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도내 대학에 일주일 안에 계획서 제출해달라고 요구
현재 2개 대학 공모…“시청 내 독립된 조직 갖춰야”여론도

▲ 청주학이 첫발을 내딛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후 지역학이 물꼬를 텄지만 청주학은 올해 뒤늦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지역의 정체성을 빼놓고 축제만 개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청주학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추진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일고 있다. 사진은 직지축제 모습.

청주시는 지난 11일까지 청주학(淸州學) 사업을 진행할 대학을 공모했다. 그 결과 충북대 인문학연구소와 청주대 두 곳이 응모했다. 청주대는 대학 내 ‘청주학연구소’를 내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수행기관으로 선정될 경우 올해부터 3년간 청주시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청주에 관한 역사, 문화, 인물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자료 연구와 시민포럼, 대학생ㆍ시민 대상 교양강좌 및 시민과 함께하는 청주학 자료 공유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2016년 사업비는 4000만원이고, 2017년 2018년 사업비는 각각 5000만원이다. 청주시가 청주학을 꺼낸 것은 담당공무원이 올해 사업계획에 올리면서부터다. 시의회를 거치면서 올해는 예산 천만원이 깎였다.

 

3년간 대학에 연구사업 지원

 

청주시는 청주학을 수행할 기관을 ‘대학’으로 한정짓고 공모 기간도 ‘일주일’로 좁혀놓았다. 이를 두고 지역의 역사학자들은 “일주일 기간만 주고 청주학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한 것은 무리가 있다. 청주학 사업을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한 사전 토론도 없었고, 지역사회가 합의된 내용도 없다. 예산도 너무 적다. 실제 한 사람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사업에 책자까지 발간해야 하는등 무리수가 따른다. 대학은 명예때문에 응모하겠지만 결과가 잘 나올지 걱정이 된다. 단순히 공모를 받아 수행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역사학자는 “대학에 지역학을 전공한 교수가 있나. 없지 않나. 한국사를 전공한 교수가 파편으로 지역학을 이야기하는 형태다. 지역의 향토사학자도 있고, 지역학을 고민해온 연구기관도 있다. 대학으로 한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학이 추진하려면 개인 연구자들로 포함시켜 인력 풀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업은 청주시 인재양성과 대학협력팀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난다. 청주시 인재양성과 관계자는 “처음에는 문화예술과를 통해 문화산업진흥재단과 문화원에 문의했는데 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올해 인재양성과에 대학협력팀이 신설됐고, 이번 사업을 발굴하게 됐다”라고 답변했다. 공모기간이 짧았던 것에 대해서도 “예산 확정이 늦게 이뤄져 일정상 어쩔 수가 없었다. 1월 15일까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에 내용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렀다”라고 말했다. 두 대학 가운데 어느 대학이 선정될 지는 앞으로 열릴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청주학의 3년 사업 계획은 이렇다. 올해는 청주학에 대한 연구자료를 모으고 청주학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관련 책자를 발간한다. 내년에는 이 책자를 가지고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고 내후년에는 사업을 총괄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재양성과에서 사업추진?

 

▲ 도시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학문이 바로 ‘지역학’이다. 청주학은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자료수집과 정리, 아카이빙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

청주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미 서울학(1993년)을 이원종 도지사가 전국 최초로 서울시장 시절 만들었고, 이후 1999년에 도지사로 부임하면서 충북학을 만들었다. 충북학연구소는 현재 충북발전연구원 내 조직을 갖춰 연구원 1명을 두고 출판사업 및 포럼 등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학 연구소의 출발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빨랐지만 예산규모가 많이 열악하다. 이후 전주학, 부산학, 수원학, 경산학, 울산학 등 전국적으로 지역학 연구소가 만들어졌다. 청주시는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다.

강태재 충북참여연대 상임고문은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청주시에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독립기관이 만들어져 청주시의 자료를 조사하고 수집해야 한다. 현대의 자료도 시간이 지나면 자료가 될 수 있는 데 아무도 수집하는 사람이 없다. 학예사 한명을 두든지 공무원을 배치하든지 아카이빙 작업을 빨리해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도내 모 역사연구원 소장도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 지역학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 안에 독립 조직을 두고 일을 해나가야 한다. 대학에만 맡길 경우 1년에 한번 학술대회를 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그렇게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다.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시지를 편찬하는 일까지 이어져야 한다. 하나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청주시는 올해 30년 만에 청주시지를 다시 발간하고 있다. 올 연말에 책이 나온다.

지역학의 중요성에 대해 김의환 중원문화연구소장은 “지역의 정체성을 빼놓고 축제를 논하고 만들어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청주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도 청주가 다른 지역과 무엇이 다른 지부터 알아야 한다. 도시 브랜딩하는 작업까지 나갈 수 있다. 영국에는 지방사학과가 오래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일본에도 지역학 관련과가 개설돼 있다. 먼저 지역학의 자료수집과 연구를 진행한 뒤 대중화 사업, 그리고 관광상품화까지 갈 수 있지만 최소 5년, 10년 단위 로드맵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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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대학들, 지역학 강의 개설 ‘주춤’ 왜?

교양강의로 개설돼 명맥만 유지…인기 없어 폐강위기도

 

최근 몇 년 간 전국의 대학에 ‘지역학’강의가 개설됐다. 지자체와 대학이 손을 잡고 지역학 강의를 개설한 것이다. 충북의 대학들은 어땠을까. 충북지역의 학생 절반은 외지에서 온다. 충북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만큼이라도 충북의 역사에 대해 알고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강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흥행하지는 못했다.

충북대는 2011년부터 2년간 ‘충북의 역사와 인물’ 강좌를 열었지만 수강생들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현재도 강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범위를 넓혀 운영 중이다. 가령 세계문화유산 속 직지와 택견을 본다거나 충북의 인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먼저 서원대학교가 2008년~2011년 교양과목으로 '청주의 역사와 문화', '직지와 인쇄문화', '직지의 이해와 체험' 등을 개설했다.

강의는 강태재 충북참여연대 상임고문이 맡았으며 당시 수강생이 3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강의였지만 강사의 개인사정으로 진행을 더 이상 못해 폐강됐다.

청주시가 2010년에 충북대에 연간 2000만원을 지원할 테니 지역학 강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학의 경우 회계법상 지자체로부터 돈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어 이뤄지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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