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소재 A업체, 외국인노동자 수십명 임금 착복
‘미등록’ 약점 노려…대기업 하청도 ‘불법고용’파장

▲ 지난 6일 A직업소개소에 임금을 갈취당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이경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에게 받지 못한 임금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진천 소재 A직업소개소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공급사업을 하면서 수년간 임금을 갈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만 20명이 넘고 수년 째 임금 갈취가 진행된 것으로 보아 피해액만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대기업 하청업체까지 이들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들을 불법으로 고용한 것으로 나타나 도덕성 논란도 예상된다.

지난 11월 청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외국인 B씨를 불법 체류 혐의로 단속해 청주외국인보호소(이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시켰다. 이집트 국적의 B씨는 구금상태에서 급하게 이주민노동인권센터(소장 안건수)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가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일하고 있던 회사에서 600만원 가량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주민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B씨는 진천 소재 A직업소개소를 통해 모 회사에서 상당 기간 일해 왔다.

이경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은 “이 회사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하루 하루 B 씨를 공급 받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임금을 B 씨에게 주지 않고 대신 직업소개소에 줬다. 이 과정에서 직업소개소가 B 씨에게 수개월 동안 임금을 주지 않고 가로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B씨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A직업소개소와 관련해 그동안 이주민노동인권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만 해도 여러 건이다.

A 직업소개소 피해 상담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14년 10월이었다. 이 실장은 “2014년 10월에 파키스탄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2명이 피해 사실을 알려왔다”며 “당시 A 직업소개소 여성 사업주에게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주민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A직업소개소는 법원에 기소돼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경 상담실장은 “청주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해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증명인 체불금품 확인원을 발급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에도 송치돼 벌금이 부과됐지만 아직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노동인권센터가 파악한 피해 사례는 더 있다. 이집트 출신 노동자 2명은 각각 400 여만원, 200 여만원 가량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경 상담실장은 “지난 9월 노동부에 밀린 임금을 달라는 진정을 제기해 원 금액보다 낮은 320만원과 200만원으로 합의해 받았다”고 밝혔다.

 

“상습적이고 고의적”

이주민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A직업소개소는 수년간 상습적이고 고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갈취한 것으로 의심된다.

이경 상담실장은 “A직업소개소는 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소위 불법체류 상태의 외국인 노동자를 진천과 오창 인근의 사업체 공장에 일당제로 소개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이 일당으로 받아야 할 임금을 일괄적으로 수령한 뒤 이를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아 임금체불 피해자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이주민노동인권센터의 이런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 6일 본보는 진천 소재 한 외국인 단체 사무실에서 A 직업소개소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이주 노동자를 만났다.

우간다 국적의 D 씨는 300 여만원, 이집트 출신의 E씨는 8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E 씨는 단순한 불법체류자가 아니었다. 그는 수년전 중동을 휩쓴 쟈스민 혁명 이후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다. 현재는 난민 신청을 한 상태로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E 씨는 “난민신청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장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했다”며 “어려운 처지를 설명하고 월급을 달라고 했지만 아줌마는 돈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 씨처럼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직업소개소 대표를 ‘아줌마’라고 호칭했다. 월급 60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F씨는 “파키스탄 친구가 아줌마한테 돈을 달라고 했는데 욕을 하면서 돈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A 직업소개소 피해자가 2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F 씨는 “진천 소재 모 업체만 10여명, 또 다른 업체에 8명이 일하고 있고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는 정상적으로 인건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A직업소개를 통해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진천 소재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직업소개소에 인건비를 포함 다 지급했다”고 밝혔다.

고용허가를 받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것은 불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고용허가를 받아 고용한 인력 외에 일시적으로 사람이 필요해 용역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우리 말고 다른 업체들도 이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직업소개소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는 파키스탄 출신의 G씨가 거론 됐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G씨는 파키스탄 출신으로 A직업소개소 대표의 사위다. G씨는 이태원 등지에서 주로 미등록 신분에다 한국말이 서툰 중앙 또는 서아시아, 아프리카 출신의(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이집트, 모로코, 우간다 등) 이주노동자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렇게 유인된 외국인들을 진천, 오창 등지의 사업체 공장에서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직업소개소 대표는 일부 사실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K 대표는 “ 보호소에 있는 B씨와 한 사람만 월급을 못줬다. 그 외에는 임금을 주지 않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알선한 행위에 대해서는 “불법인 것은 맞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외국인 고용 알선…직업소개소는 원칙적으로 불가

고용허가제, E9‧H2 취업비자 통해 취업…고용센터에서 알선

직업소개소가 외국인 이주 노동자에 대한 취업 알선을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고용센터 관계자는 “고용허가제에 의해 외국인의 국내 취업이 허용되며 이에 대한 취업 알선이나 소개는 원칙적으로 고용센터만이 할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고용허가제에 의한 취업비자는 비전문직종 취업비자인 E9비자, 중국 조선족 교포등에 발급되는 H2 비자가 있다. 이는 전적으로 고용센터를 통해 이뤄진다”며 “예외적으로 단기 취업비자인 C4비자등은 고용센터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기 원하는 업체는 내국인 구인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인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채용하지 못한 경우에 관할 고용센터에 외국인고용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해당업체 사용자가 고용센터에 고용허가서 발급을 신청하면 고용센터는 외국인노동자를 3배수로 알선하며, 사용자는 고용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고용허가제 홈페이지를 통하여 알선자 중에서 적격자를 선택해 고용허가서를 발급 받게 된다.

노동부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가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분하다. 이와는 별도로 법무부는 외국인근로자고용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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