험을 더 많이 봤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힘들어하기도 했고, 교사들도 평가에 따른 결과를 학부모에게 보내느라 애를 먹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다. 도내 대부분의 학교들은 기존의 일제평가식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점수가 기록되기 때문에 솔직히 역추적을 하면 누가 1등인지 모두가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충북의 아이들이 지금 치르고 있는 시험방식은 정당한 것인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방식은 아닌 지 교사들에게 물었다. 김기홍 전 교동초 교사(한국교원대 일반대학원 석사수료)와 이동갑 비봉초 교사(한국교원대 정책대학원 박사수료)에게 충북교육의 현실을 물었다. 한편, 충북도는 올해부터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한다. 입학정원보다 학생 수가 적었지만 해마다 고입선발고사를 치러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면 폐지된다.

 

충북은 왜 시험 방식이 안 바뀔까

 

▲ 김기홍 전 교동초 교사 “학습에 대한 평가 방식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학교와 우리사회에 고착화돼 있는 줄세우기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김-“충북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는 시험을 보지 않고 2학기 때부터 시험을 치른다. 1‧2학년은 국어 수학을 보고 3~6학년은 국‧영‧수‧사‧과를 보고 있다. 시험 점수만 기록되는 데 이는 학생생활기록부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사실 성적과는 무관한 시험이다. 시험을 보는 것도 학교의 재량권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솔직히 평가 방식을 바꾸어도 된다. 예전부터 열려있었지만 학교가 보이지 않는 족쇄에 갇혀있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충북도교육청은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중간‧기말 고사 중에 기말고사만 보라는 내용이었다. 시험의 횟수를 줄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충북의 학교들은 ‘관행’에 묶여있다.

 

김-“실제 중요한 시험일수록 교과서에 얽매여 출제를 하게 된다. 교과서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주고 있다. 전학년 성적도 아니라 6학년 1‧2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합산해 20명을 뽑는다. 이들은 졸업식 때 성적장학금을 받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축하해주는 축하객에 불과하다. 졸업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교육감이 시험 폐지 강제 필요한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도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국적으로 봤다. 2012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초등학교의 경우는 폐지했지만 중‧고등학교는 여전히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충북은 전임교육감 시절 학업성취도 평가에 사활을 걸었다. 점수 결과에 따라 교감의 근무평가 점수가 오르락내리락했다. 교감은 교사를 채찍질했고, 교사들은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잡아두었다. 평가가 있기 한 달 전에는 초등학생 6학년 학생들도 밤 8~9시까지 자습을 했고, 주말에도 나와 문제집을 풀었다.

 

▲ 이동갑 비봉초 교사 “미래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평가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다들 인지하고 있는 데 관행과 고정관념 때문에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이-“다른 시도에서는 충북만큼 학업성취도 평가에 목을 매지 않았다. 충북은 확실히 과열화됐고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교사들 입장에선 5지선다형으로 시험을 보는 게 가장 편하다. 객관적이라는 이름아래 모든 게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정답만 외우지 자기 생각을 갖지 못하게 된다. 핀란드의 성적표는 잘함, 더잘함, 매우 잘함으로 나온다. 우리가 시험을 봐서 등수를 내고자 하는 것은 옆집 애보다 잘하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시험을 없애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등학생들이 수능 등급에 따라 열등감을 많이 느끼는 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우리가 소고기 등급도 아니고 왜 점수따라 나누느냐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프랑스의 어느 고등학교의 시험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철학문제를 기반한 서술형 문제인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우리나라는 시험에 따른 이익배분량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회다. 시험 결과에 따라 대학의 간판이 바뀌고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너무 크다. 중간‧기말고사가 정답을 외우는 방식이라면 서술형 문제는 자신의 논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다시 점수화하는 데서 딜레마는 있다. 초등학교는 입시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변화를 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초등학교에서 변화된 교육을 받는다 해도 중학교에 가면 다시 예전의 교육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는 예전방식대로 시험을 치르고 2학기부터는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아일랜드의 전환학기제는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적용된다. 일괄적용이 아니라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지금은 85%이상이 제도를 선택한다. 만들어진지도 40년이 됐다. 우리나라는 급작스레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바꿔내야 한다.”

 

김-“학교에는 이미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 일부 진보교육감이 시험폐지를 선언하는 것은 일종의 탄력을 주기 위한 것이다. 평가 제도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교사 집단부터 함께 평가에 대한 논의체제를 가져야 한다. 수행평가의 방식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단원에서 학생들 스스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 교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것, 그리고 일부 5지선다형 문제가 섞일 수도 있다. 학교문화가 바뀌어야 평가 방식도 바뀔 수 있다.”

 

이-“미래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평가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를 다들 인지하고 있는 데 관행과 고정관념 때문에 바꿔내지 못하는 것이다. 미래사회 핵심역량은 △이질적 집단에서 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비판적 사고 등이다. 우리는 아직도 신자유주의 사고로 평가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핵심은 평가에 대한 철학과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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